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차 수상한데..." 흑인이 아시아계 3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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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차 수상한데..." 흑인이 아시아계 3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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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경관들 인종 프로파일링 있다”

흑인>백인>라틴계>동양인 順 단속

“아시안은 규칙 잘 지켜” 반사이익

시민단체 4개 카운티 분석 보고서



주말에 아내와 함께 드라이브를 즐기던 제임스 김(가명)씨는 아차 하는 사이에 길을 잘못 들었다.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점선이 아닌) 실선을 넘어 옆 차선으로 끼어드는 순간, 뒤에서 사이렌이 켜졌다. 지나가던 순찰 오토바이에 적발된 것이다. 낭패감에 차를 대고, 운전면허와 보험·차량등록증을 건넸다.


조회를 마친 경찰이 위반 이유를 묻길래, “아내와 공원에 가다가 실수했다”고 순순히 시인했다. 그러자 경찰이 “티켓을 하나 끊을까, 아니면 다음부터 조심해서 운전할래”하고 묻는 것 아닌가. 얼른 “다음부터 잘 하겠다”고 대답하자, 경찰이 “좋은 주말 보내라”며 순순히 보내줬다. 몇 백달러 벌금을 각오했다가, 뜻밖의 행운(?)에 돌아오는 길 내내 ‘정말로 교통법규 잘 지켜야겠다’는 마음과 함께 ‘경찰이 이렇게 봐주는 경우도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캘리포니아 경관이 교통단속을 하며 인종간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차별 반대를 외치는 케이털리스트 캘리포니아(Catalyst California)와 남가주 시민자유연합은 지난달 말 교통위반 단속 관련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40쪽짜리 보고서를 발표했다.


가주 내 4개 대형 카운티 셰리프국의 2019년 단속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내용에 따르면 경관들이 교통위반을 단속하면서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에 대해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일종의 인종 프로파일링이라는 지적인데, 조사가 진행된 4개의 카운티가 모두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LA를 비롯해 새크라멘토, 리버사이드, 샌디에이고 카운티 셰리프국의 자료를 토대로 했다.


LA카운티의 경우 흑인 인구 1000명당 128.3명이 해당 기간 경관으로부터 정차 명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가장 많은 수치를 보였다. 이어 하와이·태평양 원주민은 73.1명으로 두번째를 차지했다. 반면 백인은 흑인의 절반가량인 67.6명이 경관의 제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라틴계가 이 보다 적은 57.3명으로 나타나 의외인데, 보고서는 ‘집계의 오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관들이 조치를 한 뒤에도, 이를 문서화해서 기록으로 남기지 않은 탓이라는 이유다. <표1>


이에 반해 아시아계는 1년동안 (1000명당) 26.7명만이 정차 명령을 받아, 흑인의 약 1/5, 백인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그만큼 인종 프로파일링의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얘기다. 전반적으로 사회적 규범이나 질서, 교통법규를 잘 지킨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차 명령을 내린 이유에서도 인종에 대한 편견이 드러난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장이다. 실제 교통위반이 아닌 단속 경관의 ‘수상하다는 의심’, 즉 주관적인 판단으로 이뤄진 것이 흑인의 경우 17.5건(1000명당)에 달한다. 이는 백인(5.5건)에 비해 3배나 많고, 아시아계(0.5건)보다는 30배나 높은 수치다. 그만큼 단속 경관이 특정 인종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말이다. <표2>


보고서는 비슷한 문제에 대한 대처방식에서도 차별적이라고 꼽았다. 이를테면 전조등이나 방향지시등, 브레이크등 이상 같은 설비상의 문제도 운전자가 흑인(30.4건)일 경우 백인(9.2건)이나 아시아계(2.1건) 보다 더 많은 티켓이 발행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니까 똑같이 위반해도 흑인 운전자에 대해서는 티켓을 발행하는 비율이 높았다는 얘기다. <표3>


한편 보고서는 경관들 업무의 비효율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전반적으로 서비스콜(신고나 민원전화)에 대응하는 비율이 낮고, 자체적인 교통단속에 할애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LA카운티의 경우 서비스콜 대응이 11.2%(3189시간)인데 반해, 자체단속 시간은 88.8%(2만5269시간)나 됐다. 이는 곧 예산 낭비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백종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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