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D·은행잔고 빼돌려 ‘먹튀’…타운에 판치는 사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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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D·은행잔고 빼돌려 ‘먹튀’…타운에 판치는 사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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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로부터 온 문자. 마치 미국을 떠나는듯한 내용이지만 추적을 피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제보자는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제보자 전씨 제공



영어 도와주며 가깝게 지내던 동생

개인정보 훔쳐 감쪽같은 범죄행각

확인된 피해액만 1만3000달러 이상

신고후 보상은 받았지만 후유증 남아




최근 각종 정부 지원금에 대한 사기 행각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친한 지인이 친분을 이용해 개인 정보를 빼낸 뒤 은행 계좌에 있던 현금 5300달러와 7800달러 상당의 EDD(고용개발부) 실업급여를 가로챈 피해가 발생해 한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촉구된다.


LA에 거주하는 전 모씨(38)는 지난 달 8일 운전면허증을 분실했다. 전씨는 당황스러운 마음에 운전면허증 재발급을 위해 며칠 뒤 DMV(차량등록국)에 방문했다.


“이상하게 DMV에서 대기하는 내내 휴대폰이 연결이 되지 않았다”는 전씨에게 평소 동생같이 지냈던 지인 박 모씨(37)가 계속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언니 아직 DMV에 있어?”를 재차 확인하는 내용이었다.


전씨는 “나중에 알고보니 이 과정이 모두 치밀한 범행의 시나리오였다”며 “박씨가 운전면허증을 훔치고, 소셜 번호 등 개인정보를 모두 알아내 본인인 척하며 통신 회사에 휴대폰 정지 신청도 낸 것이었다”고 전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씨가 DMV에서 대기하는 동안 박씨는 은행에 가서 예금을 빼낼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 혹시라도 은행측에서 본인 확인차 전화를 할까봐 통화까지 정지시킨 것이다. “DMV에 있냐”고 거듭 물어본 건 그 때문이다.


휴대폰 불통으로 한동안 외부 연락이 어려웠던 전씨는 얼마후 은행 잔고가 모두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느낀 건 이 때부터다.


부랴부랴 거랭은행인 뱅크오브호프 브로드웨이 지점으로 달려갔다. 사정을 설명한 뒤 은행측을 설득해 CCTV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씨는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CCTV 화면 안에는 평소 동생처럼 도와줬던 박씨의 모습이 버젓이 보였고, 당당하게 잔고 전부를 인출해가는 모습도 확인했다”며 기가 막힌 심정을 털어놨다. CCTV에 찍힌 시간이 바로 전씨가 DMV에서 대기하던 시간이었다.


혹시해서 확인해 본 EDD 실업급여도 이상했다. 전씨는 “작년 3월부터 지급받았던 실업급여 잔고가 1만 달러가 넘었는데 그 사이 박씨가 빼간 게 7800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전씨는 “평소 영어를 도와준다며 편하게 개인 정보를 공유할 만큼 친했던 동생이었는데 이런 일은 상상도 못했다”며 “박씨가 신분증을 도용해 EDD 데빗카드를 재신청하고 패스워드와 집주소까지 변경하는 등 주도면밀하게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뱅크오브호프 박인영 부행장은 “지점에 확인한 결과 지난달 13일 (전씨를 사칭한) 박씨가 ‘급히 출국해야 한다’며 계좌 해지를 요청했다. 그리고 잔금 모두를 현금으로 인출해 간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박 부행장은 이어 “박씨가 은행 계좌를 클로징하면서 절차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본인인 것처럼 정확히 알고 있었다”며 “다만 본인 확인을 위해 마스크나 모자를 벗는 것이 원칙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의 특수성을 고려해 마스크 착용을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올림픽 경찰서와 EDD, 은행 측에 모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덕분에 피해 금액 상당 부분은 보상받을 수 있었다. 뱅크오브호프측은 잘못 인출된 잔액 모두를 보전했고, EDD에서도 비슷한 조치를 취해줬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는 그걸로 끝이 아니다. 전씨는 자신도 모르는 신규 신용카드가 여전히 발급되고, 가족간에 불화까지 생기는 등 계속된 불안과 우울감에 시달리는 중이다.


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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