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서울 노선> 운임, 좌석수, 마일리지, 서비스 유지하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이 공정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8부 능선을 넘었다. 조선DB
공정위, ‘대한항공 + 아시아나’ 승인
주요 노선 행태적·구조적 조치 부과
“승객 서비스 품질도 후퇴해선 안돼”
슬롯·운수권 이전 향후 10년간 이행
항공업계 “합병 시너지 반감 우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승인했다. 단, 독점 우려가 있는 LA~서울 등 주요 국제 노선에 대해서는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운임 인상 제한과 같은 행태적 조치와 구조적 조치를 부과했다. 이로써 인수 작업은 8부 능선을 넘었다.
공정위는 22일(한국시간)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1월 공정위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한 지 1년여 만이다. 포괄적인 승인안 중 남가주 한인 소비자와 관련된 부분을 중심으로 점검한다.
◇ 운임 인상 제한 등 ‘행태적 조치’
공정위는 LA를 포함한 미주 5개 노선(뉴욕,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호놀룰루)이 두 회사의 결합으로 시장 집중도가 최대 100%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판단했다. 두 회사에 대한 선호도가 모두 높아 소비자들이 다른 항공사로 바꾸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돼, 가격 인상률이 높고 다른 회사의 경유 편이 유효한 대체 수단이 되기는 어려운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단기간에 새 항공사 진입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소비자(승객)에 불이익이 전가되는 것을 막기 위한 '행태적 조치'를 부과했다. 이를테면 각 노선에 대한 운임을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인상하는 것을 제한하고, 공급좌석 수를 2019년 수준의 일정 비율 미만으로 축소하는 것을 금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좌석 간격과 무료 기내식, 수하물 등 서비스 품질도 유지하도록 했다. 마일리지는 두 회사가 2019년 말 시행한 제도보다 불리하게 변경해선 안 되며, 기업결합일로부터 6개월 안에 양사 통합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통합안은 공정위가 추가 심사해 승인해야만 실행된다. 공정위는 구조적 조치가 이행될 때까지 항공 당국, 이행감독위원회와 협업해 행태적 조치의 이행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 운수권 반납 등 ‘구조적 조치’
공정위는 '거대 항공사'가 탄생하며 독점이 우려되는 노선에 대해서는 두 회사가 보유·사용 중인 슬롯(항공사의 공항 이용 시간)과 운수권을 이전하는 '구조적 조치'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의 주식 취득을 완료하는 날(기업결합일)로부터 10년간 구조적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공정위는 우선 26개 국제노선에 저비용항공사(LCC)나 해외항공사가 새로 들어오거나 기존 항공사가 증편할 경우 두 회사가 가진 국내 공항(인천) 슬롯을 의무적으로 공항 당국에 반납하도록 했다. LA를 비롯해 뉴욕,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호놀룰루 등 미주 5개 노선이 포함된다.
이 중 운항에 운수권이 필요한 11개 '항공 비(非)자유화 노선'은 신규 항공사가 진입하거나 기존 항공사가 증편할 때 두 회사가 사용 중인 운수권도 반납해야 한다. 유럽, 아시아 노선이 해당되며 미주 지역 출발은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반납할 슬롯·운수권 개수의 상한은 노선별로 점유율 기준에 따라 정한다.
◇ 항공업계 “합병 시너지 반감 우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이 같은 공정위의 결정이 다소 불리한 상황이지만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측은 "이번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하며, 향후 해외지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 노선의 운수권 반납’이라는 강력한 꼬리표가 달렸지만 이 같은 조건 덕분에 다른 나라의 경쟁 당국이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불허할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까지 태국 등 8개국의 심사가 끝났고, 미국, 영국, 호주, EU, 일본, 중국 등 6개국의 심사가 남아있다. 공정위는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 결과를 반영해 충돌하는 시정조치 내용을 보완·수정하고, 추후 전원회의를 열어 최종 의결하게 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승인으로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가게 됐다”면서도 “알짜 노선 반납으로 인해 두 항공사 합병의 시너지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