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새벽을 여는 사람들
흔히 하루를 시작하는 유형으로 ‘새벽형’과 ‘아침형’으로 나눈다. 성공학(成功學) 관련 저자들의 ‘새벽형 인간’에 관한 예찬론을 들자면 새벽 1시간이 낮의 3시간에 비길 만큼 시간의 효용도가 높다고 주장한다. 개인마다 유형이 다르겠지만 아마도 하루를 계획하는데 있어서는 새벽 시간의 가치가 그만큼 크다는 뜻일 게다.
올 한해 자주 오르내린 화제 중 하나를 들자면 ‘모빌리티’일 것이다. 디지털 기반의 무인자동차를 비롯해 각종 운송수단 쪽으로만 떠올리던 필자에게 그 외에도 무려 17 가지나 되는 모빌리티 콘셉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레베카 로크(Rebecca Rock)의 저서 ‘Mobiltecture’를 통해서다. 모빌리티 아이템을 대략 살펴보니 이러한 것들이 포함돼 있다. 각종 운송수단은 물론, 우리 몸의 손, 발, 페달, 캐터필러 트레드, 자전거, 스쿠터, 오토바이, 온보드 엔진, 스키, 썰매, 말(당나귀), 낙타, 트랙터, 노(Oars),예인선, 헬리콥터 심지어는 마켓의 쇼핑카트도 포함된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손, 발을 다 사용하는 수영(水泳)도 ‘모빌리티’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주말 새벽이면 동네 체육관 수영장에서 가끔씩 마주치는 ‘웨인’이 생각난다. 70세의 그는 전직 치과의사다. 그는 은퇴 후 요즘 들어 일주일에 두세 번 수영을 한다. 그는 수영장에 오면 보통 '70바퀴(Lap)를 왕복한다'고 했다. 일종의 ‘에이지 스위머’인 셈이다. 그는 40살 때 처음으로 수영을 배운 후 나이를 한 살 더 먹을 때마다 왕복 횟수를 한 바퀴씩 늘려왔다고 한다. 80세가 되면 당연히 80회로 늘리겠다는 결의에 찬 모습을 보였다.
새벽을 여는 사람들은 비단 수영장에서 마주치는 웨인뿐만은 아니다. 몇 해가 지나도록 새벽 4시40분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이도 있다. 신문배달원 ‘그렉’이다. 신문이 발간되는 날이면 빠짐없이 집 현관에 조간신문을 놓고 간다. 50대 중반의 그렉은 전형적인 엔젤리노다. 사우스베이에서 나고 성장한 그는 한국어로 된 신문과 LA타임스를 동시에 배달해 준다. 거의 같은 시각에 배달을 거르지 않고 매일 전해주는 그에게 지난 추수감사절 새벽, 밖에서 기다렸다가 몇 잔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기프트 카드를 건넸다. 고맙다고 악수를 청해오는 그도 새벽을 여는 사람 중의 한사람이다.
새벽 5시인데도 프리웨이를 달리는 차량들, 운전석에 앉은 새벽형 사람들의 하루 일과에 대한 기대에 찬 얼굴들이 차창 밖으로 스친다. 각종 산업현장이나, 소형 상공업자들, 새벽 꽃시장 상인들, 새벽에 공항으로 향하는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기타 여러 곳에서 일찍부터 움직이는 사람들, 모두가 분주하게 새벽을 시작하는 사람들이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건설현장도 전형적인 새벽 사람들의 일터다. 목수, 배관공 등 건축작업장의 저니맨(Journey man)들은 대부분 한두 시간 걸리는 운전거리의 집에서 출퇴근을 한다. 오전 7시 되기 전에 시작하는 일터를 향해 새벽 5시면 집을 나선다.
평균 근속연수가 1년 남짓하다는 아마존 시애틀 본사에서 무려 12년을 근무한 코리안 아메리칸 ‘박정준’, 지금은 독립해 벤처기업의 총수로 성공한 그가 2019년 펴낸 책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에서 소개한 7가지 교훈 중에도 시간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면 반드시 이긴다.” 사람마다 하는 일과 체질, 선호도에 따라 새벽형도 아침형도 될 수 있을 것이지만 시간을 현명하게 쓰는 사람이 성공에 가깝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번 더 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