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감성 사이] 천사들의 노래, 세상을 향한 기도 'Missa de Angel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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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감성 사이] 천사들의 노래, 세상을 향한 기도 'Missa de Angelis'

웹마스터

김미향

오클렘그룹 대표



콘클라베가 진행되던 날, 바티칸 시국의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자 세상의 시선이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모아졌다. 곧이어 첫 미국 출신 교황, 레오 14세(Pope Leo XIV)가 선출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14억 가톨릭 신자는 물론 세계 각국의 이목이 집중됐다. 개인적으로도 이 장면은 평생 잊지 못할 감동으로 각인되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흰 연기가 솟구치던 바로 그 순간 굴뚝 옆에서 포착된 비둘기 가족의 모습이었다. 솜털이 보송한 아기 비둘기에게 부모 비둘기가 함께 먹이를 주는 모습이 생중계 화면에 잡혔고, 그 장면은 마치 가정의 화목과 공동체의 일치, 자연의 평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교황 레오 14세의 첫 미사에서는 ‘천사 미사곡’으로 알려진 Missa de Angelis가 울려 퍼졌다. 이 곡은 그레고리오 성가 중에서도 오랜 세월 가장 널리 사랑 받아온 작품으로, 반주 없이 단선율로 부르는 모노포닉 형태의 전통 성가이며 인간의 순수한 기도를 그대로 음으로 풀어낸다. 첫 악장인 Kyrie eleison(주여, 자비를 베푸소서)는 낮은 음으로 시작해 점차 고조되며 반복되고, 이는 인간의 마음이 서서히 하느님께 열려가는 영적 흐름을 상징한다. 반복되는 ‘Kyrie’와 ‘Christe’는 각각 하느님과 그리스도를 부르는 호칭이며, 전체적으로 음악의 도리아 선법(Dorian mode)에 기반해 간결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다음 악장 Gloria in excelsis Deo(지극히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은 보다 길고 다채로운 구조로 하느님을 찬미하는 환희를 담고 있다. 음역은 넓어지고 리듬은 밝아지며, 천사들의 찬양을 떠올리게 한다. “Laudamus te, benedicimus te…”로 이어지는 구절들은 하느님을 찬양하고, 찬미하며, 감사하는 여러 동사를 반복함으로써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경외심을 드러낸다. 일정한 선율 속에서도 각 구절마다 미세한 변화를 주어, 듣는 이로 하여금 끝까지 몰입하게 한다.


세 번째 악장 Sanctus(거룩하시도다)는 미사의 핵심이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부분이다. “Sanctus, Sanctus, Sanctus Dominus Deus Sabaoth…”는 이사야서에 등장하는 천상의 찬미를 인용하며, 특히 ‘Pleni sunt caeli’ 부분에서는 음이 상승하면서 하늘이 찬양으로 가득 차오르는 형상을 음악적으로 구현한다. 


마지막 악장 Agnus Dei(하느님의 어린양)은 느리고 조용한 템포 속에서, 용서와 평화를 구하는 가장 간절한 기도를 담는다. “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miserere nobis”라는 문장이 반복되며, 마지막에는 “dona nobis pacem”(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이라는 구절로 마무리된다. 단순한 선율 속에 담긴 기도는 오히려 그 절박함과 진정성을 더 강하게 전한다.


나의 아버지는 생전에 그레고리오 성가를 깊이 사랑하셨고, 세례명도 성 그레고리오에서 따오셨다. 나는 그 의미를 오래도록 어렴풋이만 이해했지만, 교황 레오 14세의 첫 미사에서 울려 퍼진 Missa de Angelis를 들으며 그 이름에 담긴 애정을 다시금 느낄수 있었다. 이 곡은 단순한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을 넘어, 세대와 세대를 잇고, 영혼과 영혼을 잇고,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진정한 기도 그 자체였다.


중세 수도원에서 시작된 Missa de Angelis는 오늘날의 인간에게 더욱 절실한 울림을 준다. 인간이 서로에게 무관심해지고, 사회가 공동체성을 잃어가는 이 시대에, 이 음악은 우리가 잊고 있던 인간성과 경건함을 다시금 일깨운다. 그것은 천사의 노래이자, 지친 영혼을 회복시키기 위한 간절한 외침이다. 종교를 떠나 이 '천사미사곡' 을 들으며 마음의 평화를 느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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