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류언론들의 종말
김해원
변호사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미 대선의 후폭풍이 언론계에 거세게 불고 있다. 그 이유는 대선일 밤 개표가 시작될 무렵까지만 해도 초박빙 접전이라고 잘못(?) 전망했기 때문이다. 대선 전까지 미국의 대표적 언론사와 여론조사 기관들이 발표한 거의 모든 여론조사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법까지 동원했지만 트럼프가 승리한 지난 2016년에 이어 다시 한번 처참한 굴욕을 맛봤다.
국민 표심의 흐름과 판세를 제대로 읽지 못한 이유는 국민들의 마음에 앞서 자기들의 지지 후보에 대한 홍보회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즉, 언론의 본래 목적보다 어젠다 챙기기에 우선한 것이다. 또한, 이제는 전통적인 언론보다 인스타그램, 스레드, 페이스북, X, 유튜브, 틱톡 같은 SNS가 정보 획득의 창구로 사용되고 있어서 이전처럼 전통 언론이 더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극소수를 제외한 거의 모든 언론이 대선기간 '반(反) 트럼프' 전선을 유지하면서 트럼프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쏟아냈는데도 많은 미국인들이 이를 믿지 않았다는 점을 대선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오히려 주류 언론을 근거 없이 '가짜 뉴스' 라고 몰아붙인 트럼프 당선인의 말을 더 많은 유권자들이 신뢰하고 있다.
하버드대와 노스이스턴대, 노스웨스턴대, 럿거스대 연구팀이 '공공 보건·기관 프로젝트'(CHIP) 일환으로 지난 8월 30일부터 10월 8일까지 전국 50개 주와 워싱턴DC의 성인 2만55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많은 29%가 올해 대선 정보의 가장 중요한 출처로 '친구나 가족'을 꼽았다.
이런 주류 언론들의 책임감 망막의 결과로 여기저기서 정리해고 곡성이 울려퍼지고 있다. 물론 불경기로 인해 언론계의 집단해고는 올해 초에 시작했지만 대선을 마치고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먼저, LA타임스가 지난 11월 23일부터 정리해고를 시작했다. LA타임스는 전체 기자의 20%에 해당하는 115명을 해고할 방침이다. 이중 94명은 노조원으로 알려졌다.
LA타임스 소유주인 억만장자 패트릭 순시옹은 “연 3000만~4000만달러씩 적자를 보고 있다”며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LA타임스의 논설위원들도 대선 뒤에 전원 해고됐다. 이런 해고와 감원의 표면적인 이유는 불경기지만 실제로는 민주당과 진보세력에 대한 과도한 지면 배정과 균형잡히지 않은 보도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CNN도 조만간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가서 대략 수백여명이 해고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1030만여 명의 시청자 숫자를 기록한 폭스뉴스는 CNN을 2배 이상 앞섰다. 대선 이후 폭스뉴스의 일간 시청률이 40%나 증가한 반면 진보성향이 짙은 MSNBC와 CNN의 일간 시청률은 같은 기간 각각 38%와 27% 감소했다. 이밖에 올해 월스트리트 저널 등 미국 언론의 직원 해고 등 인건비 감축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광고 및 독자 축소 등이 언론사 경영 악화 원인으로 꼽힌다.
국민과 유권자들의 마음을 외면한 주류 언론 공룡들의 이런 구조조정을 한국 언론들도 반면교사 해야한다. 더 이상 언론이 여론을 선도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을 반영하는 제대로 된 보도를 해야한다는 아주 값비싼 교훈을 얻게 됐다. 미주 한인 언론들도 독자들이 원하고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해야지 단순히 번역 기사를 기계적으로 열거하면 앞으로 제자리를 찾기 힘들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