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호우(好雨: 때 맞춰 내리는 봄비)와 시간 활용법
김희식
(주)건축사무소 광장 상무
아침 출근길에 즐겨듣는 FM방송이 있습니다. 청취자가 전화번호 끝 네 자리 문자메시지로 음악을 신청하면 진행자가 신청곡을 들려주는 클래식 프로그램입니다. SNS 화면으로 실시간 On-Air(방송중) 스튜디오내 진행하는 DJ의 모습을 송출해 주기도 합니다. 70년대 음악감상실 분위기입니다. 신청에 참여하는 이들을 보면 중고생부터 주부, 은퇴한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자녀들의 대학입학 시즌 때는 브람스의 ‘대학축전 서곡’ 을 신청하는 부모들도 있고요. 퇴직 후 재취업을 위해서 면접보러 가는 날이라면서 바흐의 ‘선한 양들은 풀을 뜯고’ 를 신청하는 시니어도 있네요.
요즘 세간에 자주 등장하는 화두가 있습니다. ‘민생’ 입니다. 바로 이러한 청취자들의 일상의 평범한 일들도 민생에 포함되겠지요. 창 밖에는 이른 모심기를 끝낸 논들이 휘익 스쳐 지나갑니다. 어제 밤부터 지금껏 내리는 봄비와 함께 모내기 들판을 보며 생각나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윤물무성(潤物無聲: 만물을 소리없이 적시다)’ 라는 말이지요.
"때 맞춰 내리는 봄비를 호우(好雨), 즉 ‘좋은 비’ 에 대한 반갑고 고마운 마음을 여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비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호우는 시절을 안다. 자신이 내려야 할 때인지 아닌지를 분별할 줄 아는 비가 호우이다. 메마른 대지가 바짝 마를 무렵 필요한 수분이 가장 절실할 때에 필요를 알아 내리는 비가 호우이다. 태평한 시절에 내리는 봄비는 꼭 밤에 온다고 했다. 낮에 바깥에서 일하는 농부들을 배려해서 밤에 비가 내린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호우가 아니라 ‘어진 비’ 즉, 인우(仁雨)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다음 구절에서 우리는 한걸음 더 나아가 거룩한 비, 즉, 성우(聖雨)를 만난다. ‘윤물세무성(潤物細無聲)’ 목말라 하는 만물을 촉촉하게 적셔 주면서도 자신은 존재조차 없는 듯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 비다. 만상에 목숨 같은 생명수를 공급하면서도 자기 공로에 대해서는 아무런 자랑도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최고의 덕성이 아닌가. 때 맞춰 내리는 봄비를 의인화해 때 맞춰 내리는 봄비를 호우(好雨) 즉, 좋은 비에 대한 반갑고 고마운 마음을 여실하게 드러낸 두보의 시가 있다.
“좋은 비 시절을 아나니/ 봄이 되어 만물이 싹을 틔울 때라/ 바람을 따라 몰래 밤에 들어와/ 만물을 적시니/ 가늘어 소리도 없구나/ 들길엔 검은 구름 가득하고/ 강가엔 고깃배 불빛이 밝다. 새벽녘 붉게 젖은 곳 바라보면 금관성에 꽃이 묵직하겠지.”(거인의 옥편, 김영사. 2024).
요즘 연말 준공을 앞두고 현장업무도 분주해 졌습니다. 건설현장에도 일손이 달리면 읍내 인력소개업소에서 일당 근로자를 데려오기도 합니다. 어느 날 아침, 인력사무실 앞을 지날 때 사무실 벽에 붙어있는 캐치프레이즈 배너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큼직한 글자로 벽면에 붙은 내용입니다. ‘주는 돈 아깝지 않고, 받는 손 부끄럽지 않게’. 비록 막노동 일하는 일용 근로자에게도 '제 몫을 다해 열심히 일하자' 라는 격문인 듯 합니다.
지난주, 정규 방송매체의 뉴스를 보니 21대 국회 임기종료를 앞두고 상정된 안건 중 상당수가 회기에 쫓겨 땡처리 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고 합니다. 기간이 지나 폐기처리해야 할 상정안도 수십 건 포함되어 있다는 내용입니다. 때 맟춰 해야 할 일들이 늦어지면 상정, 검토, 발의, 채택까지 중차대한 일들이 때가 임박하여 대충 넘기거나 사장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지요.
"당신은 시간을 얼마나 현명하게 사용하고 있는가? 하루를 마무리할 때, ‘오늘 종일 뭐했지?’ 같은 생각을 한 적 있는가? 혹시 이 질문에 아무 대답도 못한 적은 없는가? 사람들의 평균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분으로 환산하면 2400분이나 된다. 그러나 사람들 대부분은 이렇게 넘쳐나는 시간을 어떻게 분배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살고 있다 라면서 효과적으로 시간을 활용하는 법이란 주제로 지난 2005년에 발표된 IT기업 창업자이자 조직심리학자 라훌 보라(Rahul Vohra)의 이론입니다. 스위치 로그(Log)기법이란, 컴퓨터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모든 활동을 기록하는 로그작업에서 착안한 방법입니다. 첫 번째 규칙은, 어떤 일을 시작할 때 기록한다. 둘째, 하던 일을 전환할 때 기록한다. 셋째, 휴식할 때 기록한다. 그리고 이 부분이 흥미로운데 세 가지 규칙 외에는 제약사항이 없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 상관없이 자신의 직관에 따라 중요해 보이는 일을 하면 됩니다.”(거인의 시간, 다산북스, 2024).
말하자면 Log=기록, 일지, 메모 등이라 할수 있겠지요. 일용 근로자, 국회의원, 일반 서민, 기타 모든 이들에게 맡은 책임을 다하기 위한 시간활용법으로 참조할 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