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행복칼럼] 대장동과 개발 역기능
스웨덴의 언어학자 헬레나 노르베르 호지(Helena Norberg-Hodge)는 언어학 논문을 위해 히말라야 오지 라다크를 방문했다. 라다크는 인도의 히말라야산맥 북서단부와 라다크산맥 사이에 있는 산악지역이다. 호지여사가 방문했을 때 라다크는 오랫동안 문명과 동떨어진 사회였다. 당시 라다크는 현대문명과 상관없는 독특한 생활방식을 통해 행복문화를 구가하는 행복사회였다.
호지 여사는 라다크 사람들의 자연 친화적이고 공동체적 생활방식과 소박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긍정적인 삶에 큰 감명을 받는다. ‘작은 티베트’라고 불리는 라다크에서 방언을 배우려 했던 호지 여사는 삶과 행복의 새 기준을 배웠다. 호지가 라다크 지역의 한 젊은이에게 이 마을에 가장 가난한 집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을 때 ‘우리 동네에는 그런 집이 없어요’라고 대답했단다.
그런데 호지여사가 라다크에 머무르는 동안 라다크는 관광지로 세계에 알려지고 개발 몸살을 앓는다. 개발과 세계화를 통해서 라다크는 눈부시게 발전하지만, 라다크가 가지고 있었던 행복문화는 파괴되고 만다. 이런 라다크의 변화를 보면서 호지 여사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언어학자로 사는 삶을 버리고 생태계 운동가로 또 행복학자로 새 삶을 산다.
호지 여사는 1992년에 『오래된 미래』라는 책을 출판해 개발 환상에 빠진 현대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호지 여사는 이 책을 통해 라다크 사람들의 친환경적 행복을 위협하는 서구문화의 폭력성을 고발한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행복을 파괴하는 현대문명의 파괴성을 지적한다. 호지는 가능한 개발을 억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호지 여사가 『오래된 미래』를 통해 개발의 위험성을 지적한 지 20년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그녀의 목소리가 희미해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개발로 발전한 개발공화국이다. 그런데 개발의 현장마다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최근 드러난 성남의 대장동은 그야말로 요지경이다. 어느 정도의 비리가 있을 것으로 추측은 했지만, 이 정도인지는 몰랐다. 말단 사원이 퇴직금 50억원을 받았고 고위 법조인들과 그들의 자녀들이 연루됐다고 밝혀진다. 핵심인물로 등장하는 사람들의 비리는 끝을 알 수 없다. 급기야 수사를 받던 개발 관련자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앞으로 수사가 진행된다면 이런 비극과 불행이 얼마나 나타날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런데 자명해 보이는 윗선에 대한 수사도 미진하고, 알만한 사람들의 변명과 변호도 대경실색 수준이다.
대통령이나 단체장이 되면 당연히 개발을 추진한다. 개발은 업적이 되고 떡고물(?) 공장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발이 불행 건설”이라는 호지 여사의 경고를 경청해야 한다. 개발은 비리와 이권의 온상이 될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가 누릴 환경과 그 환경에서 그들이 누릴 행복을 파괴할 위험이 있다.
지구촌은 계속해서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산과 언덕과 나무를 깎고 자르고 있다. 개발은 환경, 미래, 그리고 그 안에 담긴 행복을 파괴하는 것이다. 호지 여사의 논리를 빌리면 개발과 불행은 비례한다. 개발은 불행 건축이다. 개발의 현장을 뒤지기만 하면 비리와 불행이 줄줄이 사탕처럼 드러난다. 그런데 지금도 개발을 도모하며 개발을 설계하고 있다. 개발을 자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