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호텔 방에서 꼼짝도 못했어요”
코로나 시대 하와이 여행기
백신만 믿고 음성확인서 빠트려
도착 즉시 격리 처분 ‘방콕’ 신세
“방문지 사정 꼼꼼하게 확인해야”
개인 사업을 하는 앤디 박 씨는 얼마전 친지 결혼식에 참석차 하와이를 방문했다.
호놀룰루 다니엘 K 이노우에 공항에 착륙해 비행기를 내렸는데 마치 국제선 입국 심사대처럼 긴 줄을 늘어서야 했다.
그 때만해도 ‘코로나19 탓에 검역이 강화돼서 그런가보다’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차례가 됐다. 심사관이 대뜸 “QR코드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다시 묻자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보여달라”는 말이었다.
박씨는 “난 음성확인서가 필요없다. 이미 백신 접종을 2차까지 모두 끝냈다. 접종증명서도 보여주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백신 여부는 상관없다. 우린 음성확인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출발지에서 항공사 직원이 탑승 전에 체크를 했어야 하는데 생략하고 그냥 태워줬던 게 문제였다.
이런 저런 설명을 했지만 모두 시간 낭비였다. 결론은 하나였다. 입항이 거부돼 돌아가거나, 격리 처분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고민할 여지도 없다. 후자를 택했다. 택시를 타고 출발 전에 예약한 호텔로 향했다. 프런트 데스크에 가니 이미 공항에서 연락을 받은 상태다. 객실에 쓰는 전자 열쇠를 주며 “방 밖으로 한번 나가면 다시는 이 키를 쓸 수 없다”고 안내한다. 그러니까 방 안에만 있어야한다는 뜻이다. 식사도 룸서비스나 배달을 이용해야만 한다.
이미 어쩔 수 없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밖에서 밤을 보내야한다. 그 때부터 열심히 머리를 쓰며 궁리했다. ‘어쨌든 내일 결혼식에는 참석해야 한다’는 게 최우선이었다. 결국 2박3일 일정을 1박2일로 바꿔야했다.
그날 밤을 객실 안에서 꼼짝 못하고 보냈다. 식사는 배달시켜 방문만 빠꼼히 열고 받아야했다(안에서문을 여닫는 건 괜찮다).
이튿날 오전 호텔서 체크아웃 하고 일찌감치 결혼식장으로 갔다. 무사히 신랑신부를 축하하고, 식후 파티까지 모두 참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저녁 비행기를 타고 LA로 돌아왔다.
박씨는 “다른 나라처럼 위치 추적 장치를 휴대폰에 깔거나 계속 보고해야 하는 시스템은 아니었다. 한두번 어디 있나를 확인하는 전화 정도였다”며 “마음만 먹으면 (격리를) 벗어날 방법은 있겠지만 괜히 일이 복잡해질까봐 그러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공항에서 들은 바로는 방역 수칙을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달러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했다.
박씨는 “물론 내 불찰이 크다. 미리 잘 알아봤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그래도 모처럼 하와이 여행이라서 하루쯤 따로 관광도 하고 싶었는데 계획이 틀어졌다”며 “백신도 맞아서 안심했는데, 같은 미국 안에서도 이러니…”라며 혀를 끌끌 찼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