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경 한달째… 경찰은 제자리 걸음
이용자씨는 얼마 전 일반 병실로 옮겨졌으나 여전히 위중한 상태다. 작은 사진은 메리 센데하스(1지구) 시의원 / 이씨 가족, 롱비시 시의회 홈페이지
1월 말 롱비치 한인 업주 피격… 용의자는 여전히 오리무중
CCTV 활용도, 피해자 추가 조사도 없어 “안 잡나, 못 잡나”
관할 시의원 "사건 주시하겠다"… 그나마 경찰 태도 달라져
특별취재 - 이용자씨를 집으로 1단컷
자신이 운영하던 리커스토어에서 괴한의 흉기에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진 롱비치 한인 이용자(65)씨는 사건 한 달이 지나도록 여전히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단 위험한 고비는 넘겼지만, 아직도 혼자 숨쉬기도 곤란해 인공호흡기에 의존한다. 전신에 감각이나 움직임도 쉽지 않고, 후유증이 심해 의료진은 평생 장애를 걱정한다.
본지는 롱비치 경찰과 시의회에 이용자씨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며 한달 째 취재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이씨의 쾌유와 가족들에 대한 따뜻한 응원을 독자들에게 호소한다.
이용자씨 사건은 발생 한달이 넘도록 용의자 검거에 이렇다할 진전이 없어, 당국의 수사 의지에 강한 의문이 드는 실정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롱비치 경찰의 공보관 브랜든 파헤이는 28일 통화에서 “아직까지 용의자를 입증할 구체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계속해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만 언급했다.
사건은 지난 1월 30일 낮 11시 50분께 롱비치 900블록 이스트 브로드웨이에 위치한 업소에 신원 미상의 타인종(흑인) 남성이 침입해 업주 이씨를 날카로운 흉기로 공격한 뒤 도주했다. 이씨는 목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갔다. <본지 2월 10일자 A1면 보도>
본지는 사건 초기부터 수차례에 걸쳐 롱비치 경찰을 통해 수사 진행 과정에 대한 브리핑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알맹이 없는 답변으로만 일관하며 용의자의 인상착의나 신상 파악은 고사하고 이렇다 할 단서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들게 만들었다.
본보는 지난 달 22일 이같은 사실을 사건 발생 지역을 관할하는 롱비치 메리 센데하스(1지구) 시의원에 알리며 피해자 가족을 대신해 지원을 호소했다. 그러자 센데하스 시의원은 "이 사건을 유심히 지켜보겠다. 수사 과정을 조사하고 경찰로부터 얻은 모든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협조 약속을 받았다. 또 센데하스 의원실 보좌관인 엔보니 피어슨을 통해 롱비치 경찰의 사건 담당 커맨더(단 모크, Don Mauk)를 소개받았고, 그를 통해 수사 진행 과정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결과 경찰에 제출된 사건 보고서에는 이씨가 생명에 지장이 없는 부상을 입고 지역 병원으로 이송됐다고만 간략히 서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호흡기 없이 자체 호흡이 어렵고, 전신의 마비 증세와 심각한 후유증에 대한 의료진이나 피해자 가족의 진술은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업소 내부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에 녹화된 용의자의 모습과 범행 장면이 버젓이 있는데도, 이를 수사에 활용하겠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파헤이 공보관은 “수사를 진행하는 동안 사건 영상을 공개하는 것이 수사에 도움이 되거나 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관련 부서의 공공 커뮤니케이션(기자회견, 소셜 미디어)을 통해 공개수배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28일 현재까지도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씨의 딸 엘린 이(36·이슬기)씨는 "하루 속히 범인을 잡아야 한다. 의사 소견과 용의자가 찍힌 영상을 보면 그냥 단순 강도가 아니라 살인을 하려고 사람을 다치게 한 게 분명하다"고 분노했다. 딸 이씨는 또 “사건 당일 이후 이제까지 경찰은 우리 가족들에게 아무런 연락도 없고, 추가 조사도 하지 않았다”며 “그렇게 위험한 용의자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여전히 길거리를 활보한다는 것이 너무 끔찍하다”고 또 다른 피해를 걱정했다.
우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