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Hanbok)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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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Hanbok)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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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이화웨딩앤한복 로라 박 대표가 인기 한복을 소개하고 있다. / 우미정 기자


이화웨딩앤한복 로라 박 대표


4대째 가업이어 32년간 매장운영 '한복장인'

10월 7일 스미스소니언박물관 페스티벌에

한복 업계 한인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아  

"한복·소품 공개하며 우리 옷 우수성 알릴 것" 

"경제 어렵지만 한인들 풍성한 한가위 되길"



“한복은 문화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의(衣)’다. 더 이상 한국 전통드레스(Korean Traditional Dress)가 아닌 ‘한복(Hanbok)’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어 그 의미가 크다. 


지난 32년 간 LA한인타운에서 한복전문매장을 운영해 온 이화웨딩앤한복(Leehwa Wedding and Hanbok)의 로라 박 대표(한국명 박이화)는 오는 10월 7일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 개최하는 ‘추석 패밀리 페스티벌’에 한복업계에 종사하는 한인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됐다. 그는 스미스소니언 페스티벌에서 직접 디자인한 한복 25점과 패션소품들을 선보이면 한복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예정이다. 


외증조 할아버지부터 시작해 4대째 가업을 이어받아 한복사업을 하고 있는 박 대표는 늘 옆에서 보고자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복사업에 뛰어들었다. 오랜 기간 해당 업종에 종사한 부모의 영향으로 박 대표의 진로선택은 너무도 당연했다. 박 대표는 한복사업에 열중하다 보니 한복을 향한 내면의 꿈틀거리는 ‘끼’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열정을 40대 중반에 발견했으니 인생은 연극이 아닐까? 


지난 26일 본지와 인터뷰한 박 대표는 “한복사업을 하려면 자기만의 ‘쟁이’ 기질이 있어야 한다”며 “양복쟁이 또는 한복쟁이 등 기술자로서의 천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복사업이 블루오션이긴 하지만, 선뜻 뛰어들 수 없는 난이도가 높은 업종이라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1989년 집에서 원단판매를 시작한 이래 32년 간 한인타운에서 한복사업을 꾸준히 이어오기까지 큰 결단이 필요했다. 박 대표는 “정적인 한복 비즈니스보다 식당 운영이 잘 맞을 거 같다는  지인들의 추천으로 40대 초반에 한식당 개업을 시도했었다”며 “하지만 에스크로까지 오픈한 상황에서 잔금을 치르는 날, 한복이 천직임을 깨닫고 30%의 디파짓을 과감하게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복사업에 전념할 수 있었다는 박 대표는 “(한복이)내 가업이자 천직이었다”고 말했다. 


청각장애 판정을 받은 아들을 둔 박 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육아에 전념하라는 질책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박 대표는 “아들이 청각장애라는 판정을 받았을 때는 돈 많이 벌어서 최고로 좋은 보청기를 해주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며 “해마다 패션쇼만 8회 진행해야 할 만큼 바쁜 사업과 육아를 병행했지만 아들은 내 사업을 이끌어 나가게 해준 가장 큰 선물이다”고 말했다.


한복이 우아하고 고급스럽지만, 주류사회에 진입하려면 ‘핏’과 ‘섹시감’이 필요했다는 박 대표는 한복에 현대 디자인인 양장을 입히는 차별화 정책을 펼쳤다. 이 같은 변화를 줄 수 있었던 것은 2006년 늦깍이 대학생으로 패션스쿨 FIDM에 입학해 디자이너로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연구를 한 덕분이다. 


패턴 없이 직선과 곡선만으로 만들어지는 한복에 ‘핏’을 넣어 기교를 표현한 박 대표의 한복에 관심을 갖는 비한인 손님만 이제는 80%가 넘는다. 박 대표는 손님들이 웨딩, 폐백, 이브닝 드레스, 할로윈데이 등의 용도로 많이 찾는 한복을 직접 한 땀 한 땀 떠서 제작한다. 맞춤형 수선한복인 셈이다. 박 대표는 “K팝과 문화가 인기를 끌면서 지난 1990년대 상호명 ‘이화한국전통드레스’에서 현재 ‘이화웨딩앤한복’으로 상호명을 바꿀 만큼 한복의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성장에는 든든한 지원군인 딸 에스텔라(31)씨의 공이 컸다. UC샌디에이고에서 공부를 마치고 8년 간 박 대표 사업을 도운 에스텔라씨는 한복 비즈니스를 주류사회로 펼치기 위해 변호사의 전문지식이 필요함을 깨닫고 지난 2021년 미시간주에 있는 법대에 입학해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 


내년이면 60살이 되는 박 대표는 “결말을 잘 짓고 싶다”며 “11월 규방공예 바느질 수업을 주 1, 2회 진행해 제자 발굴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단, 바느질을 ‘기술’로 생각하는 사람은 사양한다. 바느질은 ‘힐링’이며 마음의 양식을 얻을 수 있는 동작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박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불안한 경제상황 속에서 올해 추석이 마음에 위안을 얻을 수 있는 풍요로운 한가위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복전문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예약제로 사업체를 운영하고, 스미스소니언재단에 납품을 하면서 한복을 미 전역에 있는 박물관 기프트숍에서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대표는 “내달 7일 워싱턴 DC에서 진행되는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 ‘보자기 래핑’을 보여주는 워크숍을 진행하고, 직접 디스플레이 한 한복과 한복 원단을 이용한 핸드메이드 귀걸이 소품 판매 등 총 아이템 65점을 소개하며, 한복 알리기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보자기 래핑은 환경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박 대표가 스미스소니언 측에 직접 제안한 특별 워크숍이다. 보자기 백(Bag)’, 카프(Scarf)’ 보자기 등 얼마든지 활용 가능한 한국 전통의상이 지닌 재활용 가능한 친환경 면모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1985년 도미한 박 대표는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으며, 평안도에서 원단장사를 한 외증조 할아버지부터 시작해 한복을 만든 외할머니와 동대문시장에서 포목상을 운영한 어머니로부터 한복 비즈니스를 물려받았다. 


우미정 기자 mwoo@chosun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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