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못찾아 에스크로 깨지고 인스펙션땐 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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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못찾아 에스크로 깨지고 인스펙션땐 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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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의 대형 산불 등의 영향으로 주택보험 가입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LA 그리피스파크 인근의 주택가 모습. /이해광 기자 



 

가주 주택보험 대란 피해 속출

‘지붕 문제’ 거부율 50% 이상 

15년넘은 집 견적 안내는 곳도

‘페어플랜’ 보험료 껑충에 한숨   

 

LA한인타운의 홈 오너인 김모씨는 몇 일 전 주택 보험사에서 인스펙션을 한 후 보험사의 회신이 올 때를 기다리며 하루 하루 마음을 졸이고 있다. 100년이 넘은 올드 하우스인 데다 오랜 기간 리노베이션을 제대로 하지 못해 지붕이며 페인트며 노후한 곳이 여럿이기 때문이다. 그는 "에이전트로부터 지붕이 오래된 경우 갱신이 거부될 확률이 50% 이상이고, 갱신을 해준다고 해도 수리 조건들이 붙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특히 갱신이 거부되면 신규 가입을 해주는 보험사가 없다는 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한숨 지었다.  

캘리포니아의 주택보험 대란 사태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주택보험 갱신 조건을 까다롭게 내걸면서 거부 사례가 크게 늘어나는가 하면,  신규 가입 중단이 풀리지 않아 한인 등 홈 오너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인 보험업게에 따르면 최근 엄격해진 인스펙션을 통과하지 못해 갱신이 거부된 한인 홈오너들이 크게 늘었다. 지붕 마모에서 퓨즈박스에 이르기까지 여러 꼬투리를 잡아 갱신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험사들의 인스펙션도 더 잦아지는 등 주기가 빨라졌다.   

한 보험 관계자는 “인스펙션에서 가장 많이 보는 것이 지붕인데, 25년이 넘었다면 문제가 될 확률이 아주 크다”며 “업체에 따라 수리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아예 갱신을 해주지 않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주택 보험 대란은 부동산 거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잘 진행되던 거래가 바이어가 구입하려는 매물이 보험사를 찾지 못해  에스크로가 깨지기도 한다”며 “보험 대란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주택시장에도 부정적”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특히 산불 위험 지역에 있는 주택은 엄청나게 비싼 보험료를 감수하거나 신규 보험 가입을 못해 모기지 대출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보험업체는 신규 보험을 판매하면서 ‘건축 15년 미만’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 지은 지  70~100년이 주종을 이루는 LA한인타운의 다수 주택들은 신규 가입 자체가 봉쇄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신규 주택보험 가입이 어려운 홈오너들이 마지막 탈출구로 여기는 캘리포니아 주 보험국의 제한적인 주택보험인 ‘페어플랜(Fair Plan) 역시 최근 보험료가 2배 가량 치솟으면서 홈오너들의 부담을 가중 시키고 있다. 

보험사들이 신규 가입을 중단하고 갱신마저 제한하는 이유는 캘리포니아에 빈발하는 가뭄과 산불 등 자연 재해가 잇달아 피해 보상이 눈덩이처럼 커진 데다, 건축 자재비와 인건비 급등으로 인해 보험사의 비용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주 보험당국과 보험사들은 요율에 대한 협상만 벌이고 있어 한동안 주택보험 대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해광 기자 hlee@chosun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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