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좋은 부모 되기

제이슨 송
뉴커버넌트 아카데미 교장
5월은 가정의 달이다. 특히 이번 주말이 어머니의 날인데, 이맘 때면 어머니에게 감사와 사랑을 식사나 선물로 표현하라는 광고가 홍수같이 쏟아진다. 필자도 그렇게 하라는 칼럼을 써왔고, 학생들에게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가르쳐 왔다. 하지만, 항상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다. 그건 존경받지 못할 엄마, 아빠가 세상에 많다는 현실이다. “OOO 박사”의 육아 프로그램을 시청해 보라. 역기능적 가정을 들여다보면 자녀의 태도와 언행 문제가 다 부모의 부적절한 훈계와 가르침 때문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필자는 한 학교의 교장으로서 지난 26년간 수천 번 학부모 상담을 해왔다. 그런 경험을 통해 내린 몇 가지 주요 결론 중 하나는 “문제아는 문제 부모의 탓”이라는 점이다. 자녀의 거의 모든 문제는 부모의 그릇된 가치관과 부적절한 육아 방법, 그리고 비합리적이고 무리한 기대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이를 예의 바르고, 품행이 방정하고, 학업에 충실하고,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학생으로 만들려면 먼저 “문제 부모”를 다뤄야 한다. 그런데, 대다수의 부모는 아무리 도와주려해도 거부한다. 자녀의 학업문제 실마리가 부모의 손에 있는데도 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자녀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을까? 큰 그림으로 본다면 자녀에게 어떤 부모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정해야 한다. 어떤 부모로 기억되고 싶은지는 부모마다 다르겠지만, 그릇된 가치관을 소유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또 법과 규칙을 어겨가며 이익을 챙기는 협잡꾼이 되길 바라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가장 가치있는 부모의 가르침이 정직과 청렴이라고 확신한다.
사람은 정직해야 손가락질받지 않는다. 정직해야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라 불린다. 정직해야 남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어려울 때 도움도 받는다. 이솝의 우화 중 “늑대와 양치기 소년”을 기억하는가? 자주 거짓말을 하다 신뢰를 잃어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때 아무도 소년을 돕지 않았다. 바로 그런 이치다. 정직이 삶의 튼튼한 기반이고 깨끗한 성공의 요소다.
자녀에게 정직을 가르치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까? 학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은 아이가 불리한 상황을 접할 때 거짓말을 둘러대고, 책임도 회피하며 문제의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이 점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학교의 규칙도 어긴다. 즉,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치팅을 한다. 나중에 성인이 되면 어떨까? 이득을 챙기기 위해 켕김 없이 남을 속이고, 최악의 경우 법을 어기기위해 치밀히 계획하고 이행하지 않을까? 불법행위를 저질러도, “어떻게 해서든 서울에만 가면 된다”는 그릇된 사고가 어릴 때부터 마음에 자리잡았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정직을 유산으로 남기고 싶다면 부모가 먼저 자녀에게 정직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가르치고, 아이가 거짓말을 할 때 단호히 훈계해야 한다. 허나, 딱하게도 부모가 자녀에게 거짓을 본 보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놀이공원 입장권 가격을 덜 내기 위해 아이에게 나이를 속이라고 지시하거나, 가게나 식당에서 잔돈을 더 많이 받으면 “공돈 생겼다!”고 잽싸게 돈을 주머니에 넣고 자리를 뜨는 것이다. 수입을 세무서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 것도 한 예다. 절세라 말하지만 엄연히 탈세다.
교육에 관해선 어떤가? 대학 등록비를 줄이기 위해 위장 이혼서류을 만들고, 또 명문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해 과외활동을 조작하고, 에세이도 대필, 미술 포트폴리오도 학원에서 손대게 하는 것이다. 요즘은 LA 학원가에 대학 “코디”란 작자들이 엄청난 돈을 챙기며 양심의 가책 없이 이런 짓을 하기에 그것도 큰 문제지만, 그들의 제안에 동의하고 돈을 지불하는 부모를 공범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정당화하고, “다 그렇게 하는 거야”라며 슬쩍 넘어가려 들지 말자. 애들이 다 안다. 다 보고 듣고 느끼고 기억에 저장하고 있다. 참고로 주변 사람들도 다 안다. 절대 비밀이란 절대 없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필자의 어머님은 1938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태어났다. 해방을 맞아 일본인의 핍박 때문에 한국으로 역이민 왔는데 어린 나이에 한국말을 잘 못했기에 모국에서 심한 차별을 당했고, 외할아버지가 모든 재산을 일본에 두고 급히 한국으로 왔기에 어머니는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셨다. 하지만 “목에 칼이 들어와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고 우리 사형제를 가르치셨다. 그건 무엇보다 고귀한 가르침이었다.
거짓을 직, 간접적으로 가르치는 못난 부모가 되지 말자. 자식에게 존경받을 만한 부모, 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자식이 자랑스럽게 여길 그런 부모, 어머니 날에 선물을 받을 권리가 있는 그런 부모가 되자. 완벽한 부모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꼭 지킬 것을 지키는 것이 부모가 해야할 도리(道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