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실의 세상 읽기] 향연饗宴

강 정 실 (문학평론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작품 ‘향연’은 아가톤의 집에서 열린 축하연 참석자들이 연설을 주고 받은 내용이다. 각 연설자는 사랑의 본질과 다양한 측면을 논하며, 궁극적으로는 아름다움과 선을 향한 열망, 이데아를 추구하는 지성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 중 “원래 사람은 남자와 여자가 합친 하나의 몸이었다. 이 합친 몸은 무서운 힘을 갖고 있기에 신들을 공격했다. 이에제우스는 인간의 힘을 약하게 하려고 합쳐진 몸을 두 동강이로 쪼개 갈라놓았다. 이후 쪼개진 후 부터 반쪽은 다른 반쪽을 그리워 하며 다시 한 몸이 되려는 열망을 지니고 있다.”라고 했다. 플라톤은 이러한 열망 혹은 열정을 ‘사랑’과 ‘에로스’라고 명명했다.
굳이 플라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성경에는 남자가 진흙으로 빚어진 존재이고, 여자는 남자의 갈빗대를 뽑아 만든 존재라, 자신의 아내와 결합하는 것은 둘이 한 몸이 된다고 설명한다. 자연스럽게 두 남녀는 결혼해 가정을 이루게 되고,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괴로울 때나 슬플 때나 병들었을 때나 늙었을 때나 항상 서로 사랑하게 된다. 이러한 사랑은 교통사고, 병으로 죽어가는 남편 혹은 아내 그리고 가족이 기적적으로 소생하는 감동적인 뉴스로 전해져 종종 가십거리가 된다. 이럴 때 우리는 흐뭇한 마음으로 박수를 치며 응원하게 된다.
그런데 요즈음의 세상은 결코 그렇지 않다. 연방대법원이 2015년 6월 26일, 미국의 동성 결혼 합법화라는 충격적 결정을 내렸고, 연방 차원에서의 ‘결혼존중법(Respectfor Marriage Act)’이 2022년 통과 됐다. 이 법안은 연방 차원에서 동성 결혼 및 인종간의 결혼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 통과로 동성애자들의 향연도 대단하다. 이들은 아예 무지갯빛 깃발을 걸어 놓고 각종 모임들을 즐기고 있다. 각종 관련 행사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그리고는 "다양한 사회에서의 동성애자들 인권을 인정하라! 결혼도 인정하라!"라는구호를 당당하게 외친다.
놀라운 것은 윤리적이어야 하는 사회적 눈은 고사하고라도, 동생애자들의 결혼을 인정하는 종교단체가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마치 전통과 문명을 조롱한 현대 미술가 뒤샹(Duchamp)의 작품명 ‘L·H·O·O·Q'와 ‘샘(泉)’인 ‘변기’를 보는 듯 하다. 하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에 콧수염과 턱수염을 그려 넣고, 또 하나는 실제 사용하는 변기인 것이다. 어떻게 똑같은 성경으로 똑같은 하나님을 믿고 전도하는 교단들이 도대체 무슨 근거로 동성애자들을 받아들이는가. 도대체 성경 어느 구절을 인용해 동성애자 성직자 안수와 동성 결혼을 허용해 주는가.
구약 성경의 레위기를 보면 남성간의 성관계는 금지되어 있으며 "가증하다"라고 말한다. 신약 성경의 로마서에서 바울은 여성들에게 "순리대로 쓸 것을 바꾸어 역리로 쓰며"라고 말하면서 남성들에게 “순리대로 여자 쓰기를 버리고 남자가 남자와 더불어 부끄러운 일을 행하여"라고 말한다. 성경 어디에도 애매하거나 재해석의 여지를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구약과 신약, 모두 동성관계를 금지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이다.
과연 이를 어떻게 대처 할 것인가. 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다. 그래도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인 과제는 끊임없이 공론화시켜야 할 것이다. 세상의 향연이 어떻게 변해갈지 두렵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