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기독교 인문학] 미국 보수 재건과 기독교의 역할
1963년 11월에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되자 1964년 11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이 대선에서 공화당은 참패했다. 공화당 후보 배리 골드워터는 민주당 후보 린든 존슨에게 비참하게 패배한다. 진보를 표방한 민주당 존슨이 44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승리했는데 보수의 골드워터는 나머지 6개 주를 지켰다.
그야말로 참패였다. 득표율이 그 현실을 보여주었다. 존슨은 61.1%의 지지를 받았고 공화당 골드워터는 38.5%를 받았다. 민주당에 역대 최고의 득표율을 안겨주었다. 보수 세력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패배였다. 그러나 미국 보수주의자들은 이 처절한 패배의 아픔을 성찰의 기회로 삼았다.
실패가 주는 선물은 성찰이다. 실패가 성찰로 이어지면 실패는 축복이 된다. 1960년대 미국의 보수주의 경우가 그렇다. 1964년에 완전히 무너진 듯한 미국의 보수는 그로부터 16년 후 레이건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며 당당하게 회복했다. 당시 미국 보수주의는 성찰과 개혁으로 재건을 도모했다.
2024년 4월 10일은 한국 보수주의자들이 잊어서는 안 될 날이다. 총선에서 문제 많은 민주당에 국민의힘이 참패한 것이다. 이번 총선은 중도와 젊은 세대가 야당의 사법리스크, 탈법과 부도덕보다 대통령실의 오만과 불통 그리고 보수의 고집과 진부함을 더 싫어한다는 것을 천명했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보수 세력은 이 국민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국의 보수 세력은 총선 결과를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총선 결과 메시지를 뼈저리게 받아들이고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 한다. 조국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보수의 재건을 도모해야 한다. 바꿔 말하면 현재 보수주의자들은 보수를 재건해야 할 역사적 사명을 띠고 있다.
여기서 미국 보수주의 재건의 열쇠를 찾아보자. 첫째 당시 미국 보수주의는 공부하는 젊은 그룹을 품었다. 이 공부하는 청년 보수운동의 대표적 모습이 ‘자유를 위한 미국 청년들(Young Americans for Freedom·YAF)’의 결성이다. 이 ‘얍(YAF)’이 미국 보수 운동의 젖줄 역할을 지금도 하고 있다.
둘째로 보수주의 대통합이다. 당시 미국 보수주의는 서로 용인하고 협력하는 똘레랑스로 공감했다. 미국보수연합(American Conservative Union·ACU)의 창립 되었고, ‘융합주의(fusionism)’라고 칭해지는 70연대 미국 보수의 연대(連帶)운동은 당시 폭주하는 진보 세력과 맞설 수 있었다. 이 통합과 똘레랑스 정신을 한국 보수가 배워야 한다.
셋째로 미국 보수의 도덕 재무장이다. 보수 재건 과정에 미국 기독교 보수주의 지도자들의 역할이 컸다. 전통적 가치와 도덕적 권위를 무시하고 성적 타락과 방종을 이끄는 진보에 맞서, 복음주의 기독교가 일어났다. USC 제임스 돕슨 교수는 ‘포커스온더패밀리(Focus on the Family)’를 창립해서 전통적 가정 운동을 주도했고, 보수 침례교 목사 제리 폴웰은 버지니아에 보수대학인 리버티 대학교를 세워 미국의 도덕 재무장을 주창했다.
총선 후 한국 보수진영의 모습은 아쉽다 못해 안타깝다. 자성의 부족과 시대적 소명의 몰각이다. 겸손하게 시대적 사명으로 나라 살리기에 헌신해야 한다. 탐욕과 오만으로 보수의 재건을 방해하면 역사적 심판의 대상이 될 것이다. 한국 교회와 한인 교회가 보수 가치와 도덕 재무장에 정신적 지주가 되어 건강하고 매력적인 보수 재건과 조국 번영의 힘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