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이렇지요] 아파트가 무슨 죄인가요?
살고 있는 집 하나가 애물단지가 됐다. 12월 말까지 내야 하는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무려 100만 가구에 날아들었다. 지난해에 비교해서 2~3배 늘어난 집도 적지 않고 여지껏 세금을 내지 않던 가구들도 세금폭탄을 맞아서 방방곡곡에 원성이 드높다. 호화주택에 살고 있다면 당연히 합당한 재산세를 내야 하겠지만 서민주택, 국민주택 규모인 34평 아파트에 몇 백만원, 심지어 몇 천만원 세금고지서가 나왔으니 가렴주구(苛斂誅求)가 따로 없다. 이런 판에 경제부총리는 전체 가구의 단 2%만이 종부세를 부담한다고 딴청이고(0.2%에게라도 부당하고 불공정해서는 안될 일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26억 아파트가 부담하는 재산세가 소나타 한 대의 자동차세 수준이라고 이상한 셈법으로 정부를 비호한다.
서울의 주택은 이중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 7월과 9월에는 재산세(토지분과 건물분)를 두 번에 나누어 내고 12월에는 다주택자나 일정기준이 넘는 고가주택에 대해서는 종합부동산세를 추가로 내야 한다. 나는 3년 전 압구정 아파트를 팔고 집을 줄여 지금 살고 있는 용산으로 이사를 왔다. 징벌적 세금 폭탄을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24번에 걸친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인해서 지금의 집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만만치 않게 됐다. 강남 지역뿐 아니라 서울 전역의 아파트 값이 문정부 4년여만에 거의 두 배로 올랐다. 집값이 올랐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집을 팔면 양도 차익에 대하여 70%, 80% 세금을 내야 하고 남은 돈으로는 더 작은 집으로 줄여서 이사를 가야 한다.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重課)도 조세형평에 맞지 않는다. 건물은 63빌딩을 갖고 있든 대형 몇 채를 보유하고 있어도 시비가 없는데 집만은 오로지 한 채만 갖고 있으라니 언어도단이다. 사회주의, 공산주의, 독재정치가 아닌 바에는 1가구 1주택을 강요하는 나라는 없다. 집을 많이 소유하고 있어도 자기가 사는 집은 하나고, 나머지는 rent를 주게 된다. 정부가 할 일은 세금 잘 내고 있나 감독하면 그만이다. 누구나 손쉽게 셋집을 구할 수 있으면 꼭 집을 소유할 필요가 없게 되고 지금 같은 혼란은 사라지게 된다. 미국의 경우 apartment는 대개 rent이고 condominium은 자가 소유가 많다. 세금 중과로 집을 팔 수가 없으니 퇴로가 없고(매물이 안나오니 가격이 오른다), 집조차 자유롭게 팔고 살 수 없으니 “이사의 자유”가 사라졌다. 집값은 터무니 없이 천정부지로 올라 월급쟁이가 서울에서 국민주택 규모의 아파트를 하나 사려면 99년을 모아야 한다니, MZ세대의 입에서 “이게 나라냐?”는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은퇴자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살고 있는 집에서 아무런 소득이 나오지 않는데 집값이 폭등했으니 엄청난 재산세를 부담해야 한다! 차라리 징수유예라도 해주면 집을 팔 때 한꺼번에 정산할 수 있을 텐데 이 정부는 납세자의 편의는 안중에 없다. 더욱이 아파트가 한 채 더 있어서 그 월세 수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은퇴자에게도 자비란 없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여론이 들끓자 “종부세 폭탄,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다”고 납세자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왜 진작에 집을 팔지 않았느냐는 방자한 태도다. 위헌청구를 하자는 국민적 조세저항이 커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오래 전 갑자기 늘어난 재산세를 둘러싸고 위헌소송이 줄을 이은 적이 있다. 국태민안(國泰民安)은 정치의 요체다. 제발 제집에서나마 발 뻗고 편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백성을 못살게 만드는 정부가 왜 존재하는가?
김우룡 칼럼니스트: 중앙고, 고려대 영문과, 서울대 신문대학원을 졸업했다. 뉴욕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을 수료했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언론학 박사를 받았다. UC버클리 교환교수, 한국방송학회 회장을 지냈다.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좌교수, 차관급인 제3기 방송위원,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