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에이징(AGE-ing)'을 촉진시키는 음식들
임영빈
임영빈 내과 원장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 요새 요리방송이나 유튜브 영상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단어이다. 대표적으로 스테이크와 같은 고기를 구울 때, 높은 온도에서 단시간에 고기를 익혀 발생시키는 반응으로, 흔히 스테이크의 겉표면에 그을린 표면인 크러스트(crust)를 만드는데 필요한 화학 과정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고기에 숨겨져있던 포도당이 고기 표면으로 나오면서 고열에 가해지며, 지방에 튀겨지는 과정이다.
마이야르 반응은 빵 껍질, 구운 고기, 로스팅된 커피 등에서 볼 수 있는 갈변 현상과 독특한 풍미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마이야르 반응을 지나치게 가져가면(예를 들어, 고온, 장시간 조리), 노화를 일으키는 최종당화산물(AGE)을 만들어낸다. AGE는 Advanced Glycation End-product의 준말로, 단백질이나 지질이 당과 반응하여 형성되는 유해한 화합물로, 만성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이는 노화와 다양한 만성질환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최종당화산물(AGE)은 RAGE(Receptor for Advanced Glycation End Products)라는 특정 수용체에 결합하여 염증반응을 유발한다. RAGE 활성화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예: TNF-α, IL-6, IL-1β)을 생성하는 NF-κB 경로와 염증을 증폭시키는 MAPK 경로를 활성화한다. 이는 염증을 지속시키고 AGEs의 추가 생산과 축적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최종당화산물은 또한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염증을 더욱 악화시킨다. 최종당화산물 형성 과정에서 활성산소(ROS)가 생성되며, 이는 세포의 산화적 손상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염증이 강화되고, 조직 손상과 염증 사이의 악순환이 지속된다. 또한, 최종당화산물은 면역시스템을 과도하게 활성화하여 앞서 언급한 만성적인 저등급 염증을 유발하고, 이는 동맥경화, 당뇨병,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질환의 발생으로 이어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마이야르 반응은 175℃에서 잘 발생한다. 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빠르게 굽는 것이 중요하다. 스테이크를 너무 높은 온도에서 굽는 것은 좋지 않다. 온도가 200℃ 이상 올라가면 마이야르 반응에서 AGE가 나타난다. 이때 생긴 분자에는 발암물질이 섞여 있고 맛 또한 좋지 않다. 반면, 고기를 굽는 팬의 온도가 낮으면 고기의 향과 맛을 높이는 마이야르 반응이 억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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