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그랬을까...아무리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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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그랬을까...아무리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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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바위 20여 개가 주택가에 자리잡은 광경을 한 방송사 취재진이 카메라에 담고 있다. / 우미정 기자


한인타운 주택가에 큰 바위 20여개노숙자 텐트 막기 위한 고육지책

주민 "매일 싸우고, 소음·위생·화재 위험도 심각…차라리 바위가 안전"

인권단체 "노숙자 머물 곳 제한 유감"LA시의회 "관련부서와 협의중"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와 더불어 노숙자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LA한인타운 내 주택가 공원 진입로에 홈리스 텐트를 막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바위들이 발견됐다. 


성인 2~3명이 힘을 합해도 들기 어려울 것 같은 20여 개의 커다란 바위들은 사우스 웨스트모어랜드 애비뉴 300블록에 위치한 샤토 파크(Shatto Park)의 뒤쪽 게이트와 연결된 보도와 거리를 따라 돌무덤 처럼 자리잡았다.


인근에만 한인 7가구가 거주하는데, 주민들에 따르면 공원 뒷문에 수 년 전부터 노숙자들의 텐트촌이 생겨났고 이들의 다툼, 쓰레기, 화재 등으로 인한 문제가 무수히 제기됐다. 해당 바위들은 노숙자 텐트촌이 잠시 없어진 지난 해 4~5월 무렵 생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20년째 이곳에 산다는 이유성(28) 씨는 “팬데믹 이후 노숙자가 급증하면서 일부는 공격적으로 변했다”며 “코로나 기간 길거리 청소도 중지되면서 이들이 버린 쓰레기를 주민들이 직접 치워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또 “이들 텐트를 중심으로 쥐들도 늘어난다. 바로 옆 우리 집까지 수십 마리가 들어오기도 했다”며 “노숙자들이 돌을 던져 방문 유리창이 깨진 적도 여러 차례”라고 호소했다.


가장 심각한 것은 화재 위험이었다. 추위 때문에 피우는 것은 그렇다 쳐도, 자기들 다툼에도 불을 던지며 공격해 주민들이 전전긍긍했다는 얘기다.


결국 이 씨는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는 조건으로 집 근처 노숙자들에 각각 400달러씩 지불해야 했다"며 "이후 집 앞 화단에 700달러를 들여 선인장을 심었다. 텐트가 못 들어오게 하려는 궁여지책"이라고 밝혔다. 이 씨는 “주민 모두가 피해자다.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LA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또 다른 주민 A씨(63)는 “밤에 시끄러운 음악소리 뿐 아니라, 하루에도 몇 번씩 다툼이 일어났다”며 “차라리 인도 위의 바위가 더 안전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A씨는 “바위들이 철거되면 노숙자 문제가 다시 생긴다. 모든 주민들이 우려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일부 이웃 주민들은 LA시가 노숙자 문제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자, 누군가가 돈까지 지불하면서 바위를 구매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 주민 배재훈(29) 씨는 “지난 해 4월 중순 오전 8시 30분께 큰 바위들을 실은 대형 트럭이 들어오는 것을 목겼했다”며 "한 백인 남성이 대기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인권단체 등은 "노숙자가 머물 공간을 제한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우려를 제기했지만, 대부분 주민들은 “바위가 들어선 뒤 주민들은 훨씬 안전하다고 느낀다”며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LA 10지구 마크 리들리-토머스 의원실의 칼리 케이토나 수석 보좌관은 “최근 웨스트모어랜드 지역은 선거구 조정 과정을 거쳐 10지구에 새로 추가됐다"며 "적절한 조치를 위해 관련 부서와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19년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도심 인도 위에 누군가 홈리스 텐트를 막기 위해 커다란 바위를 가져다 놓았지만, 한 달 뒤 보행자 안전 문제를 이유로 시(市)가 철거했다.


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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