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칼럼] 뒷 것 인생이 귀하다
박성근 목사(새누리 침례교회 담임 목사)
지난 7월21일 김민기씨가 세상을 떠났다. 그분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필자의 가슴에는 아련한 추억과 함께 가슴에 남아있는 이름이다. 1971년 처음 서울에 올라갔을 때, 큰 집에서 몇 개월을 지난 적이 있었다. 그때 4촌 여동생이 LP판 한 개를 사왔는데, 그것이 김민기씨의 첫 앨범이었다.
당시 김민기씨는 서울대학교 회화과에 재학중인 학생이었는데, 자작곡 판을 낸 것이다. 거기에 실린 노래가 ‘아침이슬’이었다. 나중에 양희은씨가 불러 크게 알려졌지만, 필자가 처음 들은 것은 김민기씨의 아침이슬이었다. “긴 밤 지 새우고, 풀 잎마다 맺힌…” 그때부터 이것이 필자의 18번이 되었다. 마음으로 노래하는 그의 노래가 참 좋았다.
그러나 노래보다 더 마음에 와 닿는 것은 그분이 보여주었던 삶의 모습이었다. 그는 동숭동에 ‘학전’이라는 소극장을 운영해 왔다. 후배들이 일어설 발판을 만들어주기 위함이었다. 거기서 그가 늘 했다는 말, “나는 뒷 것이고 너희들은 앞 것이야”라는 말이 그렇게 귀할 수가 없다.
‘뒷 것’이란 뒤에서 조명을 비춰주고 뒷바라지하는 역할을 말한다면, ‘앞 것’은 앞에서 각광을 받고, 박수 받는 역할을 말한다. 정작 본인은 뒷 편에서 살았지만, 수많은 연예인이 학전을 통해 배출되지 않았는가? 황정민, 설경구, 조승우, 김윤식, 강신일,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앞 것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뒷 것 인생”은 아름답고 소중하다.
오늘 이 시대에 앞 것이 되기 위해 뛰는 사람들은 많다. 유명인이 되어 박수를 받고, 선망의 대상이 되어 사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는 뒷 것 인생이 필요하다. 유명하진 않지만 유능하고, 앞에 나서진 않지만, 하나님이 꼭 필요로 하는 곳에 쓰임 받을 수 있는 사람, 이런 자들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교회 안에도 뒷 것 인생이 되어 묵묵히 섬기는 분들이 많이 있다. 먼지 나는 곳에서 하나님과 교회를 위해 일하고 계시는 뒷 것 헌신자들, 아무도 없는 중보기도실을 지키며 열방을 품고 기도하는 뒷 것 헌신자들이 많다. 아니, 지금도 선교 현장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외딴곳에서, 오직 주님의 사명 때문에 복음 위해 사는 뒷 것 헌신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분들 때문에 오늘도 하나님의 나라가 진행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야말로, 이 땅에서는 뒷 것일지 모르나, 천국에 가면 앞 것이 되어, 해같이 빛난 인생이 될 것이다. 하늘 성전 기둥에 그 이름이 새기고 영원토록 기뻐하며 살게 될 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