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눈 좀 떠봐. 집에 가야지”
괴한의 공격으로 심한 상처를 입고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이용자씨. / 이씨 가족 제공
CCTV에 담긴 범행 장면. 용의자를 설득해 돌려보내려 하자 흉기로 이씨를 공격했다. / 이씨 가족 제공
롱비치 리커샵 60대 한인 여성 업주
침입 괴한에 목 찔려 생사 기로
거듭된 수술에도 상·하반신 마비
남편 “사업 접고 쉬려고 했는데”
이웃 “좋은 분… 모금 사이트 개설”
“문을 닫을 수 없어 계속 해야 한다”며 여전히 업소를 오픈해 운영하고 있는 남편 이씨는 10일 기자와의 만남을 서둘러 마치며 “지금 가면 (중환자실에서) 잠시라도 얼굴을 볼 수 있다”고 급한 걸음을 아내에게 향했다. 발렌타인 데이를 나흘 앞둔 날이었다.
그 일이 있은 지 벌써 열흘이 지났다. 하루하루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든다. 내내 중환자실 신세를 졌다. 그러다가 조금 좋아졌나? 일반 병실로 옮기며 살짝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하루를 못 버틴다. 결국 어제(9일) 다시 중환자실로 가야했다. 병상 주변은 온통 낯선 장치들이다. 무수한 줄과 모니터, 각종 생명 유지장치들로 가득하다.
지난 달 30일이다. 롱비치의 한 리커스토어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한 남성이 침입해 주인을 흉기로 찌른 뒤 도주했다. 피해 여성은 목 부위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갔다. <본지 2월7일자 A3면 보도>
롱비치 경찰국의 리차드 매지아(Richard Mejia) 공보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50분께 900블록 이스트 브로드웨이에 위치한 업소에 신원 미상의 타인종 남성이 침입해 업주 이용자(65)씨를 흉기로 공격한 뒤 도주했다. 매지아 공보관은 “사건 당일 업소 안에서 용의자와 업주간 짧은 말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 매장 내에 CCTV 화면과 주변 탐문을 통해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이씨의 남편 이희덕(70)씨는 “흑인 용의자가 가게 안으로 들어와 음료수 값이 비싸다며 시비를 걸기 시작했고, 계산대 안에서 용의자를 대응하던 아내가 (방탄 유리 보호벽) 밖으로 나와 조용히 내보내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각해지자 남편 이씨가 방망이 같은 대응할 물건을 찾으러 잠깐 뒷문으로 나간 사이 아내 이씨가 용의자의 공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쓰러진 것이다.
부인 이씨는 세인트 메리 메디칼 센터(St. Mary Medical Center)로 이송됐고 응급 수술로 일단 고비는 넘겼지만, 남편에 따르면 의료진은 흉기에 찔린 부분이 급소인데다가 상처가 너무 깊어 척추 신경을 건드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사지마비 등의 영구적인 장애가 우려되며, 의료진은 ‘죄질이 매우 나쁜 용의자’라고 수사 담당자와 통화해서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전했다. <제보 : 롱비치 경찰 562-570-7250>
이씨는 현재 오른쪽 팔 일부를 제외하고는 상·하반신이 움직이기 힘든 상태다.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으며 11일 기관내 삽관(기도 유지)과 위루관(입으로 음식 섭취가 불가능한 환자에게 영양공급을 위해 직접 위에 관을 넣는 처치) 수술을 받게 된다는 것이 가족들의 얘기다.
한성은 변호사는 “일반 비즈니스 보험으로 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피해 직원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업주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휴업보험(Business Interruption Insurance) 또는 폐질보험(Disability Insurance)에 가입할 경우, 가주 피해자 보상 위원회(California Victim Compensation Board)를 통해 치료비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주민 케빈 보라봉 씨는 “이씨 부부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한국 음식도 나누며 가깝게 지냈는데 너무나 안타깝다”며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 페이지(https://www.gofundme.com/f/help-mama-help-kim?qid=80ae796685c71324bc1280dc6f2186a7)를 개설했다. 10일 오후 현재까지 6800달러 가량의 기부금이 모였다.
이민 20년이 넘은 이씨 부부는 비디오 대여점을 하다가 6년 전부터 리커스토어를 운영했다. 부에나파크 집과 롱비치 업소를 오가며 오전 9시부터 저녁 11시까지, 연중무휴로 업소를 운영해왔다. 남편 이씨는 “올해 사업을 정리하고 함께 휴가나 다니며 편안한 여가를 가지려고 계획했는데 그만 이런 일이 생겼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우미정 기자 기사 A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