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기독교 인문학] 어머님의 유산과 하나님의 채우심
밤중에 문자가 왔다. 한국에서 한 예비역 장군이신 장로님이 선교헌금을 선교비 통장으로 송금했다는 문자였다. 감사 메시지로 드리고 감사기도를 드렸다. 신간 ‘손에 잡히는 크리스천의 행복론’을 팔고 책값을 송금했다는 후배 목사님의 메시지, 선교지 불우 아동 돕기에 동참한다는 선배의 메시지, 출판 감사 예배와 음악회를 후원하겠다는 집사님 메시지, 모두 감사기도 제목이다.
1988년 3월 5일에 목사 안수를 받은 후 내게 절대 가난은 없었다. 비록 부자는 아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사역하며 살고 있다.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요 또 소박한 삶에 감사로 따라준 아내와 아이들 덕분이다. 그간 부모님을 경제적으로 크게 도운 적도 없지만 경제적 지원을 받은 적도 없다. 내게는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 없이 살아온 것이 감사요 자랑이요 자부심이었다.
그런데 지난 2023년 4월에 어머님께서 백만원을 주셨다. 학창시절 후 처음이었다. 특별한 수입이 없는 어머님 형편을 생각하면 큰돈이었다. 펄쩍 뛰며 강하게 거부했다. 그 돈이 필요도 없었고 팔순 어머님으로부터 환갑을 넘긴 아들이 돈을 받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실랑이 중에 어머님의 진심을 들을 수 있었다.
우선 어머님은 아들의 사역을 응원하며 축복하길 원하셨다. 둘째는 아들이 선교 후원금에 신실하길 원하셨다. 어머님 말씀을 들으며 숨이 턱 막혔다. 생각지도 못했던 어머님의 마음이었다. 어머님의 뜻을 어기지 못하고 백만원을 받은 후 내 삶을 설명해 드렸다. 한국 통장 전부를 어머님 앞에 펼쳐놓고 설명해 드리며 선교비 통장 관리 상황도 설명했으며 하나님께서 특별한 방법으로 채워주시는 축복들도 간증 삼아 말씀 드렸다.
그 날 내 손을 꼭 잡고 ‘우리 목사가 그럴 리는 없지만, 혹시라도 어려워 선교비에 시험 당할까 봐 기도했다’라는 어머님 말씀에 가슴이 뭉클했다. 어머님은 그때 아들에게 백만원을 주시며 마음을 전하고 싶었는데 80만원 밖에 없었단다. 끙끙대며 기도하시는데 마침 내가 그날 어머님께 용돈을 드리자 백만원을 채워주시며 마음을 나누어주셨던 것이다. 어머님의 사연과 마음을 알고 그 날 밤 나는 이불 속에서 흐느끼다 잠들었다.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아니 그날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날은 어머님 마음의 소원을 확인하고 유산을 받은 날이다. 80대 어머님이 60대 아들 목사에게 하나님의 채우심을 의지하며 신실하게 사역하라고 부탁하셨다. 그날은 어머님 믿음의 고백과 뜨거운 가슴을 유산으로 받은 날이다!
그 후로는 어머님께 모든 통장을 맡겨 두고 어머님께서 확인하시게 한다. 또 선교비로 섬기고 나누며 선교 현장을 섬기는 일들을 일일이 말씀 드리고 기도를 요청한다. 그리고 기회 있을 때마다 부자는 아니지만, 하나님 은혜로 옹색하거나 궁핍하게 살지 않으며, 근검 절약해야 하지만 하나님의 채우심을 누리며 살아가는 삶을 간증 삼아 말씀 드린다.
현재 사역에서 누리는 축복은 하나님 채우심을 경험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손길을 사모하며 기도하고 하나님께서 주신 만큼 일한다. 하나님의 채우심은 놀라며 하나님께서 일하게 하심을 느낀다. 하나님의 채우심을 경험하면서 어머님 유산을 생각한다. 하나님의 채우심으로 평생을 사신 어머님이 자랑스럽다. 하나님 채우심에 대한 믿음을 유산으로 주신 어머님께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