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문 나서면 '백수'… 부모·자식 모두 속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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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문 나서면 '백수'… 부모·자식 모두 속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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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졸자, 취업 특히 어려워

젊은층 55%, 부모와 함께 거주

3년 간 무직자 생활, 집에서 게임만

전문가들 "구박은 금물, 격려해줘라"


대학에 진학하면서 부모곁을 떠나 독립했다가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결국 다시 부모 집으로 돌아와 ‘백수’ 생활을 하는 한인 젊은이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것을 당연시해온 미국사회에서 성인이 된 자녀를 부모가 다시 떠안아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자녀는 자녀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마음고생을 하며 한 지붕 아래 서로 눈치보는 삶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여름 타주에 있는 사립대를 졸업한 아들을 둔 김모(51·라크레센타)씨는 “아이가 대학을 졸업한지 1년6개월이 지났는데 아직 집에서 백수로 지내고 있다”며 “주중에는 하루종일 집에서 게임을 하고, 주말에는 고등학교 때 친구들을 만나서 놀기 바쁘다. 세월만 흘러서 나이 서른이 돼도 아이를 데리고 살까봐 두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부부가 맞벌이를 한다는 박모(53·세리토스)씨는 “아들이 대학졸업장을 딴지 3년이 지났는데 백수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너 스스로 밥벌이는 해야하는거 아니냐고 다그치면 눈물을 뚝뚝 흘리니 나가라고 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언제까지 내가 버틸 수 있을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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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도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느낌이다. 전공 불문하고 취업시장에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리기 때문이다. 많은 부모들이 내 자식도 졸업 후 백수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밤잠을 설친다. 손모(48·노스리지)씨는 “아들이 대학 졸업반이고 톱10 대학에서 컴퓨터사이언스 전공인데 200군데 원서를 뿌려도 인턴십을 구하지 못해 풀이 죽어 있다”며 “고등학교 때 우등생에다 클럽, 악기, 운동 등 허술하게 한 게 하나도 없었는데 무슨 말로 위로를 해줘야 할지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한 가정상담 전문가는 “실제로 대학을 졸업한 백수자녀와 사는 한인들이 있는데 대개는 아이를 구박하고 잔소리를 퍼붓는다”며 “하지만 그럴 경우 자녀는 자존감이 낮아져 살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며 좌절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선 ‘지금은 집에 있지만 너는 언젠가 큰 일을 할 것이다’하는 식으로 칭찬하고 격려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지난 19일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2022년 현재 미국 젊은층의 55%가 부모와 한집에 거주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그닥 좋지 않은 취업시장, 학자금 융자빚 등이 주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북가주 소노마 카운티에 거주하는 루카스 정(22)씨는 “지난 5월 대학을 졸업했는데 고소득 직장을 구할 수가 없어 시급 19.20달러를 받고 호텔 프론트데스크에서 일한다”며 “올해 대학을 졸업한 젊은층이 좋은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구성훈 기자 sgoo@chosun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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