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서도 감시” 해도 너무한 주택보험업체들
캘리포니아의 주택보험 대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보험업체들은 항공 촬영을 통해 주택을 살피는 것으로 나타났다. LA그리피스파크 주변의 주택가. /이해광 기자
드론 등 띄워 '리스크 큰 집' 걸러내
최근 항공사진 내세우며 해지 늘어
미보고 수영장· 트램폴린등도 샅샅이
'아메리칸 내셔널' 도 가주 철수 밝혀
캘리포니아의 주택보험 대란 사태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가운데 주택 보험업체들은 '보험금을 지급할 위험이 큰 부동산'을 걸러내기 위해 하늘에서도 주택 상황을 감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보험사들이 잇따라 시장에서 철수하고 기존 보험사들도 신규 가입을 허용하지 않거나 갱신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보험업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한인 등 홈오너들의 시름을 더 깊게 만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국의 보험사들은 ‘리스크가 큰 주택’을 찾아내기 위해 주택의 항공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주택 이미지를 촬영하기 위해 드론은 물론 유인 비행기나 고공 풍선까지 띄운다. 보험사들은 촬영된 항공 사진을 통해 ‘요주의 대상’에 해당되는 손상된 지붕 패널, 마당의 잔해에서 미 신고된 수영장이나 트램펄린 등과 같은 것들을 샅샅이 찾아낸다. 이 뿐 아니다. 이런 항공사진 이미지 위에 표시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들도 갖추고 있다.
문제는 많은 홈오너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항공 사진이 찍히고, 실제 보험 갱신때 이들 항공사진이 자주 활용된다는 사실이다. 소비자 단체 ‘유나이티드 폴리시홀더스’ 관계자는 “촬영한 항공 이미지를 바탕으로 주택보험이 해지된 사례가 전국적으로 급증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항공사진을 둘러싼 홈오너와 보험업체 간의 마찰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한 홈오너는 "보험업체 측이 항공 이미지를 내세우며 ‘지붕이 기대 수명을 다했다’고 밝혔다"며 "이에 대해 '자신의 주택이 아닌 다른 집'이라고 맞서며 항공사진 공개를 요구했지만 보험사가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결국 보험 가입은 해지됐다.
많은 홈오너들은 “인스펙션 만이 아닌 항공사진까지 찍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누군가로부터 감시당 한다는 느낌이 썩 좋지는 않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홈오너들이 보험에 가입할 때 이미 주택 인스펙션에 동의했다"며 "항공 사진 촬영은 과거에 사용했던 주택 방문보다 덜 성가실 것"이라고 밝혔다. 또 "비행기 배치는 재난에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주택의 리스크에 걸맞은 보험료를 책정하게 해준다"고 덧붙였다.
한편 캘리포니아의 경우 주택보험 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보험업체들의 철수도 잇따르고 있다. 이달 들어 대형 보험업체 중 한 곳인 ‘아메리칸내셔널’은 계속된 재해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캘리포니아 주택보험 시장 철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샌디에이고 카운티에서만 7000여 주택이 새로운 보험 업체를 찾아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이해광 기자 hlee@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