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정크 수수료 금지’ 반응은 '상반' 왜?
한인타운에 위치한 센트 식당. 사진은 기사내 특정사실과 관련없음. /우미정 기자
가주 7월 시행 앞두고 논란
한인 업계 ‘반가운 소식’불구
음식가격 인상 불가피 반발도
#셔먼오크스 한 중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유제인(43)씨는 직원이 건네준 영수증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해당 영수증에는 직원 건강(Employee Health)비 명목으로 5% 추가 요금을 더했기 때문이다. 직원 건강 관리 비용을 업주가 아닌 손님이 지불한다는 점과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에 대해 사전 양해가 없었던 점에 향후 식당 방문이 꺼려진다.
올 여름 LA를 비롯한 캘리포니아 내 식당에서 ‘정크 수수료(Junk Fees)’부과가 전면 금지된다. 정크 수수료는 팁과는 별도로 고객 영수증에 들어가는 이른바 ‘숨겨진(Hidden)’ 추가 비용으로 직원 건강 관리비, 수고비, 웰빙 요금 등 종류가 다양하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지난 해 10월 정크 수수료 금지 법안(SB478)에 서명했으며, 오는 7월 1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식당을 비롯해 호텔, 바, 배달 앱 등을 포함한 다양한 비즈니스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때 직원 건강관리 또는 직원 서비스비 명목으로 결제시 추가요금을 부과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정크 수수료는 식당 이외에도 음식 배달에 추가되는 서비스 요금, 호텔 숙박 수수료, 스포츠 경기 티켓에 대한 추가 요금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최근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집계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정크 수수료로 연간 최소 290억 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소셜 뉴스 웹사이트인 '레딧(Reddit)'에 따르면, LA 지역 식당들이 직원들의 건강관리 비용 외에도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문제, 카운터 서비스 요금 등의 명목으로 최소 2%, 최대 24%의 추가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부 식당들의 추가 요금 부과는 식당 고객들에게 불만의 대상이 되어 왔다. LA지역 일부 식당들은 직원 급여 및 식재료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다양한 명목으로 음식값에 세금, 팁과는 별도로 다양한 추가요금을 의무적으로 부과해 왔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발효되면 영수증 끝부분에 추가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닌 메뉴 가격에 추가 요금을 포함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음식 메뉴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은 변함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남가주한인외식업연합회 김용호 회장은 2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크 수수료를 부과하는 일부 큰 규모의 식당들 때문에 한인타운 식당들까지 욕을 먹는 것이 억울하다”며 “해당 수수료 금지 법안 시행은 그야말로 ‘천만다행’이다”고 말했다.
”인건비와 식재료, 종업원 상해보험이 폭등하면서 불가피하게 메뉴 가격을 1~3달러 올릴 때마다 고민과 번뇌를 한다“는 아라도 일식당(Arado Japanese Restaurant)의 김 회장을 비롯해 치노힐스의 초당두부하우스(Chodang Tofu House), 다운타운의 홍콩짬뽕(HongKong JhamPhong) 등 한인 식당 업주들은 “액면가 그대로의 실제 가격을 명시하는 식당을 위한 공평한 경쟁의 장이 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수수료는 업주가 챙겨야 할 직원 건강 관리를 손님에게 떠맡기고 있는 격”이라며 “부당한 행위”라고 호소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치솟은 인건비와 식재료 비용 등 식당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법안 시행으로 인해 음식 메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지면서 잇따른 폐업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당초 1월 1일 발효 예정이었던 해당 법안은 7월로 연기돼 식당은 비즈니스 관행을 조정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게 됐다.
우미정 기자 mwoo@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