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계, 목사 정년 두고 '갑론을박'
미래목회포럼에서 목회자 정년연장과 관련한 토론을 하고 있다. /미래목회포럼 제공
"평균수명 늘어 연장해야" "후배에 길 터줘야"
현실과 원칙 사이 교단마다 해석 제각각
미주 조선일보 LA가 개신교계의 의견을 두루 수렴한 결과 ‘목사의 정년’이 핫이슈로 부각됐다. 이 문제는 벌써 10여년 이상 언급됐고 교단 총회에서도 꾸준히 다뤄진 의제이지만, 교단의 이해득실에 따라 정년해석을 달리하고 있다. 모 교단의 경우에는 정년이 없는 경우도 있어 은퇴 직전에 편목(교단을 옮기는 것)을 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과연 이에 대한 해법은 없는 것일까?
최근 개신교계의 목사 정년 연장이 또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각 교단 총회 때마다 '뜨거운 감자'이기도 하지만 최근 들어 신학생 수와 목사 수의 감소 그리고 ‘정년’이 무의미한 미자립교회들의 경우에는 후임자를 구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중대형 교회들의 경우 목사들이 정년이 지났는데도 물러나지 않고 편법으로 자녀나 사위에게 ‘대물림’을 한 후 사실상 ‘수렴청정(垂簾聽政)’ 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모 교단의 경우 노회의 허가에 의해 정년이 합법적으로 연장되는 경우도 생겨났다.
사실 대부분 교단들이 유지하려는 ‘목사 정년 70세’에 대해서 의견은 매우 분분하다. 오히려 65세로 하향조정을 원하는 의견도 많고, 예장(백석)과 기독교한국침례회의 경우에는 정년이 없다. <표 참조>
<표>주요 교단의 목회자 정년 현황
교단명 |
정년(만 나이) |
기독교 대한하나님의 성회,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백석 |
75세 |
예장통합·합동, 기독교대한감리회 |
70세 |
기독교한국침례회 |
없음 |
또한 한국과 미국의 한국계 개신교에는 미묘한 신사협정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 한국에서 담임목사를 청빙할 때 첫째 조건은 ‘미국에서의 이민목회 경력’이다. 게다가 정년이 임박하면 선교사 자격으로 미국으로 건너 와 목회를 연장하기도 하고 ‘원로목사’로 추대되거나 지 교회를 세워 목회를 이어 나간다. 반대로 미국에서는 목회 경력을 만들어 준 후 한국에 담임으로 가게 만드는데 여기에는 자녀나 사위 등 대물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희석시키기 위한 ‘신분세탁’도 엄연히 존재한다.
지난 2022년 ‘미래정책전략 개발을 위한 콘퍼런스’는 이러한 교계의 고민이 반영된 자리였다. 특별히 ‘목사 정년제도에 관한 사회학적 관점에서의 연구-수요와 공급 측면에서’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양현표 교수는 우선 정년 연장에 대한 주요 찬반 주장들을 정리해 눈길을 끌었다. 찬성의 근거로는 ▲늘어난 평균수명 ▲저출산 고령화 ▲건강지수 개선으로 인한 육체노동 가능 나이 상향 ▲나이 제한을 두고 있지 않는 성경 ▲시골교회 폐 당회 방지 ▲목회자 수 감소 등이다. 반대의 근거로는 ▲교회의 노화 ▲사회정년과의 형평성 ▲차세대에 주어질 기회박탈 등을 들었다.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짐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한국 수도권 일부 지역의 경우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조기은퇴를 선언해 눈길을 끈다. 선한목자교회의 유기성 목사(66)나 만나교회 김병삼 목사(59),
동사목사를 청빙한 오륜교회 김은호 목사(66) 등이다. 이들은 모두 소속 교단의 정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기 은퇴했다. 이들은 비록 ‘담임목사’직에서는 은퇴했지만 개신교계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 봉사하고 있다. 유기성 목사는 ‘예수동행운동’을 펼치며 후배들에게 목회의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올 9월 제4차 로잔대회의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김병삼 목사는 ‘유산기부운동’을 벌여나가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LA에서 펜데믹 기간 중 조기은퇴를 선언한 모 목사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목사는 원칙적으로 은퇴라는 개념은 없다. 또한 설립자가 부흥을 이뤄냈을 경우에는 전적으로 신자들이 다른 목사가 설교를 하는 것마저도 거부감을 갖기도 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목사들이 포화상태라 훌륭한 역량을 갖고도 개척할 엄두도 못 내고 부목사로 50대를 넘어서는 경우들이 허다하기에 길을 터준다는 관점에서 정년을 지키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