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싸웠다 태극전사” 새벽부터 응원 물결
LA한인회가 마련한 응원전에 모인 한인들(왼쪽). 오른쪽은 사우전옥스의 뉴버리파크 브릿지교회에서 태극기를 펼쳐든 응원단의 모습. / LA한인회·브릿지교회 제공
코타플 옥상에 500여명 모여 ‘함성’
LA한인회 “각계서 도움… 호응 높아”
해마루 “돌아간 손님 많아 안타까움”
일부는 음식값도 안 내고 가 ‘눈살’
남가주 한인사회 단체응원 열기 - 1단 컷
<월드컵 앰블럼>
전반 34분. 수비수 김문환이 공격진으로 침투했다. 기습적인 오버래핑이다. 골 문 앞에 황의조를 향해 낮고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준다. 그야말로 ‘발만 대면’ 골이 되는 상황. 황의조도 직접 슈팅으로 선취골을 노렸다. 그러나 공이 너무 뜬다. 결정적인 기회는 골대를 넘기며 무산되고 말았다.
순간 아쉬움이 쏟아진다. 여기저기서 한숨소리다. 928 사우스 웨스턴 애비뉴의 한 건물 옥상에서, 8가와 세라노의 한 음식점에서, 그리고 사우전옥스의 뉴버리파크의 한 교회에서. 유독 깊은 탄식이 터진다. 남가주 한인들이 모여 승리를 애타게 바라던 곳이다.
태극전사가 2022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를 치른 24일 이른 아침, 남가주 곳곳에서 승리를 염원하는 한인들의 단체응원이 펼쳐졌다. LA 코리아타운플라자 옥상에서는 LA한인회가 주관한 응원전에 500여명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이곳 응원을 리드한 진 최 LA한인회 문화예술분과위원장은 “진 발레 스쿨 소속 25명이 사람들 앞에서 치어리더 역할을 했다. 우리 팀은 2002년부터 월드컵 때마다 LA한인들의 응원을 이끌었다”며 “무승부로 끝나서 아쉬움은 조금 남았지만 참여한 분들이 끝까지 열성적으로 대표팀을 성원했다. 새벽 시간대고 해서 이웃 주민들을 고려해 (참석자들이) 응원 열기를 적당히 조절해 주신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한인회 측의 한 인사는 “본래 단체응원 계획은 없었다. 그런데 대회가 임박하면서 ‘올해는 왜 안하냐’며 많은 분들이 한인회로 전화를 하셨다. 그 얘기를 듣고 제임스 안 회장이 ‘한번 해보자’고 갑작스레 결정했다”며 “LA 10지구 시의원실(헤더 허트)과 코리아타운플라자(대표 영 김)가 돕기로 하면서 일이 급진전 됐다. 또 맥도날드와 카우나 마사지체어 등의 후원도 들어오며 일이 성사됐다”고 밝혔다.
이 인사는 “너무 많은 분들이 오셔서 안전사고가 우려될 지경이었다. 나중에는 그냥 돌려보내기도 했다”며 “본래 1차전만 하기로 했는데, 너무나 반응이 좋아서 다시 한번 응원전을 열자는 의견이 한인회 이사진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설렁탕 이벤트로 화제가 된 한식당 해마루도 예상 외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이곳 황경원 대표는 “경기 시간(5시)을 감안해 4시 30분에 오픈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4시부터 와서 기다리시는 분들이 추울 것 같아 문을 열어드렸더니 금세 홀이 꽉 차 버렸다. 서있는 분들까지 하면 200명은 되는 것 같았다(수용인원 120명)”며 “안전사고가 우려돼 출입문을 닫아야 했다. 그러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예약 손님도 못 받을 정도의 상태가 됐다. 그 분들께 너무나 죄송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황 대표는 “종업원들과 잠 한숨 못 자고 밤을 꼬박 새우며 준비했다. 즐겁게 관전하고 돌아가시는 분들을 보며 보람을 느끼는 한편 다음 경기 때부터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공지한대로 2차전과 3차전도 이벤트를 계속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해마루 식당에서 열린 단체응원에 참석했던 A씨는 “이벤트 내용에는 이기면 설렁탕이 공짜, 비기면 반값이라고 분명히 돼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음식값을 계산도 안하고 그냥 가버리더라”며 “경기 끝나자마자 ‘우~’ 하고 일어나니까 종업원들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테이블에 팁 한푼 안 놓고 돌아가는 인심을 보면서 기분이 언짢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0-0 무승부로 승점 1점을 챙긴 한국 대표팀은 전열을 재정비해 ▲가나전(28일 오전 5시)과 ▲포르투갈전(12월 2일 오전 7시)을 치르게 된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