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썸머 슬라이드(Summer Slide) 대안

제이슨 송
뉴커버넌트 아카데미 교장
미국 초·중·고교의 방학은 짧게는 두 달, 길게는 석 달이나 된다. 타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매우 긴 방학이다. 미국 내 정규학교는 1년에 약 175일에서 180일 정도 수업을 제공한다. 하지만, 차터스쿨을 포함한 캘리포니아의 공립학교는 매주 1회 교사 훈련과 업무를 위해 반나절만 수업을 제공하기에 시간으로 따지면 연간 약 80~90시간, 그러니까 10~15일 정도 수업을 더 빼먹는다.
한데, 미국보다 학업성과가 더 우수한 선진국들은 1년에 200일에서 225일 수업을 제공한다. 하루 수업시간도 더 길다. 그 결과 TIMSS(Trends in International Math and Science Study)라는 국제 수학·과학 평가시험 결과에 따르면 수업을 더 많이 받은 타 OECD 상위권 국가의 동급생과 비교해 미국 학생들의 성적이 점진적으로 저조하다. 미국 3, 4학년생의 경우 톱 OECD 국가 동급생의 수학·과학 실력과 비슷하지만, 7~8학년이 되면 약 6개월에서 1년 정도, 그리고 11학년이 되면 1년에서 1년 반 정도 뒤떨어진다. 큰 이유 중 하나가 수업량(量)의 부족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런데 왜 변화가 없을까? 미국은 17~19세기에 농업국가였고, 그래서 일손이 많이 필요한 7월과 8월, 그리고 9월 초에 학생들이 가사를 돕도록 긴 여름방학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19세기 말, 산업화로 인해 인구의 큰 비중이 도시로 집결했고, 20세기에는 전기소모를 줄이기 위해 긴 여름방학이 적절하다는 주장도 등장했으나, 여름 기후가 선선한 지역도 여름방학을 단축시키지 않았다. 자, 학생의 학업성과가 타 국가와 비교해 저조하고, 농업에 종사하는 가정도 소수에 불과하며, 에너지 소모도 그리 큰 문제가 아닌데 왜 아직도 긴 여름방학이 존재할까?
이유는 긴 여름방학을 즐기고 누리는 교사들 때문이다. 여름방학은 교사에게 큰 “혜택”이다. 그런데, 혜택이 권리가 되어버렸고, 교사노조는 여름방학을 조절하자는 학자와 정치인을 맹렬히 비난하고 정치적 지지를 철회한다. 참고로, 연봉을 10개월로 제한하는 정책도 문제지만, 대다수의 교사는 공립, 사립을 막론하고 연중수업을 거부한다. 아무리 앞서 언급한 통계와 자료를 들어대도 안 통한다.
여름방학은 사실 80일이 넘는다. 학생들이 이 긴 시간 동안 체계적인 일정과 적절한 수업 없이 놀기만 하면 배운 내용의 상당한 부분을 까먹는다. 이것을 “썸머 슬라이드(summer slide)”라고 한다.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여름방학동안 학생의 독서 기능이 약화되며, 손실은 약 한 달어치 “배움”이라고 한다. 또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교사 10명 중 9명은 매년 가을, 새 학년을 시작할 때 최소 한 달 동안 복습을 해야만 새 과제를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잔스홉킨스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생 시절 시작된 썸머 슬라이드가 9학년까지 계속 이어지면 읽기 및 독해력 실력이 적어도 한 학년 떨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썸머 슬라이드가” 영어나 읽기에만 국한되는가? 아니다. 수학에서도, 과학에서도, 그리고 역사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수학의 경우 여름방학 동안 두 달어치의 능력을 상실하며, 이런 현상은 저소득층 가정 자녀에게 더 심하게 나타난다.
엎친 데 덮쳤다고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과 핸드폰, 그리고 컴퓨터에 푹 빠져 방학 동안 하루 종일 게임과 넷플릭스, 그리고 SNS와 숏-폼을 보며 밖에 나가 뛰놀지도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자가 26년간 섬겨온 NCA(New Covenant Academy, 새 언약) 학교는 매년 여름,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유익하고 다양한 수업, 클럽, 또 특별활동 및 탐방 썸머 프로그램을 전교생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계획이다. 특히 맞벌이하는 부모, 또 적절히 아이들을 돌 볼 가족이나 친지가 없는 학부모에겐 큰 지원이 아닐 수 없다.
필자도 일반 교사들처럼 여름 한 철 동안 쉬고 싶다. 하지만,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는 학생의 배움과 발전을 위해서다. 그렇기에 규모가 작은 학교지만, 틀에서 벗어난, 자료에 근거한 방안을 동원해 학생과 부모를 지원하기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