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범죄에도 무대응…한인 입주자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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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르는 범죄에도 무대응…한인 입주자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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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범이 20만달러 상당의 금품을 털어간 금고. / 독자 제공

LA 다운타운 밴나이스 아파트 전경. / Google Maps



LA다운타운 밴나이스 시니어 아파트 

20만달러 상당 금품 털려 

관리사무소·경찰, 모르쇠 일관


한인 시니어가 다수 거주하는 LA 지역 노인아파트에서 기물 파손 및 절도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어 입주자들이 관리사무소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아파트 매니지먼트는 물론 경찰도 특별한 방범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주민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7일 본지가 독자 제보를 바탕으로 사건을 취재한 결과, LA 다운타운에 위치한 밴나이스(Van Nuys) 시니어 아파트에서 지난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이 같은 기물파손 및 절도범죄가 발생해 왔다. 약 2년 전부터 범행 주기가 급격히 잦아졌고 최근에는 갈고리, 망치 등으로 출입문을 부수고 아파트 내부로 침입하는 등 범죄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고 입주자들은 주장했다.


이 아파트는 11층(층별 약 25~28세대) 규모의 건물로, 총 300세대가 거주하고 있으며 한인 비율은 80%에 달한다. 피해자는 모두 한인이며 평균 연령은 65~80세로, 대부분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 등을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입주자 A씨(80)는 이달 3일 잠을 자다 현관문이 부서지는 봉변을 당했다. A씨는 "새벽 3시쯤 망치 같은 흉기로 무언가를 부수는 소리에 잠이 깼다"며 "무슨 소리인지 파악하려고 현관문으로 향하던 중 문고리가 떨어져 나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당황해서 '누구야!'라고 소리쳤더니 범인이 다급히 도망쳤다"며 "숨이 가빠지고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 앉았고 이후 잠을 한 숨도 못잤다"고 호소했다. 


다른 입주자 B씨는 금고 안에 넣어둔 20만달러 상당의 금품을 도난당했다. B씨는 "45년 전 미국으로 이민와서 힘들게 번 돈이었다"며 "자식들과 불우이웃를 돕기 위해 모아둔 돈이었는데 이렇게 분하고 억울할 수가 없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금고는 이사올 때 4명의 건장한 어른이 달라 붙어 옮겨야 할 만큼 무겁고 튼튼한 구조인데 잠시 외출했다 돌아오니 금고가 부서져 있었다"며 "2명 이상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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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 같은 범죄는 주로 새벽 2시~3시 사이에 발생하고 있다.  입주자들은 오랫동안 범죄 때문에 고통을 받아왔다며 수차례 민원을 넣고 보안조치를 취해달라는 의견을 관리사무소에 전달했지만 추가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CCTV는 1층 로비 입구를 제외하곤 모든 층에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만약 범죄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구체적인 정황은 물론, 용의자 식별 조차 어렵다는 의미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입주자들로부터 금품 도난 및 주거침입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면서도 "용의자도, 증거도 부족하고 개인적으로 발생한 사고라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LAPD는 신고를 받고 피해 당사자가 아닌 관리 사무소 직원에게 범죄 발생 시점만 물은 뒤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자 C씨는 "LAPD에 전화해 사람이 죽어야 문제를 해결할 거냐고 묻자 '조사할 사건들이 많아 순서대로 처리해야 해서 당장 해결은 어렵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가만히 있으면 정말 큰 일이 날 것 같아 다른 입주자들과 힘을 합쳐 공문을 아파트 매니지먼트에 보내고 언론에 알리는 등 공론화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입주자들이 작성한 공문에는 층마다 보안 카메라를 설치하고, 경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주진희 기자 jjoo@chosun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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