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옥

시인·수필가/ 나성영락교회 권사

엄마에게 진 빚이 많지만 어머니의 기도의 빚이 가장 큰 빚이다. 살면 살수록 어머니 기도의 무게와 귀함을 깨닫는다. 손자가 있는 할머니가 되었지만 여전히 미흡한 기도다. 나는 요즘도 엄마의 중보기도를 배운다. 엄마는 “하나님, 저는 배만 빌려서 세상에 낳기만 했지, 하나님의 딸들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살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신다. 

가족을 위해 젊은 날을 희생하며 살아온 엄마가 입버릇처럼 “나는 아무 것도 한 게 없다, 하나님께서 너희들을 키우셨다” 라고 하신다. 그렇게 겸손함으로 하나님의 능력과 사랑의 역사가 있도록 기도하신다. 돌아보니 내 삶은 친정 엄마와 남편의 중보기도를 받기만 한 이기적인 삶이었다. 

중보기도는 한 성령 안에서 한 가족이 되는 기쁨이 있다. 교회 권사회에서 교회의 여러 문제를 두고 한마음으로 기도하기도 하지만 이웃을 위해 기도하기도 한다. 예컨대, 한 권사님 손자가 집에서 놀다 머리를 크게 다쳤다. 한쪽 뇌를 냉장고에 보관하고 수술을 하는 등 듣기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모두 자신의 손자처럼 기도했다.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권사님은 중보기도가 고마워 종종 손자가 자라는 모습을 권사회 카톡방에 올린다. 모두 자신의 손자처럼 기뻐하며 축복하며 기도드린다. 

동생은 선교사다. 제부와 동생이 에티오피아 굼즈라는 오지에서 15년간 사역했다. 그 기간에 위급한 상황이 많았다. 그 모든 위기에서 중보기도로 극복했다. 그 당시는 굼즈가 살인 부족이 있는 지역이어서 많은 위기를 직면했다. 그리고 어린 조카가 전갈에 물려 며칠을 사경을 헤매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이런 일들을 만날 때마다 파송교회 중보기도팀 및 여러 기도동역자들이 중보기도를 했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중보기도는 삶의 원동력인 사랑을 저장하는 귀한 일이다.  30대 때 일이다. 위장병으로 먹지 못해 체력이 제로를 향해 가고 집에서 링거를 맞고 있을 때였다. 링거가 거의 들어가지 않고 내 얼굴빛이 창백해져가고 있었단다. 나는 깊은 잠을 자고 있었는지, 정말 죽어가고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비몽사몽간에 “하나님, 이 사람 데리고 가면  생명책에서 제 이름을 빼 주십시오” 남편의 절규 같은 기도소리가 들려왔다. 그 기도 소리에 깼다. 모세가 금신상을 만들고 그 우상 앞에 예배하는 민족들을 용서해 달라고, 살려달라고 하는 기도를 나에게 적용하여 하는 것이 우습기도 했지만 남편의 사랑에 감사했다. 살아오면서 서운한 일과 마음 아픈 일이 있을 때마다 상처 난 가슴을 그때 남편의 기도소리로 메우곤 한다. 

매 주 한 번 줌(Zoom) 기도모임에 참가한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차세대를 위해 중보기도 한다. 내 개인적인 일들만 기도해왔던 탓에 입술이 얼마나 둔한지 부끄럽다. 요즘에는 중보기도가 필요한 곳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질병, 경제적 어려움, 관계 어려움 등등으로 사면초가인 이웃들을 위해 중보기도 한다. 선교지에서 기도요청이 들린다. 선교를 위한 중보기도도 한다. 중보기도 할 수 있음이 행복이다. 

중보기도를 하면서 세계가 보인다. 질병, 전쟁, 기후 문제가 기도제목이 되었다. 중보기도를 하면서 다음 세대의 영적 아픔도 기도제목이 되었다. 미국과 한국을 위해 기도가 나온다. 중보기도를 하면서 교회를 위한 기도에 힘쓰게 되었다. 중보기도는 내 눈을 넓혀 주었다. 이 가을에 좀 더 성숙한 기도자가 되고 싶다. 좀 더 성숙한 기도의 사람으로 이 가을을 보내고 싶다.