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남성 반자동 소총 난사… 10명 사망, 10명 중경상
트란의 총격을 받은 한 아시안 남성이 구급차에 실리고 있다. 왼쪽은 CCTV에 잡힌 용의자 트란의 모습. /NBC 뉴스
몬터레이파크 댄스 스튜디오서
70대 용의자, 경찰과 대치끝 총격 자살
설날 축제에 찬물, 바이든 대통령도 애도
사상자 대부분 50세 이상
음력설을 하루 앞둔 21일 LA 동부 아시안 밀집도시인 몬터레이파크의 한 댄스 스튜디오에서 70대 아시안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10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용의자는 베트남계 또는 중국계 추정 후 칸 트란(Huu Can Tran·72)으로 밝혀졌다.
LA카운티 셰리프국(LASD)에 따르면 사건은 이날 밤 10시 22분께 몬터레이파크 다운타운에서 약 7마일 떨어진 122 웨스트 가비 애비뉴에 위치한 '스타 댄스 스튜디오(Star Dance Studio)' 에서 발생했다. 트란의 집중사격으로 10명이 사망하고, 10명이 크게 다쳤다. 사상자 대부분은 50세 이상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스튜디오에서 많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왔으며, 중무장한 경관들이 내부로 진입했다. 사망자들은 모두 현장에서 숨졌고, 부상자들은 모두 병원으로 이송됐다. 일부는 중태이다.
트란은 현장에서 흰색 카고 밴을 몰고 도주했으며, 총격 17분 후 인근 알함브라 교외의 또 다른 댄스홀인 '라이라이 볼룸 스튜디오(Lai Lai Ballroom & Studio)'에 총기를 들고 침입했지만, 직원들로부터 총을 빼앗기자 밖으로 나가 다시 차를 몰고 달아났다.
트란의 밴은 사건 다음날인 22일 오후 1시께 토런스 시내 호손과 시펄베다 불러바드 인근에 위치한 주차장에서 발견됐으며, 경찰이 차를 에워싸자 트란은 한동안 차에서 나오지 않고 경찰과 대치하다 운전석에 앉은 채 권총으로 자살했다. 경찰은 트란이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사상자들의 구체적인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사건 현장에 있었던 주민 웡웨이는 화장실에 있을 때 총격이 시작됐다고 증언했다. 화장실에서 나온 그는 총을 난사하는 용의자 주변에 남녀 시신 3구가 널린 모습을 보고 바깥으로 탈출했다고 말했다. 그가 본 시신 중에는 해당 댄스 스튜디오 주인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총격 사건이 발생한 스튜디오 맞은 편에서 ‘클램 하우스 시푸드 바비큐(Clam House Seafood Barbecue)’ 식당을 운영하는 한인 최승원씨는 LA타임스(LAT)와의 인터뷰에서 “세 사람이 식당으로 뛰어들어 반자동 소총을 소지한 남자가 있다며, 출입문을 잠글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즐겁게 보냈어야 하는 음력 설에 끔찍한 총기 폭력이 발생했다”며,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클 무어 LAPD국장은 “음력 설을 기념하는 아시안 커뮤니티 전체에 순찰을 강화하고 신년 축하 행사를 주관하는 모든 주최측과의 대면 미팅을 주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총격사건은 이 지역에서 가장 큰 명절 이벤트 중 하나인 설날 축제를 시작하기 위해 수만명이 모인 행사장 근처에서 발생했다. 몬테레이파크 인구는 약 6만 1000명이며, 이 중 66%가 아시안이다. 알함브라는 주민의 50%가 아시안으로 알려졌다.
우미정 기자 mwoo@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