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교좌우라카미대성당 원폭 투하 80년 만에

미국 가톨릭 신자들 후원으로 제작, 연대가 만든 울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으로 파괴된 일본 나가사키 우라카미대성당(長崎・浦上天主堂)의 종이, 80년 만에 복원되어 다시 울리게 된다. 이번 복원은 미국 가톨릭 신자들과 윌리엄스대학 제임스 놀란 교수의 주도 아래 모금된 12만5000달러로 가능해졌으며, 628명의 후원자가 참여해 국제적 연대와 화해의 상징을 만들어냈다.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에 투하된 두 번째 원자폭탄은 도시 전체를 잿더미로 만들었고 당시 동아시아 최대의 가톨릭 성당이었던 우라카미대성당도 그 직격탄을 맞았다. 폭격 이후 오른쪽 종탑에 걸려 있던 종 하나는 잔해 속에서 기적적으로 발견되어 1959년 재건된 성당에 다시 설치됐으나 왼쪽 종탑은 80년간 공허한 채로 남아 있었다.

이에 미국 윌리엄스대학의 사회학자 제임스 놀란 교수는 나가사키 가톨릭 공동체에 대한 연구를 하던 중, 지역 신자인 고지로 모리우치씨의 제안에 감동을 받아 새 종 제작에 나섰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놀란 교수는 개인적으로도 나가사키와 깊은 인연이 있다. 그의 할아버지는 원폭 개발에 참여했던 로스앨라모스의 군의관이었으며 이후 나가사키 조사팀으로 파견된 이력이 있다. 놀란 교수는 “희망의 의미를 담은 성 카테리의 이름을 따 ‘성 카테리 희망의 종(St. Kateri Bell of Hope)’이라 명명했으며, 이 종은 단순한 금속이 아니라 화해와 평화, 기억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나가사키대교구의 나카무라 미치아키(中村倫明) 대주교는 지난 7월 17일 성대한 축복식을 거행하며, “이 종은 전쟁의 상흔을 넘어 희망과 화해의 울림을 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종은 원폭 투하 80주년이 되는 오는 8월 9일 오전 11시 2분, 폭탄이 터졌던 정확한 시각에 맞춰 공식적으로 첫 타종될 예정이다.

이훈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