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하다 반려견까지'…공원산책 중 마약에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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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하다 반려견까지'…공원산책 중 마약에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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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몬트주에 사는 한 여성이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과 자일라진 혼합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20대 딸의 묘를 방문해 비석을 만지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AP 


거리에 남겨진 마약성분 먹고 응급실

이번엔 '자일라진' 혼합약 확산에 '비상'

DEA "시중 마약성분의 25~90% 함유" 

펜타닐보다 중독성 강하고 효과 지속

규제약물로도 지정돼 있지 않아 문제


온갖 곳에 마약이 넘쳐난다. 마약성분을 넣은 사탕과 과자로 어린이가 위험에 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최근 한국에서는 길거리 시음용 음료수에 마약을 타서 범죄에 악용하는 일이 벌어져 한바탕 난리가 났다. 그런데, 사람들만 영향을 받는 게 아니다. 이제는 반려동물을 위해서도 마약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판이다.  


방송 매체 KTLA 5는 12일 인터넷판에서 공원산책 중 개가 거리에 버려진 마약류를 먹고 동물병원 응급실로 가야 했던 뉴스를 전했다. LA인근 스튜디오파크에 사는 한 주민은 2주 전 4살짜리 반려견과 공원산책을 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서 개가 이상반응을 보였고, 동물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병원 측에서는 개가 마리화나 추출물인 THC(테트라하이드로캔나비놀)와 코카인 혼합물을 섭취한 것으로 파악했다.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거리에서 대마초, 코카인을 거래하거나 투여한 흔적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정도로 거리 자체가 마약에 지배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아도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이번엔 동물 진정제인 자일라진(Xylazine)을 혼합한 특수마약 '트랭크(Tranq)'가 무차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해서 연방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CBS, KTLA 5 등에 따르면 연방마약단속국(이하 DEA)이 지난해 시중에 유통되는 마약을 압수해 성분을 조사한 결과, 자일라진이 4분의 1 수준으로 발견됐다. 


워싱턴DC 등 50개 주 가운데 36개 주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함유 사례가 9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30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1971년 승인된 자일라진은 말과 소·코끼리를 마취하거나 고양이 구토유발을 위해 흔히 사용된다. CBS는 백악관 산하 국가마약통제정책국(ONDCP)의 자료를 인용해 트랭크를 신체에 투여할 경우 '가피(痂皮·eschar)'와 같은 부스럼딱지가 생기는 동시에 폐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고 호흡을 강제로 늦춰 소량 복용에도 죽음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이 약물은 4~6시간 동안 효과가 지속되기에 1~3시간 가량의 펜타닐에 비해 중독성 또한 더 높다는 게 연구진들의 입장이다. 문제는 자일리진이 규제약물로 지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치료제도 아직 개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라훌 굽타(Rahul Gupta) ONDCP 박사는 "자일라진을 비롯한 이를 혼합한 트랭크가 전국에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있다"며 "특히 이 약물은 뼈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침에 따라 팔과 다리를 절단하는 사례도 늘고 있지만 중독성이 강해 금단증상을 견디지 못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10만7000명이 약물 과다복용으로 숨진 것으로 집계됐는데 대부분 사망 원인이 펜타닐 등 오피오이드 관련 계통 마약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6일 LA다운타운 한 아파트에서 남녀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는데 검시소 부검 결과, 자일라진과 펜타닐이 섞인 트랭크 성분이 검출됐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4명이 이로 인해 사망했다. 


구호단체 Union Rescue Mission 관계자는 "하루 평균 5명 정도의 노숙자들이 혼합약물에 의해 목숨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주진희 기자 jjoo@chosun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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