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 없다' 시위날에도 이민 단속… 불안감 증폭
14일 샌프란시스코 해변가에 모인 시위자들이 줄을 서 '왕은 없다'는 글자 모양을 만들었다. /AP
주말 전국서 수백만명 반트럼프 시위
LA엔 해병대까지 투입, 시민 구금 논란
대체로 평화적, 일부 도시선 폭력사태
지난 주말 미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반 트럼프 시위에도 불구하고 연방정부는 불법이민자 단속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이민자 커뮤니티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왕은 없다(No Kings)’ 시위가 LA를 비롯한 전국에서 진행된 지난 14일 이민세관단속국(ICE)은 LA 남쪽 샌타페 스프링스의 스왑밋을 급습, 여러명의 불체자를 체포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가 불체자 단속을 이어갈 경우 이에 반대하는 시위 또한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남가주는 ‘일촉즉발’ 상황이 계속되며 주민들의 일상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지난 14일 전국에서 열린 '트럼프 반대 시위'에는 수백만명이 참여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총격을 비롯해 시위대를 향한 차량 공격 등 여러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진보성향 단체로 구성된 노 킹스 집회 주최측은 이날 미국 전체 50개주 2000여 곳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반대하는 시위에 수백만명이 참여해 행진을 벌였다고 밝혔다. LA, 필라델피아, 뉴욕, 시카고 등 주요 도시에서 각각 수만명의 인파가 모인 가운데 도심 행진이 이뤄졌으며, 각 지역 경찰은 대부분의 집회는 평화롭게 이뤄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소요 사태가 벌어져 여러명이 다쳤으며, 경찰이 진압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LA에서는 대체로 시위가 평화롭게 진행됐으나 저녁 무렵 도심에서 경찰이 화학 자극제를 사용해 시위대를 해산시키려하자 일부 시위대가 돌과 벽돌, 물병 등을 던지며 저항했다. 대부분의 시위대는 야간 통행금지령 시간에 맞춰 도심 지역을 떠났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약 3만명이 참여한 다운타운 시위와 시내 15곳의 다른 지역에서 열린 집회가 "대체로 평화로웠다"고 CNN에 밝혔다. LAPD는 전날부터 이날 아침까지 35명을 통행금지 위반으로, 다른 3명을 해산 명령 불응·저항 등 혐의로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경관 3명이 다쳤다. 지난 7일 이후 8일간 LA시위와 관련, LAPD가 체포한 인원은 총 561명으로 늘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13일 LA에 주방위군과 해병대까지 투입해 연방청사를 보호하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웨스트LA에서 해병대원들이 민간인을 구금하는 장면이 목격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는 14일 오후 7시 56분께 약 1만명이 모인 도심 집회 현장에서 총격이 발생해 1명이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희생자의 신원이 유타주 주민인 '아서 폴라사 아 루'라는 이름의 39세 남성으로 확인됐다며, 그는 병원에서 치료받던 도중 사망했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이날 오후 수천명의 시위대가 도심에 모인 가운데 차량 한 대가 군중을 향해 돌진해 최소 4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고 NBC 방송이 전했다. 현장에서 차를 몰고 달아난 용의자는 경찰에 붙잡혀 조사받고 있다.
버지니아주 컬페퍼에서는 전날 오후 시위대가 집회현장을 떠날 무렵 한 SUV 차량이 군중을 향해 돌진하는 바람에 1명이 차에 치여 다쳤다. 경찰은 이 차량 운전자인 21세 남성을 체포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는 14일 저녁 무렵 일부 시위대가 이민세관단속국(ICE) 청사 앞으로 몰려가 시위를 벌였고, 연방 요원들이 이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과 섬광탄, 고무탄 등을 발사했다. 시위대도 이에 맞서 물병 등을 던지며 저항했고, 경찰은 이 현장을 '폭동'으로 선언한 뒤 최소 2명을 체포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두 곳의 시위 현장에서 총 15명이 경찰에 체포됐으며, 이 가운데 1명은 치명적인 무기를 사용한 폭행 중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구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