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떠남은 늘 마음을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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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떠남은 늘 마음을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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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체인 하기환 회장이 최근 큰딸가족과 아이슬란드와 발틱 3국까지 18박19일 일정의 여행을 했다. 아이슬란드 굴포스폭포에 영롱한 무지개가 걸려 있다. 게이시르 간헐천. 하기환(가운데) 회장과 큰딸가족. 큰딸가족이 웨스트만섬 엘드펠 화산에서 포즈를 취했다.(사진 위에서 부터)   /하기환 회장 제공


[나의 여행기: 한남체인 하기환 회장 가족여행] 


물과 불, 빙하의 땅 아이슬란드와

중세가 살아 숨쉬는 발틱 3국을 가다<1>


아이슬란드는 온통 화산과 폭포, 빙하의 나라

지열발전과 수력발전으로 청정에너지 넘쳐나

스파형태의 거대한 지열온천 '블루라군' 압권

푸드코트에서 만난 '한국 소주'에 큰 반가움 

게이시르 간헐천과 굴포스, 블루폭포의 장관 

폭포 안쪽에서 물줄기를 보는 색다른 경험  

잘 보존된 청정 자연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



한 수레의 책에서 얻는 삶의 지식보다, 여행에서 얻는 지혜가 크다는 말에 나는 동의한다. 그동안 여행은 내 삶의 일부였다. 바쁘게 LA에서 살고 있는 큰딸도 그런 DNA를 물려받았는지 여행마니아라 할 수 있다. 튀르키예 여행도 함께 했었는데, 이번엔 아직 가보지 않은 아이슬란드와 발틱 3국, 그곳을 돌아보자고 큰딸부부가 아이디어를 냈다. 그래서 손녀 두 명까지 모두 5명이 여행을 떠났다. 누님이 살고 있는 오스트리아와 체코까지 18박19일 일정으로 북유럽을 돌아본 여정과 소감을 미주조선일보LA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레이캬비크와 블루라군

LA에서는 아이슬란드 직항편이 없어 뉴욕의 JFK 비행장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오후 11시50분 비행기로 바꿔탔다. 밤새워 난 비행기는, 오전 9시30분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 케플라비크공항에 도착했다. 예약한 렌터카를 찾아 공항에서 도심의 숙소로 가는 길에 유명관광지 블루라군(Blue Lagoon)으로 먼저 차를 몰았다. 



시설이 아주 잘 된 블루라군은 지열온천으로, 거대한 호수 형태의 스파라 할 수 있다. 아이슬란드 땅 자체가 화산지대. 뜨거운 물이 곳곳에서 솟아오른다. 지열발전에 최적의 입지다. 전기발전에 사용한 온천물을 이곳 블루라군에 공급해 세계적 관광지로 만들었다. 꿩먹고 알 먹는 셈이다. 



수도 레이캬비크 위도는 북위 65°. 북극권 바로 아래에 있기에, 세상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수도라 불린다. 우리가 도착한 레이캬비크는 예쁜 지붕 색깔이 돋보이는 작은 도시다. 여름엔 백야현상도 있고 북극권이기에 날씨가 고르지 못하다. 그러나, 인구 40만 정도의 이 나라에서는 가장 큰 도시.



우리는 에어비엔비(Airbnb)를 통해 예약한 아파트에 여장을 풀고 시내관광에 나섰다. 북유럽 국가들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인들은 자신들의 공통조상을 바이킹으로 믿고 있다. 그들의 조상인 바이킹 역사를 담고 있는 국립박물관이 보인다. 레이캬비크 시내 어디서나 눈길을 끄는 할림스키르캬(Hallgrímskirkja)교회의 첨탑도 볼 수 있다.



레이프 에릭손을 아시는가?

할림스키르캬교회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바닷가엔 스테인리스로 만든 배 형상의 조각이 보인다. 교회 건물 디자인이 독특하다. 앞으로 방문할 스바르티포스 폭포의 주상절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주상절리는 화산의 분화로 생긴 육각형 바위인데, LA 근교 데블스 포스트 파일도 세계적 규모를 자랑한다. 이 교회는 높이가 74.5m로 아이슬란드에서 2번째로 높은 건물. 꼭대기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시내를 둘러보는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한국의 면적은 100,449km²로 땅 크기 순위는 세계 109위. 아이슬란드 면적은 한국보다 조금 큰 102,775km²로 땅 크기로는 108위이니 한국 바로 위쪽에 자리한다.



교회 앞 광장에는 탐험가 레이프 에릭손의 동상이 보인다. 이 동상은 알팅그(Althingi) 창립 1,000주년을 기념해 1930년에 미국에서 기증한 것이다. 930년경 만들어진 알팅그는 아이슬란드의 입법부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의회로 불린다. 동상으로 기리는 탐험가 레이프 에릭손. 그는 북미대륙에 도착한 최초의 유럽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한 게 아니라는 말. 우리는 콜럼버스로 알고 있으나, 그보다 거의 400년 전 에릭손이 먼저 발견했다는 것. 동상에 얽힌 이야기를 이번에 처음 알았다. 여행 재미 중 하나가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과정에도 있었다.



저녁을 포스트하우스라는 푸드코트에서 했는데 반가운 게 보인다. 진열된 주류 중에 한국 소주를 발견했다. 북유럽 먼 나라에서 소주를 만나다니, 참 한국의 위상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열·수력, 청정에너지가 넘치는 나라

아이슬란드에는 '골든서클'이라 불리는 관광루트가 있다. 우리는 섬을 시계방향 반대로 돌기로 했다. 싱벨리어국립공원(Thingvellir National Park)과 게이시르(Geysir) 간헐천 지대, 굴포스 3개의 관광지를 관통하는 코스. 날씨는 예상대로 쌀쌀했고 비도 오락가락했다. 싱벨리어국립공원은 아이슬란드에 있는 세 곳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 



이곳에서 게이시르라 불리는 지열계곡과 굴포스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옥사라포스(Öxarárfoss)는 계단식으로 떨어지는 폭포였는데 물줄기가 아주 거셌다. 이 폭포는 북미와 유라시아 땅덩어리가 마주치는 알마나그야 협곡에 존재한다. 여기서 만나며 헤어지는 두 대륙 협곡 지각판은 매년 2cm씩 멀어져 가고 있다고 한다. 블루폭포는 이름대로 파란색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게이시르는 옐로스톤처럼 간헐천을 말한다. 세계 4대 간헐천이라는 이곳에도 열수와 수증기, 그리고 가스를 일정한 시차를 두고 분출하는 온천이 많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간헐천으로 유명한 옐로스톤국립공원보다 규모가 작았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굴포스(Gullfoss)폭포. 아이슬란드어로 굴포스는 금빛폭포, 황금폭포라는 뜻이다.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폭포로 3단 계단형으로 물이 떨어지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대단하다. 이 땅에서 흔하게 만나는 포스(foss)는, 이들 말로 폭포. 굴포스의 위용은 엄청난 수량에서 알 수 있었다. 랑요쿨(Langjokull) 빙하에서 녹은 물이 흐비타(Hvita) 강을 이루며 흘러내려 굴포스를 만들고 있다.



굴포스는 두 군데로 나누어 접근할 수가 있다. 위쪽 탐방로를 걸어 전망대에서 폭포 상단부를 보고, 아래로 내려가 폭포 옆을 걷는다. 탐방로에서도 그 엄청난 수량과 지축을 울리는 굉음에 전율이 느껴진다. 마침 날씨가 좋아져서 폭포를 가로지른 영롱한 무지개가 떴다. 아이슬란드에서 제일 사랑받는 폭포 중 하나라는 말이 과연 실감난다.



점심을 먹으러 프리드헤이마르(Fridheimar) 토마토 온실농장에 들렀다. 한국의 비닐하우스처럼 비닐로 만든 곳이 아니라 유리로 만든 영구적 거대한 온실농장이다. 이곳에서 직접 기른 농산물. 북극권 북위 63~67도에 걸쳐 있는 나라 아이슬란드. 겨울은 춥고 일조시간은 5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채소 생산은 꿈도 꿀 수 없을 정도로 악조건. 그런데도 우리가 점심을 먹은 토마토농장이 존재한다. 



토마토는 물론 오이, 버섯도 이 곳에서 재배한다. 지열발전 3할, 수력발전 7할이라는 청정에너지가 숨어 있었던 것. 아이슬란드는 석유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130개의 활화산을 연결한 7개의 지열발전소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지열과 온수가 공짜이니 당연히 전기료는 유럽 다른 나라보다 몇 배나 저렴하다. 그 에너지가 식물공장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 



거대한 온실에는 토마토 밭이 있고, 위쪽에는 인공조명, 아래에는 온수 파이프가 보인다. 기후 제어 컴퓨터 시스템은 온실을, 지중해 기온과 환경으로 운전하고 있다. 그 덕분에 매일 1톤 정도 토마토를 수확한단다. 토마토밭 옆에 있는 레스토랑에서는 갓 만들어 낸 요리를 팔고 손님도 많았다. 우리도 청정에너지가 키워 낸 토마토 수프와 케이크를 기대했는데 자리가 없었다. 바에서 간단한 소시지로 점심을 대신했다. 식당 사업으로도 큰 수익을 내고 있었다. 


엘드펠 화산과 놀라운 대피시스템

웨스트만섬(Westman Island) 제도로 가기 위해 페리를 탔다. 이 섬에는 유럽에서 가장 큰 퍼핀(Puffin) 서식지가 있다. 광대와 같은 귀여운 얼굴의 퍼핀은 고립된 섬이나 해안절벽 등에서 산다. 그리고 퍼핀처럼 귀여운 벨루가 고래 보호구역이기도 하다. 우리는 호텔에 여장을 푼 뒤 200미터 높이의 엘드펠 화산을 찾았다. 분화구까지 오르는 하이킹 코스 시작은 페리가 도착하는 마리나 반대편에 있었다. 원뿔형 분화구 산은 이제 관광명소가 되어 걸어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엘드펠은 엄청난 사건이 있었던 화산이다.


1973년 1월 21일, 섬 주민들은 몰랐지만 본토의 지진관측소에서 흔들림을 감지했다. 곧이어 헤이마에이 마을 중심에서 1km 남짓 떨어진 곳에서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균열은 300미터 길이에서 2km 이상으로 넓어졌다. 그리고 밤하늘로 최대 150미터(492피트) 높이까지 용암 분수를 쏘아 올리기 시작했다. 화산의 나라 아이슬란드는 대피 계획이 마련되어 있었다. 폭발 조짐을 발견한 지 6시간 안에, 5,300여 명 전 주민들을 본토로 대피시켰다. 이 거대한 화산폭발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단 한 명. 하지만 400채의 건물이 화산재에 묻히고 농장은 사라졌고 모든 가축은 죽었다.


이런 엘드펠이 관광명소가 된 것이다. 식어버린 분화구는 평평한 잔디로 덮혀 있고 정상에 오르자 섬과 본토가 한 눈에 들어온다. 지구의 엄청난 에너지를 품은 땅과 바다는 평화롭기만 했다. 이 섬 화산의 역사를 기록한 자연사 엘드헤이마르(Eldheimar) 박물관도 있다. 항구 옆 바위섬을 사다리로 오르는

카파른 코스가 있었는데 나는 포기했지만, 아이들은 신나는 모양이었다.


폭포 뒤쪽을 가다

다음 날 우리는 페리를 타고 본 섬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유명한 셀야란드포스(Seljalandsfoss)를 찾았다. 포스(foss)란 말은 폭포(Water fall)를 말한다. 아이슬란드 관광은 포스 즉, 폭포관광이 주 테마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이 폭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물줄기 뒤쪽으로 걸어갈 수 있다는 점. 폭포 뒤쪽 절벽에는 넓은 동굴이 있다. 그곳으로 이어지는 바위와 오솔길이 있어, 여름에는 동굴로 갈 기회가 된다. 물 때문에 바위가 미끄럽고 안개 때문에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동굴에서는 방수가 잘 되는 옷을 입든지 흠뻑 젖을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


동굴에 다가갈수록 폭포 소리는 천둥소리처럼 커졌다. 폭포 물줄기가 튀어 폭우가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폭포의 뒤쪽에 도착해 폭포 앞을 보니 비현실적인 풍경이다. 동굴 속엔 폭우가 오는 분위기인데 폭포 물줄기 밖의 모습은 햇살이 쨍쨍한 평화스러운 풍경. 폭포 안쪽으로 들어와 물줄기 밖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셀야란드포스 관광을 끝낸 방문객들은 북쪽으로 이동해서 계곡 절벽 사이에 숨어 있는 글류프라부이(Gljúfrabui) 폭포를 볼 수 있다. 계곡 속으로 들어서야 폭포를 볼 수 있기에 숨겨진 보석으로도 알려져 있다.


여행은 자연을 만나는 게 가장 큰 목적이지만 먹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운 일. 이 나라는 인구가 적어서 그런지 식당같은 편의시설이 귀하다. 그 대신 푸드트럭처럼 이동식 식당이 그 일을 대신하고 있다. 미아의 컨트리 밴(Mia & Country Van) 소문은 들어 알고 있었다. 역시 푸드트럭이고 차에서 음식을 팔고 있었는데 손님이 많았다. 이곳에서 우리는 아이슬란드 대표음식 ‘피쉬 앤 칩스’와 갈비요리를 시켰다. 


*'나의 여행기'는 독자 여러분의 지면입니다. 세상은 넓고 갈 곳도, 볼 것도 많습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혹은 어느날 갑자기 나홀로 떠난 여행, 그 여행의 기록과 감상을 조선일보LA 독자들과 함께 나누시면 어떻겠습니까. 여행기를 잘 정리해 간단한 자기소개와 사진을 함께 이메일(mkim@chosundaily.com)로 보내주시면 인상적인 것을 채택해 지면에 소개하겠습니다. 선택된 글은 분량 조절 및 수정될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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