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행복칼럼] 현충일을 보내며
월드쉐어USA 대표
반가운 사진이었다. 근래에 보았던 정치권 관련 사진 중에 보기 드물게 반가운 장면이었다. 사진에는 비옷을 입고 현충일 행사를 진행하는 대통령이 있었다. 전쟁과 재난의 현장에서 나라와 국민을 지키다가 목숨을 잃은 선열들을 추념하는 모습이 새삼스럽고 반가웠다.
험난한 역사의 능선을 넘어온 조국은 값진 희생들 위에 세워져 있다. 그 희생이 호국 선열이다. 호국 선열이라고 하니 먼 이야기로 들리지만, 사실 현충원에 누워있는 그분들은 우리 이웃의 아들딸이요. 이웃의 남편과 아내요, 우리의 부모 형제였다. 가까운 우리 이웃이다.
개인적으로 20여 년의 군종목사 생활에서 아픈 경험이 있다. DMZ에서 순직한 이 원사는 가까운 사이였다. 종교, 계급 나이를 넘은 친구요 전우로 지냈다. 매주 GOP 경계병 위문을 하며 심야에 컵라면을 같이 먹기도 했고, 우연히 만난 화천장터에서 국밥을 같이 먹기도 했었다. 이 원사가 지뢰 사고로 순직했다는 소식에 털썩 주저앉았고, 주변 사람들이 당황할 만큼 목놓아 울었었다. 한국을 방문하면 화천을 방문할 기회를 만든다. 그리고 그 국밥집에 들러 눈물로 국밥을 먹고 온다.
전방에 근무할 때 부대 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모님을 만났었다. 생떼 같은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부대로 오는 길에 몇 번 혼절했다고 했다. 마침 기독교 신자여서 함께 기도하다가 그 가련한 어머님을 부둥켜안고 함께 통곡했다. 부대 관계자의 사고 설명을 믿을 수 없다고 길길이 뛰던 그 부모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랜 시간 오열했고, 어머니는 몇 번 더 정신을 잃었다. 내 품에 안겨 파르르 떨며 오열하던 그 어머님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국립묘지에는 이렇게 시리고 아픈 사연이 가득하다. 동작동을 지날 때마다 저곳에 누워있는 각자가 가진 시리고 아픈 사연들을 생각하며 마음이 먹먹했다. 한동안 보훈이나 원호가 진영논리의 희생양이 되는 것 같아 아쉬웠다. 천안함 순직군인의 노모가 대통령 옷자락을 붙잡고 하소연할 때 분노의 탄식이 절로 나왔다. 무엇이 저 노파로 대통령 옷자락을 잡게 했을까? 보훈과 원호는 진보와 보수 문제가 아니다. 국격의 문제요 산자의 의무다!
5.18 희생자의 죽음이나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아이들 죽음이 안타깝다. 부모는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었을 것이다. 희생자들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그러나 같은 무게로 발목지뢰 희생자, 천안함 승무원 그리고 화재 진압 중 순직한 소방관, 그리고 코로나 의료진의 희생도 존중받아야 하고 위로받아야 한다.
천안함 희생자의 추모식에 대통령 참석 여부가 뉴스가 되어서는 안 된다. 만사를 제쳐두고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지는 유족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또 유사시에 그들처럼 죽음으로 나라를 지켜야 할 군인들을 격려하는 것이 군 통수권자 대통령의 의무다.
잊고 살다가도 6월이 오면 이원사님과 그 가족들이 생각나고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통곡했던 그 부모님들이 생각난다. 무엇으로 그들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을까? 그들의 아픔을 씻을 수는 없어도 그들의 가슴에 한을 남기지는 말아야 한다! 현충일을 보내며 6일에 현충원을 다녀오셨을 그 병사의 부모님과 이 원사님 가족을 생각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아울러 이런 고귀한 희생이 존중받는 성숙하고 행복한 나라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