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 주택보험 시장은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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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 주택보험 시장은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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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의 주택보험 시장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이글락의 주택가 전경. /이해광 기자 

 

해결책 '감감' 속 가입, 갱신 거부만 늘어   

탈출구 ‘페어플랜’ 하루 1천건 몰리기도   

전체 시장 3% 커버 불과 '리스크'만 커져 

갱신해줘도 보험료 20~30%대 인상 예사   

'구입 전 보험부터 찾자'홈 바이어도 비상 

 

 

캘리포니아의 주택보험 대란 사태가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으면서 주택시장의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주요 보험사들이 잇따라 시장에서 철수하고 기존 보험사들도 신규 가입을 허용하지 않거나 갱신을 거부하면서 홈오너들은 갈 곳을 잃고 있으며, 가뜩이나 움츠려 든 주택 판매시장에 까지 악재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주택 보험 신규 가입과 갱신이 힘들어지면서 홈오너들의 마지막 탈출구로 여겨지는 캘리포니아 보험국의 제한적 주택보험 ‘페어플랜(Fair Plan)'에는 신규 신청이 물 밀듯 밀려 들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주택보험 대란이 본격화 된 지난 9~10월 사이에는 하루 1000건씩 신청이 쇄도하기도 했으며 이후에도 매주 평균 1000건이 접수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페어플랜 가입 건수는 10월 기준 34만건으로 2018년과 비교할 때 두 배나 치솟았다. 

하지만 ‘페어플랜 역시 가입자가 몰리는 상황에서 최근 보험료가 평균 15%나 상승했으며 지역에 따라서는 최대 2배 가량 뛰었다. 게다가 신규 가입자에 대한 인스펙션도 강화하는 추세라 홈 오너들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페어플랜이 커버하는 주택은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다. 전체 주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8년의 1.6%에서 상승하기는 했지만 현재 3%에 불과하다.  

게다가 일반 주택보험사가 가입을 제한하거나 허용하지 않은 산불 위험지역 주택을 대거 받아주면서 리스크도 커지는 상황이다. 페어플랜측에 따르면 리스크에 노출된 액수는 2018년 500억여 달러 정도에서 현재는 6배 가까운 2900억달러에 달한다. 

겨우 주택보험 갱신을 한 홈오너들도 크게 오른 보험료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다. 산불과 큰 관계가 없는 LA한인타운 한복판의 단독주택의 경우도 20~30% 인상은 예사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인타운 단독주택을 소유한 정모씨는 “최근 인스펙션을 받은 후 보험료가 연 1800달러에서 2300여달러로 500달러 이상 올랐다”며 “크게 바뀐 조건이 없는데 생각보다 너무 인상 폭이 커 가계에 부담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갱신이 거부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았다. 실제 캘리포니아 보험국에 따르면 주택보험 갱신을 못한 주택은 해마다 늘어 2018년 전체의 11%에서 2021년에는 13%로 상승했다.  

주택보험 대란으로 주택시장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예비 홈바이어들은 주택 구입 전 보험부터 찾아야 거래 성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험이 없다면 모기지 대출을 받을 수 없다”며 “요즘  보험사를 못 찾아  에스크로가 깨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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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캘리포니아 주택보험 시장은 상위 12개 보험사 중 7곳이 지난해 신규 가입을 중단하거나 제한하는 등 악화일로다. 또 소형 주택보험사 4곳이 내년부터 캘리포니아에서 주택보험 갱신을 불허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AARP보험은 내년 3월부터 주택보험 가입 요건을 크게 강화해 산불위험 점수가 12점미만(최대 32점)인 주택에 대해서만 보험 가입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에 빈발하는 가뭄과 산불 등 자연 재해가 잇달아 피해 보상이 눈덩이처럼 커진 데다, 건축 자재비와 인건비 급등으로 인해 비용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의 연 평균 보험료가 주택 커버리지 25만달러당 1225달러로 전국 평균보다 17%나 낮은 것도 보험사들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택보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캘리포니아 민주당 의원 30여명은 이번 주 리카르도 라라 주 보험 국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캘리포니아의 보험 시장이 혼란에 빠져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해광 기자 hlee@chosun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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