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세상] 가정 폭력
20년 가까이 가정법을 다루면서 많이 보는 것은 캘리포니아 가정법과 한국 가정법이 다르다는 것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무시했다가 문제를 크게 만드는 상황들이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부부간의 일에 대해서 대부분 관여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어제 철천지 원수처럼 싸우던 부부가 다음날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이좋게 웃고 있는 것을 허다하게 봐와서 그말이 일리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부부싸움이 가정폭력으로 이어질 때 미국에서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잘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한국처럼 생각해서 “겁을 주려고” 아니면 “친절한” 경찰이 잘 중재해 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부부싸움 중 홧김에 경찰을 불렀다는 케이스가 종종 있다. 보통 급하게 한밤 중에 사무실에 전화 메시지를 남기는데 부부싸움 중 경찰을 불렀더니 경찰이 와서 남편을 잡아갔는데 어떻게 풀려나게 하냐고 문의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만이 아니라 미국 전국적으로 가정폭력이나 부부싸움으로 경찰이 출동하는 경우 경찰이 제일 위험한 일로 보고 있다. 총기소유가 가능한 미국에서 감정적으로 제일 격화한 상태의 부부싸움이 경찰에게는 제일 위험한 상황이고 실제로 많은 총격사건이 부부싸움에 출동한 경찰을 상대로 일어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LA같은 경우 가정폭력으로 경찰을 부르면 보통 3~4대의 경찰차가 출동한다. 보통 신체에 폭력으로 인한 상처가 있다고 경찰이 보게 된다면 현장체포를 해서 유치장에 보낸다.
코로나 사태로 가정폭력 문제가 더 심화하고 있다고 한다. 2019년에 비해서 LA의 경우 19%, 샌안토니오의 경우 18%, 뉴욕의 경우는 10%의 증가율을 보였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고발되는 가정폭력 수위가 더 폭력적인 사건이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가정폭력 방지 전문가들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가 가정폭력 학대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학대자들에게 코로나 기간동안 집에만 격리되면서 피해자를 조종할 수 있고 학대할 수 있는 수단을 더 제공하게 된 거라고 한다.
캘리포니아에서 가정폭력으로 보는 것은 신체적 폭행만이 아니다. 스토킹, 협박이나 괴롭힘(전화나 이메일포함), 개인물품을 파손하는 행위, 개인의 정신과 정서 감정을 파괴하는 행위가 다 포함된다. 정신과 정서 감정을 파괴하는 행위란 친척이나 친구에게서 격리시키거나, 기본욕구를 박탈하거나, 움직임, 연락, 경제적인 것을 조정하거나 감시하는 행위 등이다.
자주 보는 케이스가(한인커뮤니티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본국에서 신부를 데리고 와서 영주권이나 신분증조차 신청해 주지 않고 동등한 배우자가 아니라 거의 노예수준으로 집에 가두어 놓고 부리는 사례이다. 본국에 있는 친척이나 친구에게 연락도 못하게 하고 매일 어디에 있는지 보고하도록 요구하고 매 시간 확인하고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해서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경우가 많다. 만일 말을 안들으면 불법체류자로 이민국에 고발한다거나 집밖으로 쫓아낸다는 협박을 한다. (홈리스 캠프에 버리겠다고 실제로 캠프에 운전해서 데리고 가서 보여준 케이스도 있다). 실제로 신체적인 학대가 없지만 대부분 정신적, 정서적 학대가 거듭되며 피해자는 무력감과 정서적 황폐감을 느끼고 그 상황에서 가까스로 벗어나도 많은 기한을 치유받으며 보내는 경우가 많다.
가정폭력에 대항해서 경찰이 체포를 해서 검사가 형사기소를 할 수 있고 피해자는 상대방을 상대로 접근금지 신청을 가정법원을 통해서 할 수 있다. 가정폭력 접근금지는 주로 인척관계인 배우자, 전 배우자, 데이트하던 사이, 친척(부모, 자식, 형제, 자매, 조부모, 처가나 시댁가족)을 상대로 가능하다. 접근금지 명령은 법정에서 상대방에게, 집과 직장에도 접근금지하는 명령과 함께 같이 사는 경우 집에서 나가라고 명령할 수 있고, 공격, 스토킹, 연락하는 것도 못하게 명령을 내린다. 그외 자녀가 있다면 양육권과
양육비에 대한 명령도 할 수 있고 병원비나 생활비 등도 요구할 수 있다.
법정에서는 가정폭력을 매우 심각하게 보기 때문에 접근금지명령을 신청하면 신청 당일에 보통 임시명령을 내린다. 임시명령은 공판이 없이 서류만으로 가능하며 대부분의 법정은 조금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명령을 내린다. 예전에는 임시명령도 받기가 어렵게 기준이 높았는데 토런스 법원에서 가정폭력으로 접근금지를 신청한 사람이 임시명령이 거부되고 법원 밖으로 나가다가 상대방에게 살해당한 사건이 일어난 후 상대적으로 쉽게 나온다. 임시명령이 나온 후 3주 후에 법원은 심리공판을 열어서 영구 접근금지 명령을 내릴 지 결정한다. 심리공판에서 판사는 증거자료를 검토하고 증인들의 증언을 듣고 최고 5년까지 접근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고 5년 후에 재갱신이 가능하다.
보통 가정폭력 사건이 일어난지 4~6주 안에 접근금지명령 신청을 해야지 너무 오래 기다리면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해서 임시명령 신청이 기각될 수 있다. 판사가 접근금지 신청을 검토할 때 어떤 가정폭력이 있었는지, 그 전에도 지속적인 가정폭력이 있었는지, 신청인이 아직도 위험을 느끼고 상대방을 두려워하는 지 등을 보게 된다. 접근금지가 아니라도 가정폭력 문제가 있고 도움이나 상담을 원한다면 한인가정상담소나 CPAF 등 한인을 위한 단체가 있고 LA정의진흥협회나 LA법률보조재단 등에서 한국어로 법률상담을 무료로 제공한다. 문의 (213) 977-7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