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보험료 고공행진, 렌트비도 ‘들썩’
캘리포니아의 아파트 보험료가 치솟으면서 렌트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인타운의 한 아파트. 기사 내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이해광 기자
아파트까지 '주택보험 대란'영향
가주 보험 가입 갱신 거부 '부쩍'
울며겨자 먹기 보험료 2~3배 부담
랜드로드 "렌트 인상외 대안 없다"
LA 인근 샌게이브리얼에 4유닛 다세대 주택을 소유한 A씨 부부는 얼마 전 ‘스테이트팜’으로부터 보험 갱신 불허 편지를 받고는 당황했다. 주택보험 대란이란 말을 들었지만 단독주택이 아닌 다세대 주택까지 영향을 미칠 지는 몰랐다. 게다가 특별한 이슈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새로 보험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우선 캘리포니아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페어플랜’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웬걸. 예상 보험료는 이전의 2600달러보다 3배 이상 비싼 연 8500달러를 웃돌았다. 부부는 오랜 서치 끝에 겨우 플로리다에 본사를 둔 보험사를 선택했지만 보험료 부담은 2배 이상 치솟은 6500달러에 달했다. 부부는 “보험료가 올라도 너무 올라 랜드로드로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내년부터 렌트비를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의 주택보험 대란 사태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의 렌트비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요 보험사들이 단독주택과 마찬가지로 다세대 주택에 대해 보험 갱신을 불허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랜드로드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보험료가 훨씬 비싼 주 정부의 ‘페어플랜’이나 다른 보험사를 선택하고 있다. 보험료 부담이 크게 늘어난 랜드로드들은 이를 테넌트들에게 전가하게 되는 것이다.
다세대 주택에 대한 보험료가 급등한 데는 주요 보험사들이 신규 판매를 중단했거나 갱신을 까다롭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말에는 ‘올스테이트’가 커머셜 건물을 포함해 캘리포니아에서 신규 보험 판매를 중단했으며, 캘리포니아 최대 업체인 ‘스테이트팜’은 단독 주택과 함께 아파트, 커머셜 빌딩에 대한 보험 갱신을 불허하고 있다.
LA에서 커머셜 어카운트를 주로 취급하는 한 보험 브로커는 “주요 보험사들이 철수하면서 지금은 대형 건물을 커버해주는 회사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게다가 남은 보험사들조차 보험 가입시 지붕에서 전기, 배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업데이트한 건물을 원한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1980년대에 지어진 건물조차 오래된 것으로 여겨지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다세대 주택에 대한 보험료가 치솟고 있지만 모든 랜드로드들이 이를 렌트비에 반영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샌버나디노에 33유닛의 아파트를 공동 소유한 B씨의 경우 올 초 보험사가 갱신을 거부하면서 ‘페어플랜’에 가입했다. 연 보험료는 4만1000달러에 달해 이전보다 2만8000달러나 뛰었다. 하지만 1960년대 지은 이 아파트는 '렌트 컨트롤'을 적용 받기 때문에 보험료가 급등해도 이를 렌트비에 적당히 반영하기도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계속 수익이 줄어든다면 부동산이 아닌 다른 것에 투자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하소연 했다.
전문가들은 “보험시장의 위기가 주택 시장의 위기를 초래하는 상황”이라며 “아파트나 커머셜 빌딩에 대한 보험료 급등이 아파트 렌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경우 주민의 거의 절반이 세입자인 점을 감안하면 그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광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