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포용한 교황, 동성애자에 혐오 표현
논란 커지자 성명 통해 사과
성소수자에 대해 관용적 입장을 취해 온 프란치스코<사진> 교황이 동성애자에 대한 모욕적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8일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 등에 따르면, 문제가 된 발언은 지난 20일 비공개 주교 회의에서 나왔다. 성소수자의 신학교 입학을 허용할지를 논의한 이 자리에서 교황은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이미 신학교가 ‘프로차지네(frociaggine)’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논란이 된 단어 ‘프로차지네’는 동성애자에 대한 이탈리아어 혐오 표현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교황은 이 단어를 농담처럼 사용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놀라고 당황했다고 한다. 다만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스페인어가 모국어인 교황이 자신이 사용한 이탈리아어가 모욕적 표현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논란이 커지자 교황은 28일 발표한 바티칸 성명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바티칸 성명은 “교황은 결코 동성애 혐오 용어로 불쾌감을 줄 의도가 없었다. 해당 용어 사용으로 불쾌감을 느낀 분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번 언사는 교황이 평소 지향하던 가톨릭교회의 포용적 방향과 상반된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됐다. 올해 88세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교회에서 LGBT+(동성애·양성애·성전환자 등 성소수자를 아우르는 표현) 공동체에 우호적으로 접근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사제들이 동성 커플을 축복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성전환자도 하느님의 자녀이며 세례를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다만 그는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가톨릭의 보수적 입장을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았다. 지난달 교황청 신앙교리부가 발표한 ‘무한한 존엄’ 선언문에는 “성전환자는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 것”이라는 입장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동성 커플 축복’을 둘러싼 보수파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유재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