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 Law] 남녀평등과 혼외자
30년도 더 전인 대학시절 교정 잔디밭에서 담배 피는 여학생들을 보면 교수나 남학생들은 손가락질을 하고 욕을 했다. 피부만 남녀평등인 지금 한국사회를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꼰대짓이었다. 당시에는 여학생의 흡연이 여성해방운동의 상징이었다.
대학교 4학년 말 졸업사진 촬영을 위해 과 사무실에서 의자를 꺼내와야 하는데 그 많은 여학생들 중 아무도 의자에 손도 대지 않고 도와주겠다는 말도 없이 남학생들이 힘쓰는(?) 것을 공주들처럼 구경만 하고 있었다. 남녀평등이라는 개념이 있기도 전인 80년대 였지만 노력을 안 하는 것처럼 보여 안쓰러워 보였다.
옛날 한국에서 양반들이 밖에서 부인이 아닌 여자들과 관계에서 혼외자를 데리고 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많이 볼 수 있었고 사실 한인사회에서도 그런 경우를 직접 목격했다. 그런데, 최근에 가부장적인 한국사회를 무소의 뿔처럼 머리를 혼자 치받아서 피를 철철 흘린 여성이 등장해 물의가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영입인재 1호였던 조동연 서경대 교수가 그 화제의 인물이다. 처음에는 남편 몰래 혼외자를 데리고 살다가 발각되어서 이혼을 당하고 위자료도 물어서 한국역사상 최초로 공식적인 혼외자인 여성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성폭력을 통해 생긴 혼외자라고 주장한다.
‘조국 흑서’의 공동저자인 권경애 변호사는 조 교수가 사퇴했고 몰매를 맞아 내쳐졌기때문에 이제는 그만 놓아 주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준비도 없이 가부장제에 도전한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남자나 여자나 모두 동등하게 혼외자를 생산하는 것이 남녀평등이 아니고 가부장제에 대한 도전이 아닌데, 권 변호사는 뭔가 착각하는 것 같다.
권 변호사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도 조 교수가 “잘못한 것이 없기 때문에 더 이상 어디에 대해서도 사과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본인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여서 조 교수를 언제든지 응원하고 그녀의 편이 되어주겠다는 고 의원의 남편은 고 의원의 이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지 궁금하다.
미국에서 여성의 참정권이 보장된 것은 겨우 100년이 간신히 넘은 1920년이다. 그 전에는 노예나 유색인종들처럼 투표를 할 수 없었다. 미국에서 여성들이 남녀평등을 위해 노력한 과정에 대해 무지한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은 남성을 타도대상으로만 보고 더불어 공존하고 협조할 동반자로 보지 않는데 이는 대표적인 여성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지론과 반대된다. 미국의 70년대 여성해방과 남녀평등에 대해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역사 드라마가 ‘미세스 아메리카’이다. 이는 진보와 보수, 남녀 모두를 위한 수작이니 강추한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제대로 된 남녀평등의 역사에 대해 배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한국 5만원권의 모델인 신사임당은 이율곡을 낳고 친정인 강릉에 오랫동안 머물고 남편인 이 원수에게 자기가 죽은 뒤 결혼하지 말라고 당시로는 아주 진보적인 발언을 했기 때문에 조선시대 기준으로는 현모양처가 아니다.
한인사회에도 차별소송이 많은데 아직도 차별이 뭔지 모르는 고용주들이 많다. 성차별은 여자가 할 수 있는 업무를 여자 후보가 있는데 남자를 고용하거나 맡기는 것이다. 2011년 스타이넘이 방한했을 때 모 신문의 여기자가 “올해가 77세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다”라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 발언이 얼마나 섹시스트적이고 연령차별인가. 이에 대한 스타이넘의 대답이 재미있다. “여성이 아직도 자신의 마음이나 머리가 아닌 외모로 평가받는다는 건 슬픈 일이다.”
문의 (213) 387-1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