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칼럼] 진실의 무게가 담긴 삶
박성근 목사(남가주 새누리 침례교회 담임)
몇 년 전 한국에서 한 젊은 커플이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결혼식을 올렸다고 해서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신길에서 김포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 5호선에서 결혼식이 진행되었는데 남자가 이렇게 결혼식을 올리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저는 고아로 자라났습니다. 남들처럼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릴 형편이 되지 못해서 우리가 처음 만난 이 5호선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비록 주례자도 없고 하객은 승객 여러분이 전부입니다만, 우리 부부는 평생 행복하게 살 것을 맹세합니다.”
그리고 신랑이 준비한 반지를 신부의 손에 끼워주자, 신부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것을 지켜본 승객들 모두가 박수를 보내 주었고 어떤 할머니는 등까지 두들겨 주며 격려를 했다. 이 결혼식 장면을 승객 중 한 명이 휴대폰으로 찍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이라는 제목으로 동영상을 올렸다. 그랬더니, 수많은 네티즌이 열광하며 멋진 결혼식에 찬사를 보내는 댓글을 달아 주었다.
그런데, 이틀 후 이 결혼식이 사실은 호서대 연극부 학생들이 만든 연극임이 밝혀졌다. 정말 그럴듯하게 연기를 잘 했던 것이다. 이것을 알게 된 사람들의 느낌이 어떠했을까? 그래도 지하철 결혼식이 감동스러웠을까? 아닐 것이다. 속았다는 느낌에 오히려 분노할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잘 꾸며진 미담이라도 진실이 담겨 있지 않다면 그것은 결코 감동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크리스챤 삶도 마찬가지이다. 세상 사람들은 우리 크리스천이 반듯하게 차려입고, 경건한 모습으로 교회를 다닌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감동받진 않는다. 우리가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를 외치며 웃어주는 얄팍한 미소에도 그들은 속지 않는다. 세상은 우리 크리스천들이 실제 삶에서 보여주는 진실을 원한다.
아무리 복음이 위대하다고 외쳐도, 삶 속에서 믿음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세상은 복음 앞에 마음을 열지 않는다. 아무리 말씀이 진리라고 주장해도, 우리의 삶 속에 진실함과 희생적 사랑이 빠져 있다면, 사람들은 그 진리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그리스도인의 삶이 세상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잃어가는 이유가 어쩌면 포장만 그럴듯할 뿐, 알맹이가 없기 때문일지 모른다. 이것을 넘어서야 한다. 그리해서 크리스챤 삶의 진수를 보여 주어야 한다. 그때 감동과 변화를 안겨 줄 수 있다. 예루살렘 교회의 지도자였던 야고보는 “나는 행함으로 내 믿음을 네게 보이리라”고 했다(약 2:18). 말로만 외치는 복음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내는 복음을 보여주겠다는 선포이다. 얄팍해져 가는 세상 속에서 진실의 무게가 담긴 묵직한 삶을 살아 낼 순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