[의료칼럼] 내 악력은 안녕한가?
임영빈
임영빈 내과 원장
아침에 일어나 양치를 하러 칫솔을 꼭 잡고 양치하는 것도, 미끄러운 비누를 잡는 것도, 커피잔을 잡는 것도 모두 악력에서 시작한다. 악력은 잡기, 누르기, 으깨기, 회전 및 꼬집기뿐만 아니라, 물건을 잡고, 당기거나, 들어올릴 때 사용된다.
이렇게 중요한 악력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손가락 관절염이나 목 디스크 때문에 물건을 잡는 것을 어려워하는 환자들을 보며 그들이 얼마나 답답해 하며, 일상의 모든 것들에 도움을 받아야 하여 슬퍼하는 것을 보면 손의 악력이 중요한지 실감한다.
악력을 평가하는 것은 개인의 근력 상태를 반영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정확한 지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악력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징표는 근감소증 진단과정이다. 근감소증을 진단하는데 있어 근감소증이 있는지 없는지 평가하는데 첫 질문이 바로 악력이다(EWGSOP-2 Algorithm). 만약 악력이 정상이라면 근감소증에 대한 나머지 질문들도 대답할 필요가 없어질 만큼 중요하다.
근감소증 외에도, 영양불량을 평가할 때에도, 심장부하 검사 때에도, 큰 수술 예후를 측정할 때에도,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 근력을 평가할 때에도 악력을 사용하는 의학분야는 넘쳐난다. 악력은 몇 가지 질환과도 연관성이 있다. 고지혈증, 고혈압, 대사증후군, 만성신장질환, 비타민D 부족증이다. 악력은 개인의 미래 건강상태, 심지어 사망률까지 예측할 수 있다. 악력이 5kg 씩 내려갈 때마다, 사망 위험비가 16%씩 올라간다.
악력이 약하면 손 힘을 제대로 쓰는 방법을 몰라, 퇴행성 관절염이 손가락에 온다. 예를 들어 설겆이를 하던 중, 흐르는 물에 비눗물이 묻은 무거운 무쇠솥을 잡는다고 가정해 보자. 솥을 잡는데 힘을 잘못 주면 손가락 끝마디 관절에 힘이 들어가며 주로 꺽이게 된다. 이렇게 끝마디에 반복적으로 무리가 가면서, 관절이 상하고, 뼈가 삐뚤게 자라며 퇴행성 관절염이 시작된다.
손가락을 굽히는 근육을 살펴보면, 끝마디를 굽히는데 사용하는 근육(깊은손가락굽힘근)과 중간마디를 굽히는 근육(얕은손가락굽힘근)과, 첫마디관절을 굽히는 근육(벌레근)이 모두 다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잡는 동작은 끝마디가 굽히면서 시작되기 떄문에, 예를 들어 물컵 손잡이 잡을 때, 그 끝마디를 굽히는 근육인 깉은손가락굽힘근이 주로 단련이 되고, 나머지 얕은손가락굽힘근과 벌레근은 단련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비균형 때문에 끝마디 관절을 많이 사용하게 되며, 퇴행성 관절염이 끝마디에 주로 오게 된다. 해부학 관점에서 보더라도 근육량은 중간 마디를 관리하는 얕은손가락굽힘근이 훨씬 큰 만큼, 더 힘을 사용하게 되도록 만들어져 있지만 단련시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를 보상하기 위해 중간 마디와 첫마디 관절을 굽히는 근육들을 단련시켜줘야 한다. 솔직히 철봉에 매달릴때 이 근육들을 주로 사용하 듯이, 손에 힘을 제대로 주려면 중간 마디와 첫마디 관절을 굽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그러니 악력기를 사용할 때 중간 마디 또는 첫 마디에 쥐고 단련을 해야 한다. 문의 (213) 909-9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