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똑똑하고 우수한 학생도 불합격 가능"
2024년 가을학기 대학들의 조기전형 입시결과가 12월 중순께 발표된다. USC 캠퍼스. /USC
대학들의 입학심사 기준은
해마다 필요로 하는 것 달라, 대학마다 다른 '입시 루브릭' 사용
입학사정관 개인 선호에 따라 당락여부 결정될 수도
12월 중순이 되면 얼리 액션(EA), 얼리 디시전(ED) 등 2024년 가을학기 조기전형 입시 결과가 속속 발표될 것이다. 추수감사절 연휴를 보낸 학생들은 조기전형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한편 보통 연말연시를 전후로 마감되는 대학들의 정시지원 원서 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시니어들이 대학에 제출한 원서들을 대학은 어떤 기준으로 읽고, 합격 여부를 판단할까? 어떤 학생이 더 경쟁력이 있고, 더 높은 자격을 갖추었다고 믿을까?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학들의 입학사정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최고의 성적을 보유한 학생만 합격시킨다면 결정이 쉬울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대학들은 어떤 기준으로 원서를 심사하는지 살펴본다.
◇대학 입시 루브릭
대입 원서에는 많은 요소들이 포함된다. 에세이, 고등학교 성적, 추천서, 과외활동 내용, SAT 또는 ACT 등 표준시험 점수, AP 시험 점수, 인터뷰, 수상경력 등이 들어간다. 대학은 이들 요소들에 대해 어떻게 가중치를 둘까?
종합평가(홀리스틱 리뷰)에는 수치로 환산되지 않는 항목들이 있기 때문에 대학은 자체적으로 '입시 루브릭(admissions rubric)' 이라는 것을 가지고 원서의 강점을 평가하는데 이용한다. 심사를 위해 대학이 자체적으로 정립한 규칙을 가지고 해당 원서가 그 대학의 입시 기준에 부합하는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각각의 원서 내용을 심사할 때 대학들은 기본이 되는 벤치마크(benchmark), 즉 표준이 되는 지수를 정립한다.
이 지수는 보통 전년도 기준을 근거로 한다. 지원자들은 그 벤치마크에 기반한 각각의 카테고리에서 점수를 받는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의 시험 점수가 벤치마크보다 아래에 있다면 이 학생은 1점을 받을 수 있다. 벤치마크에 부합한다면 2점, 벤치마크보다 높다면 3점을 부여 받을 것이다. 대학마다 다른 루브릭을 사용하고 심사 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같은 기준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대학은 이런 접근법을 사용한다.
◇대학이 필요로 하는 것
가장 성적이 우수하고 똑똑한 학생이 반드시 합격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의 목표와 필요에 따라 신입생 구성에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고려된다. 종종 대학은 특별한 지원자 그룹, 즉 레거시나 운동선수 등에게 우선권을 준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대학에 지원하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합격한다는 뜻은 아니다.
일반적인 합격 기준에 비해 원서에서 추가적인 가중치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레거시나 리크루트 된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 지원자의 경우 이 제도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대학이 그 해의 신입생 구성원에게 특별히 필요하거나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그 스킬을 갖춘 지원자에게 더 가중치를 둘 것이다.
◇신입생 정원
2023년 가을학기 신입생 자리를 두고 하버드대에 지원한 학생의 숫자는 거의 5만 7000명으로 이 중에서 겨우 3.45%만 합격했다. 그러나 정말 3.45%만의 학생이 입학 자격을 갖추었을까? 당연히 이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합격생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의 자격을 갖추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탑 티어 대학에는 입학 기준에 맞는 학생들만 해도 몇 해 분량의 신입생 숫자가 몰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을 모두 선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매년 정해진 인원만 합격시키고, 수많은 잠재적 합격생을 거절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합격 결정은 때론 임의적
입시 경쟁이 치열한 대학에서 입학 사정관들은 경쟁력이 비슷한 원서들을 무수히 많이 본다.
이들 원서 가운데 입학 사정관들은 상세한 디테일을 모두 읽고, 어느 지원자가 신입생 구성원으로 가장 적합할지 구별해내야 할 것이다. 이 시점이 되면 원서의 어떤 요소라도 합격과 불합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수만 개의 원서를 매년 접수하는 탑 대학들은 어쩔 수 없이 우수한 학생들을 거절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이처럼 결정이 쉽지 않다 보니 합격 결정에 때로 임의적인 분류가 작용하기도 한다. 입학 사정관의 개인적인 선호에 따라 당락이 갈리기도 하는 것이다.
A라는 입학 사정관이 B라는 입학 사정관보다 더 강력한 의견을 낼 수도 있다. 이 결정이 쉽지 않다 보니 때로는 분명한 이유 없이 한 학생은 합격하고 다른 학생은 불합격하기도 한다.
지극히 현실적으로 봤을 때 대학의 선택은 자의적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지원자에게 무엇을 의미할까? 드림스쿨만으로 지원할 대학의 리스트를 짜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리치 스쿨, 타겟 스쿨, 합격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세이프티 스쿨 등 3가지 카테고리로 적절하게 안배해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 몇 개 대학으로부터 합격통보를 받고 느긋하게 진학할 대학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김수현 교육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