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동포들을 위한 무대에도 서고 싶어요"
가수 허성희가 14일 본지를 방문, 인터뷰를 한 후 기념촬영을 했다. 김문호 기자
6월이면 잊히지 않고 불리는 그 노래
'전우가 남긴 한마디'의 가수 허성희
미국 이민으로 방송 활동 접었지만
2년 전부터 새 앨범 내고 본격 활동
"생사를 같이 했던 전우야/ 정말 그립구나 그리워/ 총알이 빗발치던 전쟁터/ 정말 용감했던 전우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정의의 사나이가~."
한국에서 해마다 보훈의 달인 6월이면 라디오와 TV방송국에서 앞다퉈 내보내는 노래의 앞 소절이다. 가수 허성희가 불러 빅히트를 한 '전우가 남긴 한마디'. 전오승 작사·작곡으로 1977년 7월 성음제작소라는 곳에서 발매한 허성희의 첫 정규 솔로앨범에 실렸다. 이 노래 하나로 스물 나이의 허성희는 단숨에 가요계 '신데렐라'가 됐다.
"정말로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유명해져 있더라' 라는 말 그대로 였어요. 시대가 시대였던 만큼 건전가요를 권장하던 때라 분위기를 더욱 탈 수 있었지요. 고 박정희 대통령도 당시에 '이건 내노래다. 내 가사다'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 그런 덕에 방송에서는 더욱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지요."
1978년 TBC방송 가요대상 신인상 후보까지 올랐을 만큼 인기가도를 달리던 허성희는 그러나, 돌연 한국에서의 활동을 접고 1980년 미국으로 왔다. 신데렐라 스토리는 빠르게 잊혀졌다.
그렇게 50년 가까운 세월을 훌쩍 뛰어넘은 지난 10일 중년의 가수 허성희는 남부 콜로라도주 한인회 주최 광복절 기념행사에 초대돼 공연을 했고, 귀국길에 14일 조선일보LA를 찾았다. "많은 분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호응해 줘서 잘 마무리됐어요. LA는 물론 내가 살던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도 다양한 광복절 행사를 하는 줄 알았으면, 동포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가질 것을 그랬어요."
미국에서 허성희는 샌프란시스코, 샌호세, 프리몬트 등 북가주에서 주로 생활했다. "한창 떴을 때 이북(평안도) 출신인 아버지의 반대로 연예활동에 거리를 두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미국으로 건너왔던 게 길어졌고요."
미국에서도 허성희는 노래를 했다고 했다. "동포사회 공연무대가 있으면 가서 노래를 했어요. 또, 스포츠바, 레스토랑을 경영하면서 한편에 무대를 만들어 노래를 했으니, 사실 가수가 아닌 적은 지금 껏 없었지요."
오랜 이민생활 끝에 지난 2012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 허성희는 그동안에도 현충일과 6·25전쟁 기념일이 있는 6월이면 가요무대 등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러다, 지난 2022년 말에는 '우린 더 행복할 거야'라는 타이틀의 앨범을 정식으로 내고 다시 가수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전우가 남긴 한마디는 슬로탱고의 곡이지요. 그런 기억을 살려 새 앨범 타이틀곡도 탱고리듬을 탑니다. 그밖에 발라드곡인 '다시 오는 가을'과 세미 트로트인 '나를 보러 오세요'도 제법 반응이 좋아서 열심히 부르고 있습니다."
허성희는 2026년 6월에는 어쨌든 LA동포들을 위한 무대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미한국영화인협회(회장 정광석) 초청으로 LA무대에 설 약속이 이미 잡힌 탓이다. 2년 뒤 그녀의 LA무대엔 영화감독 배창호도 함께 오를 예정이다. 지난 5월 영화 '별들의 고향' 상영 50주년 기념 특별상영차 LA에 왔던 배 감독은 영화인의 밤 디너쇼에서 멋진 섹소폰 연주를 펼쳐, 많은 박수를 받았다. 배 감독의 섹소폰 연주에 맞춰 허성희의 히트송이 울려퍼질 수도 있겠다.
김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