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신호등] 식어버린 삶의 열정, 회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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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신호등] 식어버린 삶의 열정, 회복할 수 있을까

웹마스터

이보영 

미주조선일보LA 독자부위원


민속스포츠나 전통놀이는 인류가 수렵과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 기원되어 발전을 거듭해 왔다. 윷놀이, 제기차기, 팽이치기, 연날리기, 널뛰기, 그네뛰기, 줄다리기, 썰매타기, 씨름, 활쏘기, 말달리기, 소싸움, 개싸움, 닭싸움 등이 지역마다 특색있는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켄터키 더비(Kentucky Derby)’는 켄터키주 루이빌의 처칠다운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의 경마대회다. 1875년부터 대회가 열렸으며,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민속스포츠 경기이다. 세계에서 최고의 우수한 경주마 혈통인 서러브레드(Thoroughbred)종 20마리가 출전하게 되며, 20마리 중 2마리는 일본과 유럽의 출전마에게 참가를 허용하고, 18마리는 미국산 말이 출전한다.


‘로데오(Rodeo)’도 택사스주의 민속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로데오는 길 들이지 않은 소나 말을 사람이 올라타면 그를 떨어뜨릴려고 길길이 상하좌우로 날뛰는데 오래 버티기를 하는 마장마술이다. 기원은 19세기경부터 카우보이들이 들소들을 포획하는 솜씨를 겨루기 위해 만든 놀이에서 유래되었다.


‘자동차 경주(Car Racing)’는 개솔린 자동차가 탄생되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1894년 프랑스에서 자동차의 성능과 속력을 테스트하면서 최소의 연료 소비로 최종 목적지까지 완주한 카레이서(Car Racer)에게 5000프랑의 상금을 주던 것이 최초의 자동차 경주였다. 미국은 1911년부터 인디애나주의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자동차 경주(Indy Car)가 시작되었다. 경기 종목 중에 ‘Indy 500’이 가장 열광적인 인기 스포츠다. 500마일을 ‘오픈 휠 레이스 카’로 평균시속 320~500km로 달리는 미국판 ‘포뮬러1’ 이라 할 수 있다.


‘개 경주(Greyhound Racing)’는 플로리다주가 대표적이다. 일명 경견(競犬)대회라 불리며, 경마(競馬)와 함께 도박형 민속스포츠다. 영리하고 다리가 길어서 속도가 빠른 그레이하운드종을 주로 출전시킨다. 한때 개 경주는 미국 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한창 흥행 때는 미식축구 다음으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의 비난과 심한 반발로 요즘은 많은 경견 경주장들이 문을 닫았다. 아직 몇몇 곳은 여전히 흥행 중에 있다.


모든 민속스포츠는 사람이 탑승하여 조정하거나 달리지만, 개 경주는 경기장(Track)에 오로지 개들만 입장한다. 경주가 시작되기 직전, 사육 조련사는 ‘러스티(Rusty)’ 라 불리는 ‘모형 토끼’를 가져와서 개들 앞에서 흔들며 개들의 관심과 흥분을 불러 일으킨다. 펜스 안에 개들은 흥분해서 창살에 머리를 들이받으며, 토끼를 잡으러 뛰쳐 나오려고 안달을 한다. 드디어 장내 아나운서가 굵직한 목소리로 “지금 트랙에 러스티가 등장합니다” 라고 방송을 한다. 


방송 소리에 모든 군중들은 함성을 지르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열광한다. 동시에 경기장의 출발선인 펜스 문이 열린다. 번호가 붙은 조끼를 입은 개들은 앞에 달려가는 러스티를 잡으려고 죽을 힘을 다해 튕겨 나간다. 러스티도 개들에게 잡히지 않을려고 트랙을 따라 약 5~6m 앞서 빠르게 달린다. 타원형 트랙을 돌아 결국 결승점까지 도달하면 러스티는 작은 구멍 안으로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그 다음 경주에서도 매번 러스티는 무사히 돌아 왔고, 개들은 죽을 둥 살 둥, 결코 잡지 못할 토끼를 쫓아 달렸다.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 듯이, 털석 주저 앉으며, 다음엔 반드시 잡겠다는 다짐을 한다. 경견을 즐기는 다수의 군중들은 도박(배당금)에 관심이 더 크겠지만, 속으론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멍청한 놈들 같으니! 러스티를 진짜 토끼로 아는거냐? 조작된 걸 모르고 죽기 살기로 쫓는구냐.”


어느 날, 경기 중에 정전(停電)으로 러스티를 끌어가는 기계가 멈추고 말았다. 그러자 러스티는 뒤따르던

개에게 거칠게 잡아채여 물려버렸다. 행운의 경주견은 토끼를 물어뜯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거 가짜잖아! 내가 속았군!” 그 경주견은 결국 예전처럼 전속력으로 러스티를 향해 달리지 않는다. 조련사는 그를 미련없이 경주에서 퇴출시켜 버린다.


혹시, 우리에게도 새벽마다 잠을 깨워주는 알람 소리가 “지금 러스티가 등장합니다” 라는 출발 방송으로

들리지는 않는지? 급하게 샤워하고, 옷을 주워입고, 아침식사 후 자동차 시동을 걸자마자 일터로 튕겨

나가는 일상(日常)이 러스티를 잡으려고 트랙을 따라 달리는 경주견과 비슷하지 않은가?


우리가 쫓는 러스티는 과연 무엇일까? 신형 테슬라 전기차, 새로 지은 콘도, 증권투자, 사업성공, 자녀교육, 노후대책 등 인가? 젊은이라면 더 좋은 직장, 새 여친을 찾고, 멋진 데이트, 연인과 여행, 결혼 등등이 그들의 러스티일까?


러스티를 쫓아 달리는 인생은 끊임없는 경쟁으로 삶의 열정이 식지 않는다. 경마에도, 로데오에도, 자동차 경주에도, 어떤 스포츠에도 보이지 않는 러스티는 존재한다. 그걸 잡으려고 선수들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훈련한다.


누구에게나 꿈은 있다. 그 꿈(목표)을 이루면 삶이 완성된다고 믿으며 열정적으로 달려왔던 우리들, 평생의 꿈을 이룬 사람의 그 다음에 ‘러스티’는 무엇일까? 그것이 무뎌지고 식어버린 내 열정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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