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은 단순 교회 절기 아닌 새롭게 만들어져 가는 기간”
유월절, 하나님의 적극적인 보호와 구원을 나타내듯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상징
초대교회, 세례와 깊은 관계성 속에서 준비하는 기간으로 삼아
진건호 목사(하톤교회)
그리스도교에서 가장 중요한 절기를 들자면 ‘사순절’ (四旬節, Lent)일 것이다. 부활절을 기준으로 이전의 날들 중에서 6번의 주일을 제외한 40일을 의미하고 있다. 이 40일 기간 동안 그리스도인들은 부활절을 기다리며 준비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절제된 삶을 실천하고는 한다. 사순절의 첫 날은 항상 수요일로 특별히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이라고 일컫는 이 날에 그리스도인들은 이마에 시커먼 재를 바르고 죄를 고백함으로써 사순절을 시작한다. 지난 5일 재의 수요일을 맞았다. 사순절을 단순히 전통으로만 생각하기 보다는 그 유래와 ‘유월절’과의 연관성을 살펴 봄이 합당하다고 생각된다. 유대인들은 ‘유월절’을 준비하기 위해 유월절 전에 금식을 행했는데, 초대 교회 신자들도 신앙의 성장과 회개를 통한 영적 준비를 하자는 차원에서 구약의 유월절 만찬을 새롭게 해석하여, 주님께서 제공하신 성찬식에 앞서 금식을 행했던 것이다. 즉 사순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월절’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 유월절의 의미를 연관 지어 살펴 보려고 한다.
#. 유월절의 성경적 기원
유월절(逾越節, Passover)은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이집트)에서 탈출하는 사건을 기념하는 절기로, 출애굽기 12장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출애굽기 12:12-14을 보면 “내가 그 밤에 애굽 땅을 두루 다니며 사람과 짐승을 막론하고 애굽 땅의 모든 처음 난 것을 다 치고 애굽의 모든 신에게 벌을 내리리라 나는 여호와라. 내가 애굽 땅을 칠 때에 그 피가 너희가 사는 집에 있어서 너희를 위하여 표적이 될지라 내가 피를 볼 때에 너희를 넘어가리니 재앙이 너희에게 내려 멸하지 아니하리라. 너희는 이 날을 기념하여 여호와의 절기로 삼아 영원한 규례로 대대로 지킬지니라.”라고 되어 있다. 즉 사순절의 의미는 구약의 출애굽 맥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출애굽기는 지리적으로 애굽에서 나오는 12장과 가나안으로 향해 나아가는 13장 등 두 개의 종교적 행사가 기록돼 있다. 12장에는 유월절 절기를 지키도록, 13장에는 무교절을 지키도록 하고 있는데 이 두 절기가 주는 의미와 상징이 있다. 이 중 사순절과 연관 지어 볼 것이 바로 유월절인 것이다. 하나님께서 애굽에 열 번째 재앙(장자의 죽음)을 내리셨을 때,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이 명령하신 대로 어린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름으로써 재앙을 면하게 되었다. 이때 하나님이 그들의 집을 “넘어가셨다”고 하여 ‘유월(逾越, Passover)’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 유월절의 언어적 의미
유월절을 뜻하는 히브리어 ‘Pesach’는 “넘어가다, 지나가다”라는 뜻을 가진 동사 ‘Pasach’에서 유래되었다. 이 단어는 단순한 이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심판에서 보호받는 특별한 ‘구속의 행위’를 포함한다. 이사야 31:5에 보면 “새가 날개 치며 그 새끼를 보호함 같이 만군의 여호와가 예루살렘을 보호할 것이라 그는 그것을 보호하고 건지며 뛰어넘어 구원하리라.” 여기서 “뛰어넘어 구원하리라”는 표현이 히브리어로 Pasach이며, ‘하나님께서 보호하시는’ 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즉, 유월절은 단순한 재앙의 회피가 아니라, 하나님의 적극적인 보호와 구원을 나타낸다. 헬라어 신약성경에서는 유월절을 ‘πάσχα (Pascha)’라고 표기한다. 이는 히브리어 Pesach에서 직접 유래된 단어로,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상징하는 중요한 신학적 의미를 지닌다. 고린도전서 5:7을 보면 “너희는 누룩 없는 자인데 새 덩어리가 되기 위하여 묵은 누룩을 내버리라 우리의 유월절 양 곧 그리스도께서 희생이 되셨느니라.” 하였고 사도 바울은 예수님을 ‘유월절 어린양’으로 비유하며, 유월절이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예수님의 희생을 예표하는 사건임을 강조한다.
#. 유월절의 절기적 의미
하나님께서는 유월절을 이스라엘의 가장 중요한 절기 중 하나로 명령하셨으며, 이는 이후 무교절과 오순절로 이어지는 절기 체계의 중심이 되었다(레위기 23:4-8). 따라서 유월절의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다. ▲어린양의 희생 – 흠 없는 1년 된 어린양을 잡아 피를 바름(출 12:5-7). ▲무교병과 쓴 나물 – 속죄와 고난을 상징(출 12:8). ▲급히 먹음 – 애굽 탈출을 위한 긴급성과 준비(출 12:11). 또한 신약에서 예수님은 유월절의 성취자로 등장한다. 마태복음 26:26-28을 보면 “그들이 먹을 때에 예수께서 떡을 가지사 축복하시고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이르시되 받아서 먹으라 이것은 내 몸이니라 하시고 또 잔을 가지사 감사 기도 하시고 그들에게 주시며 이르시되 너희가 다 이것을 마시라 이것은 죄 사함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라고 되어 있다. 예수님은 유월절 만찬을 통해 자신의 희생이 유월절 어린양과 같음을 선포하셨고, 이는 주의 만찬의 기원이 되었다.
#. 유월절의 신학적 의미
유월절은 단순한 출애굽 사건을 기념하는 절기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을 구원하시는 구속사의 중요한 사건을 나타낸다. 또한, 신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과 부활로 연결되며 기독교 신앙의 핵심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 의미는 크게 3가지이다. ▲구속의 상징 – 이스라엘이 애굽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것처럼, 예수님을 통한 구속은 죄에서의 해방을 의미한다(요한복음 8:36). ▲희생의 완성 – 어린양의 피가 죽음을 넘어가게 했듯이, 예수님의 피는 영원한 생명을 주는 희생이 된다(히브리서 9:12). ▲새 언약의 시작 – 예수님은 최후의 만찬에서 유월절을 완성하시며, 하나님 나라의 새 언약을 선포하셨다(누가복음 22:20).
#. 결론을 대신하여
유월절은 단순한 전통적 절기가 아니라, 구원의 역사와 하나님의 언약이 담긴 중요한 신앙의 핵심이다. 유월절은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구속의 은혜를 나타내며, 신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통해 완전한 성취를 이룬다. 그러므로 성도들은 유월절을 단순히 과거의 사건으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속의 은혜를 기억하며 감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교회력이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사역, 고난, 죽음, 부활, 영으로 임하심 그리고 재림 안에서 완성 되어 진 우리의 구원 역사를 매년 재현하는 것’이라는 전제로 볼 때 단순히 초대교회의 전통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에서 보이는 사랑의 자기 희생을 기억하는 절기인 셈이다. 따라서 사순절은 무엇보다도 우리의 옛사람이 죽지 아니하면 그리스도와 함께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상기시켜 준다. 따라서 사순절은 세례와 화개를 통한 참된 돌이킴(True Convension), 회개(Repentance), 기도(Prayer), 화해(Reconcliliation), 금식(Fasting) 등으로 채워져 나가야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