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교묘해진 공관 사칭 사기, 되레 늘었다
LA총영사관 일 주일 새 10여건이나 접수
의심 피하려 영상통화까지 잇달아 등장
대부분 동남아에 조직, 발신 추적도 어려워
“공관은 전화 안 걸어, 끊고 바로 신고를"
LA에 거주하는 A씨는 얼마 전 영사관으로부터 왔다는 전화를 받고 아연실색했다. 음질이 아주 안 좋은 상태에서 전화를 받자 마자 "XX씨 되세요?"라고 묻더니, "한국 지방 법원에서 급한 서류가 총영사관으로 송달됐으니 바로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게다가 “방문하기 힘들면 우리가 처리할 테니 개인정보를 달라’는 말까지 했다.
수상한 생각이 든 A씨가 “어느 영사관으로 왔냐”고 묻자 A씨가 거주하는 관할 영사관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순간 “이게 말로만 듣던 피싱사기”라고 판단하고 전화를 끊었다.
지난해 말부터 동부를 시작으로 LA까지 확산된 영사관 등 공관 사칭 피싱 사기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되레 최근 들어 케이스는 급증하는 추세다. 주요 공관들은 얼마 전 개인 정보를 훔치려는 보이스 피싱 사기 주의 공지까지 띄웠지만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는 A씨 같은 전화를 받았다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게다가 사기 수법도 갈수록 과감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발신 번호를 조작해 영사관 번호인 것처럼 접근하는 것은 기본, 얼굴까지 드러낸 영상통화를 하는 수법도 잇달아 등장했다.
오렌지카운티에 살고 있는 B씨도 하마터면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할 뻔 했다. 그에 따르면 LA 총영사관 영사를 사칭한 사기범이 B씨가 명의 도용에 연루됐다며 전화를 한 것. 이후 이 사기범은 B씨의 의심을 누그러뜨리기위해 한국의 경찰 제복을 입은 공범을 영상 통화로 연결하기까지 했다. 시간을 끌며 여러 질문을 쏟아내는 중간에 전화를 끊어 사기 피해를 모면했다고 밝힌 B씨는 “이 정도라면 웬만한 한인은 속아 넘어갈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LA총영사관의 강경한 영사에 따르면 올 초 한 두 건에 불과하던 보이스피싱 관련 신고가 최근 일 주사이 10여건으로 치솟았다. 강 영사는 보이스피싱 사기 전화의 발신지는 대부분 동남아로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 사칭이 가장 많다고 밝혔다.
강 영사는 특히 “영상 통화를 통한 보이스 피싱 사기는 얼마 전 처음 등장한 이래 현재까지 파악된 것만 2건”이라며 “앞으로 영상을 이용한 사기가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사관을 가장한 사기는 거주 지역을 상관하지 않는다는 특징도 있다. 하와이에 거주하는 C씨의 경우 “이전에 뉴욕에 산 적이 있어서 그런지 뉴욕 영사관이라며 전화가 왔었다”며 “법원 출두일에 못 나오면 구속된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미리 보석금을 내야 하니 카드 정보를 달라고 요구했다”며 황당해했다.
강 영사는 공관에서는 절대 전화로 연락해 개인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보이스 피싱 등 유사한 상황에 처한 경우 사기범 요구에 응하지 말고 전화를 끊은 후 LA총영사관 등에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또 피해를 당한 경우에는 관할 경찰서나 연방통신위원회(FCC) 등에 신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해광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