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앞두고 아버지 <도산 안창호> 곁으로
작년 12월에 열린 고 안필립(큰 형) 선생에 대한 대통령 표창 전수식. 생전의 마지막 공식적인 자리였다. 왼쪽이 부인 앤 여사, 오른쪽은 박경재 전 LA총영사. /LA총영사관
2차 대전 당시 군에서 활약한 3남매. 왼쪽부터 안필영, 안필립, 안수산. /국가인도기금
도산 3남 랄프 안 26일 타계
독립운동 기리는 작업에 앞장
LA한인회 “커뮤니티 장례 준비”
도산 안창호의 3남 랄프 안(안필영) 옹이 26일 타계했다. 96세. 안타깝게도 3·1절을 이틀 앞두고 비보가 전해졌다.
주변에 따르면 고인은 작년 말부터 노환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 이후 자택과 병원, 호스피스 병동을 오가며 투병 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으로는 부인 앤 여사와 두 딸(수 엘렌, 사리아)이 있다.
고인과 함께 많은 활동을 했던 대한인국민회 윤효신 이사장은 27일 “슬프고 절망적인 소식이다. 우리도 오래 전부터 연락이 잘 안돼서 걱정을 많이 하던 차였다”며 “앤(부인)도 전화를 받지 않고, 친척들도 우려를 많이 했다”고 애도했다.
윤 이사장은 또 “3·1절이나 4·11(임시정부 수립기념일) 같은 행사 때면 우리와 늘 함께 해 주셨다. 최근에는 옛 단소 사적지 지정을 위한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셨다”고 기억했다. 대한인국민회 민병용 부이사장도 “지난 해 가을부터 안 좋으셔서, 만일에 대비해 추모 행사 등을 걱정하고 있었다”고 술회했다.
고인은 대한인국민회 외에도 흥사단, 광복회 등 커뮤니티 단체들과 교류하며 도산의 업적이나 미주 한인들의 독립운동 역사를 기리고 돌아보는 작업에 앞장섰다.
도산 슬하의 3남 2녀는 모두 LA에서 성장하고 활동했다. 장남 안필립(1978년), 차남 안필선(2001년), 장녀 안수산(2015년), 차녀 안수라(2016년)씨가 차례로 타계했고, 랄프 안 옹이 유일하게 남아 있던 직계 후손이었다. 막내 아들의 출생 무렵 안창호 선생은 중국 상하이에서 임시정부를 설립하고 있어 고인은 부친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항상 아버지를 존경했고, 그 업적과 용기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술회했다.
고인은 1940년대 둘째 형(필립), 큰 누나(수산)와 함께 미군 제복을 입고 근무해 화제가 됐다. 해군에서 복무한 뒤, 제대해서는 형 필립처럼 영화배우로 활동했다. 미국이 일본과 싸우던 2차 대전 당시 현역 군인으로 복무한 삼남매의 활동상은 초기 교민사회의 자랑으로 알려졌고, 미국 내 소수 인종 활약상의 모범 사례로도 언급됐다.
LA한인회는 27일 성명을 통해 “고인은 도산의 정신과 신념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평생을 바치셨다. 독립운동가들의 염원을 우리 세대까지 이어주신 정신적 지도자였다”며 “LA한인 커뮤니티를 대표해 안타까운 소식에 깊은 애통함을 느끼며, 유가족들에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애도했다.
주변에 따르면 고인은 2년 전부터 "조용히 화장해서 묻어달라"는 유지를 남겼다. 그러나 제임스 안 LA한인회장은 “커뮤니티 차원의 최대한의 예우를 갖출 수 있도록 유가족과 협의되는 대로 한인단체들과 함께 커뮤니티 장례(사회장)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