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고해성사 집전’ 빌렘 신부 미공개 편지 발굴
니콜라스 빌렘(Nicolas Joseph Marie Wilhelm)신부
연세대 안중근 사료연구센터, 파리 외방전교회 방문
독립운동가 안중근(토마스, 1879~1910) 의사가 1910년 3월 26일 순국하기 전후 상황을 기록한 빌렘 신부(Nicolas Joseph Marie Wilhelm, 1860~1938)의 미공개 편지들이 발굴됐다.
연세대 안중근 사료연구센터(센터장 이종수 국제캠퍼스 부총장)는 최근 “빌렘 신부의 미공개 편지 6통을 발굴했다”고 말하고 이종수 부총장이 2024년 11월 파리 외방 전교회를 방문해 해당 편지들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연세대 안중근 사료연구센터는 원래 빌렘 신부 편지 7통을 발견했지만 기존에 알려진 편지들과 대조 과정을 거쳐 1통은 이미 공개된 편지와 동일하다는 사실을 확인했기에 최종적으로 6통으로 발표한 것이다.
파리 외방 전교회 소속인 빌렘 신부는 당시 조선대목구장 뮈텔 주교의 허락 없이 1910년 3월 9일 중국 뤼순 형무소에서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고해성사와 영성체(領聖體·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의식)를 직접 집전한 인물로 성무 집행 정지 징계를 받았다. 빌렘 신부는 1910년 6월 24일 편지에서 “토마스(안 의사 세례명)가 형제와 사촌, 심지어 일본 판사를 통해 와 달라고 부탁했다”며 “제가 망설이자 1910년 2월 17일 전보를 보내 ‘사형이 선고됐습니다. 빨리 와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고 적었다. 그는 또 “안 의사는 교도관들의 귀감이 됐으며, 감옥에서 금식하고, 매일 기도와 더불어 십자가의 길을 실천하며 모두에게 밝고 친절하게 행동했다”며 “일본인들도 이 사람을 처형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다”고 적었다.
같은 해 9월 28일 편지에선 “어머니(조마리아 여사) 말에 따라 안 의사는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3월 25일, 성금요일에 죽길 원했다”며 “제가 (뤼순 감옥에) 도착할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안 의사의 실제 사형 집행은 다음 날인 26일 집행됐다. 앞서 3월 8일 뤼순 감옥에서 안 의사를 만난 빌렘 신부는 9일 고해성사를, 10일 영성체를 집전했다.
또한 빌렘 신부는 1912년 3월 19일자 편지에서 “경성의 취객들이 거리에서 서로 다투며 ‘네가 입을 다물지 않으면 이토처럼 만들어 주겠다’는 말을 내뱉었다”고 기록해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의거 후 조선의 분위기도 전하고 있다. 빌렘 신부는 같은 날짜 편지에서 안중근 의사가 고해성사를 받던 모습도 묘사하면서 “그는 내 손을 놓지 않고 다음 날 영성체를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기록도 남겼다.
한편 연세대 안중근 사료연구센터는 이번에 발굴한 빌렘 신부 편지 내용을 추가로 번역, 분석해 4월 25일 안중근 의사와 관련한 학술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동 센터는 빌렘 신부가 파리외방전교회 본부는 물론이고 로마 교황청 등에 많은 편지를 썼음을 상기하면서 이번에 공개된 편지 외에도 안 의사와 관련된 편지가 더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추가 사료를 발굴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이훈구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