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기독교 인문학] 우리들의 자랑 K팝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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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광의 기독교 인문학] 우리들의 자랑 K팝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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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남미지역 선교 여행 중에 포트오브스페인(Port of Spain)이라는 도시에서 항공기를 갈아탔다. 공항은 허술했고 옹색했는데, 입국수속은 꽤 복잡하고 까다로웠다. 긴장된 맘으로 직원 앞에 섰는데 '싸이'를 아는지 물었다. 느닷없는 질문에 당황한 나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며 싸이를 설명했다. 그때 싸이가 두번 군대에 다녀온 것과 그의 장인의 종교적 문제도 알았다.


잊을 수 없는 놀라운 경험이다. 해외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어디를 가나 한국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 K 팝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선교지나 후진국을 갈수록 한국과 한국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 종종 한국 사람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게 느낀다. 


얼마 전 전철에서 2주간의 한국 여행을 즐기는 프랑스 부부를 만났다. 그 부부는 앞다투어 한국의 아름다움을 칭찬했다. 파리 출신 아내는 어린 시절부터 K팝과 K드라마에 빠졌고 나이지리아 출신 남편은 아내 덕분에 한국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식견이 상당한 수준이었다. 결혼한 지 3년 만에 첫 여행으로 한국을 방문한 그들은 한국 여행을 위해 3년간 저축했단다. 그들은 또 열심히 저축해서 다시 한국 여행에 오겠다고 했다. 그들로부터 다시 한국의 위상을 확인했다.


이렇게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이유를 한두 가지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런 현상의 중요한 원인이 K팝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한국민과 재외 한인들은 K팝 영향력의 수혜자들이다. 우리도 K팝을 사랑한다. K팝 문화를 위해 수고한 관계자들과 가수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일들은 K팝 문화를 반성하게 한다. 영국 BBC의 다큐멘터리 ‘버닝썬-케이(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 이야기’라는 프로그램은 한국 K팝 스타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또한 어느 유명 가수의 음주운전 사고와 관련된 일들은 일그러진 K팝 문화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여주었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차분히 우리 현실을 보았으면 좋겠다. 우리 K팝 문화가 건전할가? K팝이 생성되고 발전하는 토양과 열매가 건강할까? 지나치게 돈 중심이 되어버린 K팝 문화는 건강할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중요하다. 그러나 K팝 스타들이 누리는 과도한 부는 고민이 필요하다. 젊은 가수들이 수억대의 차량을 유지하는 등 엄청난 부를 누리는 구조가 과연 건강할까? 


K팝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면서 모두 K팝을 지원한다. 국악 신동들도 클래식 전공자들이 K팝으로 몰려든다. K팝이 신분 상승과 성공의 지름길처럼 보인다. 순수 음악이나 국악의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 가난하게 국악과 클래식 음악을 하는 것이 어리석어 보이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K팝이 모든 음악의 블랙홀이 된 것과 맘몬에 사로잡힌 K팝을 걱정한다. 


그런데 돈의 위력만큼 더 심각해 보이는 문제가 과도한 팬 문화다. 열광적인 팬들이 문화 발전의 토양이 된다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그러나 빗나간 팬심은 K팝 스타의 탈선과 방종을 이끌 수 있다는 것 또한 자명한 사실이다. 최근 한 가수를 둘러싼 아픈 사건에 온 국민이 몸살을 앓는다. 이런 아픔을 통해 모두 성숙해지고 건강한 K팝 문화가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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